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논란 ③] 각 부처들 만드는 게임 기금에 네티즌들 ‘속 보인다’ 눈총
“겉으로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 같이 이야기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돈 이야기네요. 그렇게 나쁘다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막아야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고 왜 엄한 게임 기금 만들어 자기들이 관리하겠다는 소리만 하는 걸까요? 속이 보여도 너무 빤해서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게임에 대한 마녀사냥이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각 관련 부처들이 앞다퉈 만들겠다고 선언한 ‘게임기금’에 대한 게이머 및 네티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처음 기금을 만들겠다고 토론회에서 공개한 이후, 게임에 관련된 규제 방안에 있어서 이른바 청소년을 보호하는 용도의 기금 모금 방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
게임업계는 그 동안 게임문화재단을 통해 게임 관련 기금을 운용해 오고 있었으며 2012년에도 30억 원 이상이 추가 투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성부는 이 기금을 ‘면죄부’라고 깎아내리면서 굳이 4,000억 규모의 새로운 기금을 만들어 ‘자신들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에 부딛혀 한발 물러나 기금 모금 수치를 조절한 상태이며,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최근 발표된 방안을 통해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범이니 이에 책임을 지고 방지를 위한 기금을 내라”며 여성부때와 비슷한 기금의 강제적 징수 방안을 발표했다.
사실 이 기금들이 그 목적이 긍정적이고 사용될 목적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봤을때 사람들의 반응은 “영 아니올시다”라는 평가다. 여성가족부는 그간의 방만한 운영과 예산 사용처 공개 거부 등 불성실한 모습으로 질타를 받아왔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그간 진행해온 교육 정책의 실패를 책임져야할 시점이 다가오는데다가 일부 진보 교육감들과의 대립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각 처부는 부정적인 분위기를 반전하고 재원도 확보하기 위해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게임을 타겟으로 조준 사격을 시작했으며 여기에 자식에 대한 일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학부모들과 자극적인 논조를 앞세운 일부 언론들까지 가세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돼버렸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체육부가 게임문화재단의 기금쪽에 손을 들어주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새로운 기금 모금 정책에 대해 반대 뜻을 분명히 했지만,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세에 눌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중복 기금 징수라는 거대한 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상황이 이리되자 게임업계는 “게임업계에 일하며 이렇게까지 힘이 들은 적이 없다” “게임하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돈까지 뜯겠다는 수작이냐” “10년전 만화업계가 당했던 것을 그대로 당하게 됐다”며 한숨을 쉬고 있지만 정확한 정책이나 대안이 결정되지 않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부정적인 반응은 네티즌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각 커뮤니티에는 연일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기금 모금 정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게임문화재단의 기금이 면죄부면 정부 부처들마다 뜯어가겠다는 기금은 천국행 1등석 티켓이냐?” “지금 이들이 하는 행위야 말로 게임 업계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이자 왕따행위” “방만한 자금 운용과 정책 실패 등 자신들의 잘못을 게임을 볼모삼아 벗어나려는 꼼수”라고 밝히며 양 부처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이 지금 정부의 눈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일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정책 놀음으로는 그 누구도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없다”며 “잠깐의 기분만족을 위해 거위 배를 가르려는 지금 각 처부의 행태는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것이며, 우수 인력과 기술을 해외로 뺏겨 게임 산업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