'보호는 커녕 역차별' 한국 게임산업 갈라파고스 규제에 묶이나

“해도 해도 너무하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고 있는 정보화시대에 시대에 역행하는 갈라파고스 정책으로 인해 게임 산업이 자칫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까 우려된다”

지난 8일 셧다운제 적용 대상 및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갈라파고스 규제’란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진 특정 지역에만 있는 규제를 뜻하는 말로, 한국에서는 청소년 보호한 명목을 앞세워 유독 게임 산업에만 무거운 족쇄를 채우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간의 알력으로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게임 산업이 만개하기도 전에 허리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에서 게임부분을 주관하던 곳은 문화관광부이나 현재 여성가족부의 입김이 닿으며 두 부서간의 교통정리도 어려워진 현실이다.

같은 문화콘텐츠인 영화산업과 비교해도 현재 게임 산업이 국내에서 얼마나 힘겨운 상황임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영화 산업에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있다. 국내 상영관들이 해외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상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로, 영화진흥법을 통해 모든 극장이 연중 5분의 2에 해당하는 1백46일 이상 한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한국 영화를 시장에서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은 어떠할까? 국내 시장에서 보호는커녕 국내 시장에서 셧다운제(12시 이후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를 통해 서비스를 제한 받고, 매출의 일정 규모를 납부해야 할 강제적 조항까지 생겼다. 해외 서비스 기업 및 게임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게임사에 한해서만 법률을 시행할 예정이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기준 한국 게임 산업은 1조7000억 원의 해외 수출액을 기록해 문화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산업과는 약 3배의 수출 실적을 보이고 있을 정도니, 경쟁력이나 산업적 가치는 두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매년 연초 정부 목표를 통해서는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과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진흥을 통해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진흥법도 존재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진흥이 아닌 규제를 위한 법률에 가깝다.

때문에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규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국내에서는 다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미국의 경우 민간단체 중심으로 과몰입 방지를 위한 조사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게임업계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스는 지난 2004년 게임이용 금지 법안이 제정돼 있지만, 유럽연합이 그리스 정부를 유럽 사법 재판소에 제소해 승소, 법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국내의 한 게임관계자는 “아직 셧다운제에 대한 세부적인 시행안을 만들어 두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에게 법률을 앞세워 서비스 제한만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업체에서도 청소년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할만한 시행안이 없는 상황에서 셧다운제를 강행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떠않아야 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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