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셧다운제, 여성부의 무지(無知)인가, 무력(武力)인가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 여성부라고 검색하면서 연관 검색어를 보니 의아했다. 여성부 폐지, 여성부 개드립, 여성부 셧다운제, 여성부 까는만화, 여성부 만행 등 여성부를 비방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던 것. 주로 여성부를 검색할 때 사람들이 저런 내용을 포함해서 검색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여성부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여성부로 검색해보니 상태는 더 심각했다. 블로그 란에 가보니, ‘여성부는 빨리 엎드려뻗쳐’, ‘엄마 집나간 여성부 XX들’ 등 부정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나아진 것이란다. 불과 얼마전 까지는 '여성부 국제망신'이 연관 검색어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여성부. 왜 여성부가 사회적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이렇게 부정적일까. 최근 이 부서에서 실행에 옮긴 '셧다운제'(청소년 16세 미만은 법으로 게임을 금지한다)를 살펴보고 나서야, 본인도 왜 그러는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게 됐다.
사실 셧다운제의 취지 자체는 높이 살만하다. 청소년들에게 새벽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 자체에 어떤 이견이 있으랴. 하지만 그 취지를 조금만 더 들춰내 보니 고약한 악취가 풍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여성부 측에서 제시하는 근거가 ‘인터넷 중독에 걸린 청소년이 아주 많다’는 단편적인 부분이 전부라는 게 문제였다. 이후의 논리는 매우 이상하다. 인터넷 중독이 곧 게임중독이란다.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 중에서 게임중독의 비중이 얼마가 되는지는 자료가 없다. 그런 부분이 명확해야 법을 상정하고 진행할텐데, 그냥 “게임은 마약이랑 같아. 막아야돼” 라며 우격다짐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에 반전이 있었다. 2010 게임백서를 보니 심야시간에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단 5%에 불과했다. 즉, 셧다운제의 대상인 청소년은 해당 시간에 게임을 많이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정도 수치면 취침 교육이나 캠페인으로도 얼마든지 효과를 볼 수 있을텐데, 왜 굳이 게임사들을 압박해서 일일이 개인정보 입력란을 만들도록 했을까? 라는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작 대상인 청소년은 해당 시간에 게임을 많이 하지 않지만, 그 청소년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 셧다운제였다. 규제 대상이 없는 규제라니, 여성부가 바보도 아니고.. 다른 목적이라도 있나? 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그리고 여성부에 대한 비판은 여성부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mogef)에서 이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여성부 페이스북은, 아니나다를까 셧다운제와 관련해 많은 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주를 이뤘다. “벽이다 벽” “말이 안통하네” 등등.
여기서 느낀 점은, 여성부가 게임을 대할 때 철저히 논리를 배제하고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부모들이 생각하기에 게임은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니까, 자신들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복안일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무서워졌다. 억지도 이 정도면 무력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적법한 절차를 거친 무력이기 때문에 더 무서워졌다.
청소년과 관련된 법은, 늘 청소년을 위해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결코 청소년에게 제재수단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게임을 못하게 하면 그뿐, 집안에서 제대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터넷이나 영화, TV 등 놀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집안 문제다. 그걸 여성부가 모를리가 없다.
그리고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셧다운제의 논리를 주욱 이어가면, 12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이라면 무조건 잠을 자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확장이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헌법소원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현재 게임업계에서 셧다운제 관련으로 시스템 구축 등에 드는 비용은 연간 3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 비용이, 여성부의 착오 때문에 허공에 날리는 비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게임을 마약에 비유하는 착오는 둘째치고, 진정 청소년을 위한 여성부가 되는 길 마저도 아직은 멀기만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