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게임 셧다운제에는 청소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거요? 어짜피 안될거 어른들도 알걸요? 왜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적용된다고 해도 저희한테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보는데요"
오는 20일 자정부터 전면 시행되는 "청소년보호법 20조 일부 개정안"이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당사자들인 청소년들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오히려 "단지 귀찮은 일이 하나 늘었을 뿐 그다지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엿보인다.
이는 곧 그 많은 규제 조항들이 정작 청소년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뜻하지만, 이 법을 만들어낸 사람들 중 청소년들의 이와 같은 반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법을 처음 만들겠다고 하는 순간부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그 어느 순간에도 청소년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재돼 있었다. 청소년은 단지 '강제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보호해야할 보호의 대상이었을 뿐 어떻게 올바르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토론해보자며 열린 토론회에서조차 게임이 청소년에게 나쁜 것이라는 이야기는 나왔지만 새로운 법안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많은 청소년들은 여성부와 이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면권'을 보호하기 위해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왜 수면권을 보호해야하는 상황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가 끝난 뒤 학원이나 야간 자율학습까지 모두 마친 학생이 밤 늦게 집에 돌아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남아있는가?" 라고 반문하며 게임 이외에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없는 현실을 해결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일부 어른들에 불만을 표현했다.
특히 야간자율학습과 학원으로 인해 자유시간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은 늦은 시간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데도 그저 "잠을 자서 풀어라"라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며 어이 없어한다.
"단 한번이라도 우리가 하루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똑같이 생활해 본다면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는 못할거에요" 지난 10일부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11(이하 지스타2011)이 진행되던 부산 벡스코에서 만나본 청소년들이 불평스럽게 던진 이 한마디는 정작 들어야할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열렸던 한 토론회에서는 주최자가 "게임 산업과의 전쟁에서 계속 패했지만 이제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러분들은 거룩한 성전에 참여한 전사다. '셧다운제'를 기반으로 하여 좀 더 호전적인, 공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며 마치 십자군 원정을 떠나기 앞서 교황이나 왕이 했을 법한 말로 참석자들의 전의를 고취시켰다.
이 말은 그동안 '셧다운제'을 준비해왔던 이들이 스스로를 "게임 산업으로부터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구하기 위해 성스러운 전쟁을 떠나려는 전사"로 여기고 있음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십자군 원정을 떠난 병사들이 예루살렘의 상황을 몰랐던 것처럼 청소년이 처해있는 상황은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말에 박차를 가할 뿐이라는 것으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진정 청소년을 구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받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를 "청소년을 위해, 우리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이야기하고 의기양양해한다면, 그 이상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