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로 변신한 창세기전4, 핵심은 캐릭터 수집
국내 패키지 게임의 명가 소프트맥스가 필살기를 꺼냈다. 소프트맥스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창세기전 시리즈의 신작 창세기전4를 공개한 것. 창세기전4는 창세기전3 파트2 이후 무려 11년만에 등장하는 신작이면서,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국 PC 게임의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게임의 신작인 만큼, 지난 18일 처음으로 공개된 창세기전4의 프로모션 영상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오랜만에 등장한 신작에 대한 높은 기대감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으로의 변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실체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영상이라는 점을 너무 의식한 듯 너무 많은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 게임에 대한 의문점만 가득 남긴 상황이다.
이에 게임동아에서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창세기전4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소프트맥스의 최연규 이사를 만나 동영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게임의 실체를 확인해봤다.
"창세기전4를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추진되던 것이었습니다. 창세기전3 파트2가 발매됐던 시절에는 PC 패키지 게임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온라인 게임이 대세가 됐으니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하는게 당연하죠"
최연규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창세기전을 온라인 게임화 하려는 시도는 꽤 이전부터 있었다. 90년대 말에도 한번 있었고,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지만 테일즈위버나 포리프 같은 다른 프로젝트로 인해 타이밍이 맞지 않았으며, 특히 마그나카르타2 개발기간이 길어지면서 2008년에서야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최이사는 PC패키지와 온라인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온라인 게임을 떠올리듯 온라인 게임이 시장의 대세가 됐고, 창세기전도 그것에 맞게 변화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이사 자신도 90년대에는 일본식 패키지 게임을 많이 즐겼지만, 이제는 주로 온라인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한다.
"창세기전4는 소프트맥스에서 오랜기간 개발을 해오시던 분들과 온라인 게임 개발을 위해 새롭게 영입한 분들이 함께 팀을 이뤄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동영상에서 확인하셨다시피 퀄리티에 자신있습니다"
창세기전4는 최근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대작게임처럼 비싼 상용화 엔진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잠깐 스쳐지나가 잘 전달이 되지 않았지만 프로모션 영상은 100%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으로 구성됐으며, 엔진을 굉장히 많이 개선해 게임브리오 본사에서도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해올 정도로 퀄리티를 끌어올렸다고 한다.
최이사는 언리얼 엔진을 마그나카르타2 때 이미 사용해봤지만 국내에는 능숙한 프로그래머가 많지 않아서 상당히 힘들었었다며, 반면에 게임브리오는 굉장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 원하는 바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창세기전4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진들은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탄탄한 팀웍을 자랑한다. 캐릭터 디자인은 창세기전3에서 김형태씨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던 이경진 차장이 담당하고 있으며, 과거 소프트맥스에서 테일즈위버를 총괄했던 이득규 실장도 다시 복귀했다. 재미있는 점은 프로모션 영상에서 등장한 첫장면을 과거 신입 직원이었을 때 서풍의 광시곡의 그 장면을 담당했던 분이 다시 담당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분의 현재 직급은 부장이다. 창세기전과 일생을 같이 한 사람들이 다시 모여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동영상에서 공개된 전투 장면 때문에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창세기전4는 턴제가 아닌 실시간 MMORPG입니다. 게이머가 캐릭터를 수집해 자신만의 부대를 구성하고, 부대단위로 전투를 펼치는 방식이죠"
모든 시리즈 게임들이 다 그렇듯 최이사가 창세기전4를 구상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구현할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검토한 끝에 나온 결론은 캐릭터 수집이었다.
최이사가 창세기전 시리즈의 핵심을 캐릭터 수집이라고 결론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창세기전 시리즈 역시 게이머가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을 영입하고, 그들을 강하게 하는 과정이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이사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는 코에이사의 삼국지도 사실상 전략보다는 유명 장수를 영입하는 것이 주된 재미이며, 풋볼 매니저나 프로야구매니저 등의 게임도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주고 시합은 자신이 뽑은 선수의 화려한 실력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창세기전4의 전투는 게이머가 자신의 캐릭터를 수집해서 부대를 구성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전작에서 등장했던 캐릭터의 화려한 스킬들도 당연히 등장을 하며, 캐릭터 구성 조건을 만족시키면 천지파열무 같은 화려한 필살기를 연환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원작에서 등장하는 마장기도 강력한 위력을 뽐낼 예정이며, 이 역시도 캐릭터와 함께 막강한 수집 요소가 될 계획이다.
최이사는 과거에는 혼자서 모든 부대를 조작해야 했기 때문에 턴제가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게이머가 각각 자신만의 부대를 조작하게 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전투가 펼쳐질 수 있다며,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6:16의 대규모 전투, 즉 한 게이머당 5명의 캐릭터를 조작하므로 총 160명의 캐릭터가 참여하는 전투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창세기전4에서 캐릭터 수집을 핵심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그동안 창세기전이 이어지면서 방대한 세계관 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활용하면서 창세기전 시리즈의 재미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고, 스토리텔링 또한 원작의 계승과 온라인 게임에 맞는 시나리오 구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창세기전4의 시나리오는 모두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다. 과거 창세기전3 파트2에서 우주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로 시나리오가 완료됐지만, 창세기전4에서는 게이머들이 창세기전의 역사에 관여하면서 역사가 조금씩 틀어지게 되고, 그 결과 개개인마다 조금씩 달라진 우주가 평행하게 존재하는 일종의 나선 형태를 가지고 된다고 한다. 창세기전4의 부제가 스파이럴 제네시스로 결정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예를 들면 서풍의 광시곡의 엔딩에서 시라노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것처럼 창세기전4에서도 게이머가 각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영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달라지게 된다. 캐릭터들은 단지 이름으로만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영입하는 시점이나 나이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게 되므로, 결론적으로는 게이머마다 굉장히 다양한 부대 조합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대부분 흑태자 같은 강력한 캐릭터를 선호하겠지만, 그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보다 많이 바꿔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올라가게 되며, 한번 선택한 이후에는 그것을 되돌릴 수가 없어 한 게이머가 모든 캐릭터를 가지게 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최이사는 온라인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설정된 모습이 아닌 자신의 분신처럼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패키지 게임처럼 1인칭 시점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도록 만드는게 쉽지 않다며, 창세기전4에서는 각각의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게이머는 시간여행자가 되어 2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이들의 스토리를 즐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온라인 게임인 이상 이전 시리즈처럼 엔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개념처럼 일정 단위로 시나리오가 일단락되고, 새로운 시즌2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개발중이라고 한다.
"창세기전4의 클로즈 베타 테스트는 연말 정도, 그리고 유료화 모델은 부분유료화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퍼블리셔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동영상을 통해 CG 화면이 아닌 실제 게임플레이 장면 공개한 만큼 현재 창세기전4의 개발 진척도는 상당히 많이 진행된 편이다. 최이사는 아직 자체 서비스를 할지, 퍼블리셔를 구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그것에 따라 서비스 시기, 유료화 모델 등의 변동이 있을 수도 있지만 연말에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개발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상을 공개한 후 많은 분들이 남겨주신 의견을 봤습니다. 시리즈의 매력이 잘 살아날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시는 것 같은데 창세기전4는 억지로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게임화 하기 위해 10년 이상 많은 고민을 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걱정하시는 부분들을 다 보강해서 멋진 모습으로 탄생시킬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현재 창세기전4는 워낙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게임인 만큼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편이다. 최이사도 이 같은 반응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팬들에 대한 한마디를 요청하는 기자의 말에 창세기전 특유의 매력은 창세기전4에서도 똑같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최이사는 창세기전4를 다른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처럼 만들 생각은 절대 없다며, 기존 시리즈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있는 창세기전4의 독특한
게임성을 기대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소프트맥스는 페이스북에 창세기전4 공식 페이지(http://www.facebook.com/SpiralGenesis)를 개설하고, 창세기전1부터 창세기전3 파트2까지의 영상 공개 및 최연규 이사의 싸인이 담긴 족자를 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추억 되살리기에 힘쓰고 있는 상태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추억이 창세기전4에서는 어떤 형태로 진화했을지 테스트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