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 보기⑥] 기성세대, 게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이라는 말이 있다.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1권 머리말에 나온 말로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아는 만큼 보인다’, ‘알아야 참으로 보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서, 기성세대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게임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데 있다.

바로 게임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하면 안되는 것’, ‘게임은 또 다름 마약’과 같은 자극적이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 등장했고, 이와 같은 것들이 사실인양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1차적 장소인 가정의 상황만 봐도 현재 기성세대인 학부모들과 청소년들의 거리를 알 수 있다.

2011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과반수가 넘는 청소년들이 부모와의 하루 대화 시간이 한 시간이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게임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학부모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마저도 일주일에 1번 이하인 경우가 6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게임 이용지도의 어려움에 대해 규제가 불가능하다(40%)는 이유를 가장 크게 꼽았고, 이와 함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17.8%)는 이유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게임을 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도 11.1%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소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에서 1차적으로 게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이용하고 있는 게임의 종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게임 과몰입의 책임을 게임사만의 문제로 전가한다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서도 학부모들의 인식부족은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이용실태보고 조사에 따르면 셧다운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부모는 53%에 불과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조사에 응한 성인 및 학부모들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셧다운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국내의 게임시장이 자리 잡고 활성화 된 것이 아직 채 20년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시장은 오래전부터 보따리 시장을 중심으로 음성적으로 커왔고, 국내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게임도 15년 남짓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는 현재의 학부모들이 접하지 못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유병률 작가는 자신의 저서인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통해 '문화적 세대차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문화의 세대가 나뉘어 있으며, 세대 간 문화소통이 단절되어 문화적 세대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임도 그러한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기성세대가 바라보고 알고 있는 게임과 현재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게임문화는 분명 다른 형태와 모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게임을 바르게 보고 정확하게 알 필요성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얼마 전 청소년들의 게임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많은 규제 법안을 양산해 낼 것이 아니라, 그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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