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사의 영광, '웹게임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참한 신작
요즘 게임업계를 보면 소셜 게임 열풍에 주체를 못하는 모습이 종종 엿보인다. 올해만 해도 적어도 메이저 게임회사로부터 40여 개의 소셜 게임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각종 창투 쪽에서 소셜 게임이라고 하면 '묻지마 투자'를 감행하는 것을 보면서 위화감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소셜 게임이 이렇게 부각되는 데는 웹게임이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개발 난이도나 구조가 거의 흡사하고, 한 때 국내에 불었던 웹게임 붐이 소셜로 전이된 것으로 유추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업체들이 소셜 게임에 열중할 때 오히려 잘 만든 웹게임이 소리소문없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로마전쟁' 등의 웹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실력을 쌓아온 쌈지 게임즈가 '퍼니글루'로 개명하고 새로 시작한 '기사의 영광'. 이 게임은 여러모로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게임이었다.
솔직히 웹게임 '에버니' 이후 웬만한 웹게임은 대부분 같은 시스템으로 개발되어 왔다. '삼국지W' 정도만 차별점이 있을까, 'K3' '로마전쟁' 등등 대부분의 게임들은 같은 육성 시스템을 시작으로 전투로 진행되는 시점까지 큰 줄기는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웹게임들은 척박하다고 소문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고 각각 연명했다. 6개월 동안 바짝 조이다가 향후 업데이트가 부실해서 사그라지는 경우는 있어도 초반 분위기는 대부분 좋았다. 이 '기사의 영광' 또한 큰 차별점이 없음에도 최근 OBT 이후 빠르게 서버를 증설하는 등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6개월 뒤의 수명 여부는 개발사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기사의 영광'의 전체적 배경은 세계 최강의 3대 문명 국가(로마/이집트/몽골)를 게임으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웹게임의 기본 줄기가 전투이고, 3개의 문명의 격돌을 다룬다는 점에서 우선 테마는 합격점이라 할 수 있다.
처음 들어가면 친절한 튜토리얼이 눈에 띈다. 웬만한 웹게임들이 초반 5분 정도만 간단히 사용법을 알려주고 끝내는데 반해 이 게임은 레벨20 수준까지 꾸준히 계속 쉽게 플레이 가능하도록 알려준다. 섬세한 튜토리얼을 만드는데 개발쪽에서 부담이 되었을텐데.. 개발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시스템은 위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다른 게임과 다를 바는 없다. 각 국가의 게이머들은 서로 싸울 수도 있고, 동일한 국가의 플레이어와 군단을 결성할 수도 있고 다른 플레이어를 점령하거나 점령 당할 수도 있게 해놓았다.
다만 사용자환경 등 세세하게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한눈에 들어오는 발전 및 전투의 화면 구성도 인상적이고, 간략한 자원 채집 콘텐츠 및 도시 발전 시스템 등 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다.
전투도 육지냐 해상이냐의 차이에 약간의 액션성을 가미했을 뿐 기존 웹게임과 다를 바는 없는데, 진법의 사용과 역사적인 무장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기도 한다. 역사적인 무장을 격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군으로 등용할 수 있는 부분은 이 게임의 기본 테마와 함께 훌륭하게 고안된 시스템이라 할만하다.
특히 부분유료화 아이템으로써 웹게임에서 무장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부분에 대한 설계가 좋다. 무장을 훈련시키고, 아이템 장비를 통해 군부대의 전투력을 높이는 등 전투를 강화시키는 요소가 많은데 한가지 흠이라면 너무 부분 유료화 쪽으로 치우친 건 아닌가 하는 위화감 정도다. 딱히 하자는 없다.
자원은 금화, 은화, 식량, 무공, 명성의 총 5가지로 구성된다. 건설대열 시간을 단축시키는 금화가 사실상 게임 내에서 가장 중요하고, 개발사의 주 수익 원이다. 은화는 시설 업그레이드에 쓰이며 병력 충원에는 식량이, 장수&연구를 할 때는 무공이 필요하다. 타 군주를 점령하거나 미션 전투를 마치면 명성이 차게 된다.
튜토리얼과 마찬가지 개념으로 다양한 퀘스트가 적절한 시기에 등장하는 것도 '기사의 영광'이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이미 하나의 웹게임을 훌륭히 서비스했던 노하우랄까, 슬슬 지겨워진다 싶으면 새로운 퀘스트를 던지는 등 적절한 타이밍에 계속 게이머들을 게임에 머물게 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협력 전투 시스템을 보면 다른 게이머와 엮여지는 부분으로 소셜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다른 게이머와 엮이는 것이 다소 불편할 때도 있다. NPC를 통해서 혼자로도 협력 전투를 즐길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외에도 장비의 업그레이드, 무장 배치, 전투 시 진법 등 매력이 충분해 적어도 레벨40 정도까지는 계속 몰두해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기사의 영광'을 살펴보면, 기본 웹게임의 시스템에 충실하고 개발사의 배려가 섬세하게 적용되었을 때에 큰 차별점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웹게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이 게임을 보면 왜 굳이 모두가 뛰어드는 소셜 게임에 열중해야 할까, 개발 구조가 흡사한 웹게임으로 탄탄하게 만들면 오히려 블루오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그만큼 '기사의 영광'은 현재 초반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게임에 대한 반응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러한 인기를 향후 공성전이라든지, 새로운 업데이트 콘텐츠로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3개 문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역사적 인물을 무장으로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사에서 뒷짐지고 있으면 바로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웹게임 시장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1년 후 이때 쯤에 다시 한 번 이 게임을 성공작으로 살펴볼 수 있을까,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