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개발사에게 이런 과거가? 콘솔 개발사들의 검은 과거
손을 댔다 하면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을 만드는 이들을 일컬어 흔히들 ‘히트메이커’라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한두 개의 성공작을 개발했다고 해서 사람들은 ‘히트메이커’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이 표현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만 허락된 표현이다.
이러한 ‘히트메이커’들은 게임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십수 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을 출시하고 꾸준하게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들 개발사에 대한 게이머들의 신뢰는 매우 두텁다. 게임에 대한 정보가 명확히 공개 되지 않은 시점에서도 개발사의 이름만 듣고 ‘이들의 게임이라면 즐겨볼만 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개발사들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는 있기 마련이다.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인기 연예인들의 ‘굴욕 사진’이 해당 연예인들을 당황하게 만들 듯이, 게임사에는 이들 대작 개발사들을 진땀나게 만드는 감추고 싶은 과거가 당당히 존재한다. 과연 비디오게임 시장의 거물들이 감추고 싶은 과거는 무엇이 있을까?
<모탈컴뱃이 부러웠던 괴물집단, 너티독>
크래쉬밴디쿳 시리즈, 잭 시리즈 등 명작 어드벤처 게임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을 개발하고, 근래에는 PS3 진영을 대표하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언차티드 시리즈를 개발한 개발사. 빼어난 기술력과 기획력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괴물집단’이라 불리는 개발사. 바로 너티독(Naughty Dog)의 이야기다.
그래픽이면 그래픽, 재미면 재미, 연출이면 연출까지 좋은 평가를 받아오고 흥행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둬온 이들은 얼핏 엘리트 집단, 실패를 모르는 집단이라는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감추고 싶은 과거는 있기 마련이다.
너티독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오점으로 남은 작품이라면 1994년에 3DO용으로 개발된 대전 격투게임, ‘웨이 오브 더 워리어’(Way of the warrior)가 손꼽힌다. 이 작품이 출시된 시기는 어클레임의 격투게임 ‘모탈컴뱃’의 성공 이후로 소위 말하는 ‘실사 그래픽’을 차용한 다양한 격투 게임이 쏟아지던 시기. 너티독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개발한 작품이 바로 ‘웨이 오브 더 워리어’이다.
총 9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이 작품은 실제 배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캡쳐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하지만 타격감은 물론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동작이 매우 어색하며, 캐릭터들의 기본적인 성능도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아 게이머들에게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전격투의 기초적인 재미인 공방전과 심리전 역시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다.
3DO라는 기기 자체가 성공하지 못 한 기기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게이머들이 망작을 논할 때 언급도 거의 되지 않는 작품이다. 게임을 접한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당시 게이머들은 이 작품을 만든 개발사가 십수 년 후에는 모든 게이머들이 찬양해 마지 않는 개발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로리타 콤플렉스를 노렸던 과거는 잊어주세요. 스퀘어에닉스>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스퀘어에닉스는 꽤나 익숙한 이름이다. 파이날판타지, 성검전설, 크로노트리거 등을 개발한 스퀘어와 일본의 국민 RPG인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개발한 에닉스는 일본을 대표하는 RPG 개발사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았다.
지금이야 두 업체가 합병되어 하나의 회사가 됐으며, 2000년 중반 이후의 행보가 과거의 그것에 비하지 못 해 아쉬움을 사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들 업체가 지니고 있는 이름값은 어지간한 개발사들의 이름값을 뛰어넘는다. 쌓아온 명성의 크기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합병 이전인 1990년대에 일본식 RPG의 대표적인 라이벌 개발사로 경쟁해 온 이들 업체가 사실은 1980년대부터 나름의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에는 RPG로 경쟁을 펼친 것이 아닌, 꽤나 낯뜨거운 게임들로 경쟁을 했다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에닉스는 80년대 초반 일본 내에서 불었던 로리타 콤플렉스의 인기에 편승한 작품을 1983년에 출시했다. PC-8801용 게임인 ‘로리타 신드롬’이 그 주인공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가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국민 RPG ‘드래곤퀘스트’를 개발한 에닉스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게임으로 아직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회자 되고 있다.
스퀘어 역시 ‘알파’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에닉스와 경쟁을 펼쳤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린 소녀 대신 금발의 여성이 등장하는 어드벤처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게임의 내부에 성적인 장면을 상당수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삼국지로 먹고 살기 전에는 성인게임으로 먹고 살았던 코에이>
코에이는 상당히 특이한 개발사라 할 수 있다. 코에이는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지니고 있는 일본 최초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 시리즈를 개발하고 일본 최초의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에어 매니지먼트 시리즈를 개발하는 등 ‘일본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업체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 최초의 경영 시뮬레이션과 역사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는 업적 이외에 코에이가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업적이 있다. 바로 일본 최초의 성인 게임, 흔히들 말하는 ‘야게임’을 개발한 업체라는 업적이 그것이다.
코에이는 1983년에 ‘단지처의 유혹’이라는 작품을 개발한 이후 1984년에는 ‘네덜란드 부인은 전기뱀장어의 꿈을 꾸는가?’라는 작품을 개발해 그 명성을 이어갔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에닉스의 ‘로리타 신드롬’의 성공에 자극 받았는지 1985년에 ‘마이 로리타’라는 작품을 내세워 일본 내 로리타 콤플렉스 바람을 이어갔다.
역사를 위주로 한 게임을 주로 개발하는 덕에 꽤나 점잖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코에이의 역사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의외의 과거라 할 수 있다. 코에이 역시 이러한 점을 알고 있는지 자신들이 이러한 게임을 개발했다는 과거를 부정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