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에이스컴뱃, 어설트 호라이즌

이원태 lwtgo@hanmail.net

플라이트슈팅게임으로써 거의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게임을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에이스컴뱃 시리즈를 꼽는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고 팬층도 두터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요즘은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에이스컴뱃이 이번 신작에서 새로운 변화를 선보였다. 전투기에서 벗어나 헬기를 도입하고 건쉽, 측면사수 등을 도입해 새로운 감각의 게임으로 돌아왔다. 과연 최신작 에이스컴뱃 어설트 호라이즌(이하 에이스컴뱃 AH)의 변신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각종 연출로 비주얼요소를 극대화

에이스컴뱃 시리즈는 항상 당시대의 게임들에 비해 앞선 그래픽으로 사실적인 모습을 게임 속에 담아냈다. 물론 지상에 다가갈수록 처참해지긴 했지만 다양한 환경과 배경에서 공중전을 즐기며 감상하는 경치는 상상이상의 매력요소였다. 에이스컴뱃AH 역시 비슷한 느낌이다. 지상의 모델링은 전작들과 그리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어 오히려 실망감만 느끼게 해주지만 다양한 연출은 투박한 지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기 충분하다. 상대기를 격추했을 때의 효과가 더욱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폭격이나 특정지역을 파괴할 때의 모습이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에이스컴뱃AH의 메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DFM(도그파이트모드)와 카운터기능을 통해 기본 컨트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DFM이 발동되었을 때는 어느 정도 적기를 자동으로 호밍하며 비행하게 되는데 이 때 건물이나 협곡사이를 누비고 급격한 방향전환을 하는 등 그야말로 정신없는 도그파이팅을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적에게 뒤를 잡혔을 때는 카운터를 사용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켜 반대로 적의 꼬리를 잡는데 이런 연출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항상 장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영화 같은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된 연출들이 변화가 없기 때문에 두 번, 세 번째 플레이를 할 때는 감흥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식의 미션은 기존 팬에겐 반발감이 생길만도...

에이스컴뱃 AH의 큰 변화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헬기 및 측면사수, 건쉽 등의 새로운 느낌의 미션이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할지는 몰라도 누구에게나 재미요소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에이스컴뱃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공중전, 지상폭격, 침투 등의 다양한 형태의 미션을 공통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해 플레이어의 컨트롤로 제압하는 묘미가 있었다. 20개의 미션이 있었다면 20개의 미션을 모두 비행기로 해결했는데 에이스컴뱃AH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전투가 개입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전투기를 조작하는 미션이 제한되고 축소된 것이다. 이런 점은 기존 팬들에게 상당한 반감을 살만한 부분이다.

새로 투입된 공격헬기 미션 같은 경우 조금은 다른 조작에 건물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임무를 해결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건쉽의 폭격도 측면사수도 재미는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기존 에이스컴뱃 팬들이 모두 환영할 만한 요소인가 라고 한다면 단언컨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측면사수의 경우는 내가 에이스컴뱃을 하고 있는 건지 다른 슈팅게임의 미션을 하고 있는 건지 정말 느낌이 애매모호하다. 이번 에이스컴뱃AH에서는 하나의 미션길이가 짧지 않다보니 맥이 끊기는 느낌이 들 정도. 이번 에이스컴뱃AH가 기존의 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는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시스템의 비중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지 않을까?

호불호 1, DFM

에이스컴뱃AH를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DFM(도그파이트모드)과 ASM(공습모드)의 추가 덕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에이스컴뱃 시리즈가 수동조작으로 공중을 빙빙 돌면서 다소 답답한 느낌의 도그파이트였다면 에이스컴뱃AH의 도그파이트는 영화나 만화에서 보던 롤러코스터 같은 공중전을 선보인다. 말로만 설명을 들으면 후자 쪽이 당연히 더 재미있고 발전한 형태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분명 DFM모드(상대기체가 일정거리 내에 있을 때 LB+RB로 발동)를 사용하면 정말로 이게 도그파이팅이다 싶을 정도로 근거리에 붙은 채로 미사일과 기관총을 쏘며 아슬아슬하게 건물사이를 피하고 바다를 비껴가는 연출이 멋지다. 하지만 너무나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한다는 느낌보다는 끌려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기존의 도그파이팅은 화려한 맛은 없었어도 고생 끝에 뒤를 잡고 서서히 격추시켜가며 압박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AH에서는 너무나 쉽게 뒤를 잡으니 오히려 시시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DFM모드가 있다고는 해도 적들도 플레이어의 뒤를 쉽게 잡고 수시로 들이대니 느긋하게 플레이할 정도로 만만치는 않다. 편하고 재미있긴 한데 분명 기존 팬들에겐 어느 정도 거부감이 느껴질 법도 하다.

호불호 2, ASM

DFM이 공중전이라면 ASM은 공대지폭격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일정궤도에 진입하여 감속비행하며 지상의 적들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에이스컴뱃은 다수의 지상타겟을 처리하기 위해 목표 중심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았는데 ASM은 한 번 지나가면서 타겟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 정도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하다. 하지만 ASM 역시 DFM처럼 뭔가 플레이어가 게임에 끌려가는 인상이 강하고 미션 중에 한 번 지날 때 메인 타겟을 다 처리하지 못하면 게임오버가 되기도 하는 등 뭔가 불합리한 부분이 거슬린다. 예전에는 왔다 갔다, 상승&수직하강하며 공격하는 등 취향에 따른 공략방식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원천봉쇄당한 느낌이다. 편하긴 한데... 뭔가 좀 그렇단 말이야.....

가이드시스템이 있어도 난이도는 좀 있는 편

DFM이나 ASM같은 시스템이 있어서 너무 게임이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은 접어도 좋다. 얼마나 숙련이 되었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에이스컴뱃 AH의 난이도는 좀 어려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과 다르게 기체의 대미지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초기화가 되고 미사일장착수도 많아서 마구 사용해도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지만 DFM을 상대도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 앞의 적만 신경 쓰다가는 순식간에 뒤에 붙은 적기의 거센 공격에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션길이가 꽤 긴 편이고 순간의 방심이 게임오버로 이어지는 구간도 꽤 있는 편이다. 스테이지가 길다보니 곳곳에 체크포인트가 있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한글은 없다

에이스컴뱃 시리즈가 드라마를 중요시하는 게임인 만큼 스토리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감동은 천지차이인 법인데 아쉽게도 한글화는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에이스컴뱃시리즈에 비해서 스토리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았던 편이라 실망이었지만 그래도 한글화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PSP에서 에이스컴뱃이 한글화 됐을 때 정말 좋았는데 다음작은 한글화되길 기대해본다.

괜찮은 비행슈팅게임

에이스컴뱃 AH는 오래된 시리즈물의 최신작인 만큼 기본적인 퀄리티는 보장이 되어 있다. 현재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부분은 이 게임의 재미가 아니라 기존 시리즈와 너무 다르다는 골수팬들의 지적 뿐이다. 이 말은 에이스컴뱃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이라면 다양한 방식의 미션과 화려함을 지향하는 시스템으로 인해서 편견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언어의 문제가 좀 걸림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의 시스템만 이해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는 큰 문제는 없기 때문에 화끈한 비행슈팅게임을 찾고 있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온라인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코옵을 비롯해 대전모드도 즐길 수 있으니 최고의 파일럿을 목표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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