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을 섞으니 더 재미있다. 무쌍오로치2

무쌍 오로치 시리즈는 코에이 테크모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전국무쌍 시리즈를 섞으면서 시작한 게임이고, 실존했던 무장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역사 게임은 아니다. 무쌍 오로치 시리즈의 뿌리인 두 게임이 역사적 사실을 조금이나마 활용한 게임이라면 무쌍 오로치 시리즈는 한 번의 재해석을 거친 캐릭터들을 다시 재해석한 캐릭터 게임이기 때문이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전국무쌍 시리즈가 2차 창작이라면 무쌍 오로치 시리즈는 3차 창작인 셈. 그래서 삼국지와 일본 전국시대로 모자라 코에이 테크모가 재해석한 각종 중국 신화, 일본 신화 캐릭터와 코에이 테크모가 제작한 다른 게임의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다른 게임의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이는 캐릭터 게임들이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SNK의 킹 오브 파이터 시리즈, 반프레스토의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캡콤의 VS 시리즈 등등) 무쌍 오로치 시리즈 역시 두 게임의 팬들은 물론이고 무쌍 오로치 시리즈로 팬이 된 게이머들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준수한 게임 퀄리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이 무쌍 오로치 시리즈가 어느덧 다섯 번째 작품인 무쌍 오로치 2(이하 오로치2)까지 등장했다. 조작 무장만 총 129명인 이번 오로치2는 시간여행을 주요 테마로 삼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캐릭터들만 많이 모인 팬서비스 게임 같지만, 오로치2가 보여준 기존 소재의 재활용과 개량은 결코 팬서비스 수준이 아니다. 전작들이 단순한 캐릭터 게임을 넘어서 수작이란 평가를 받은 것처럼 오로치2도 캐릭터 숫자만 믿는 게임이 아니라 코에이 테크모가 무쌍 시리즈에게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반영된 게임으로 등장했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액션, 캐릭터, 게임 모두 훌륭하다

오로치2는 밑바탕인 두 시리즈 중 최신작인 진 삼국무쌍 6과 전국무쌍3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DLC, 확장판의 변경점을 적용하고 오로치2만의 밸런스 조정을 거친 결과 두 작품을 질리도록 플레이 한 게이머일지라도 새로운 감각으로 오로치2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오로치2만의 개별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밑바탕인 두 게임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가령 진 삼국무쌍 6 최고의 개선점 중 하나인 무기 교체가 오로치2에서 사라진 대신 팀 액션의 스위치 콤보가 생기면서 전국무쌍 캐릭터들까지 두 가지 이상의 액션을 활용하게 됐고, 전국무쌍3의 영기 시스템이 진 삼국무쌍 시리즈나 무쌍 오로치 시리즈의 캐릭터들에게 주어지면서 기존 시리즈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액션들이 펼쳐진다. 여기에 무장마다 정해진 어태커 타입 및 타입 액션의 활용이 전투의 열쇠이자 조작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덕분에 전작들에서 지적당한 단점들이 상당수 사라졌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캐릭터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선 지금까지 코에이 테크모가 무쌍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쌓아 올린 노하우를 전부 투입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실 오로치2는 역사적 사실과 별개로 코에이 테크모에서 재해석한 캐릭터 지식이 없거나 전작들을 하지 않은 게이머가 공감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다. 비단 오로치2만이 아니라 무쌍 오로치 시리즈 자체의 단점. 그러나 오로치2는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쌓아온 캐릭터 관계도를 100% 활용한 우호도 시스템, 시간여행과 세계관 통합이란 설정 덕분에 묘사 가능한 이벤트들로 게이머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갤러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일러스트, 대화, 복장 감상은 덤. 이런 장점들은 지금껏 코에이 테크모 게임을 즐긴 게이머들이 바란 캐릭터 게임과 코에이 테크모가 생각한 이상적인 캐릭터 게임의 모습이 겹치면서 탄생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코에이 테크모는 지금까지 제작한 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으며 오로치2처럼 캐릭터 활용에 장애물이 없는 게임에서라면 언제든지 게이머들을 만족시켜줄 능력이 있단 반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코에이 테크모의 캐릭터 활용이 못 마땅했던 게이머들에게 오로치2를 더욱 추천하고 싶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만약 캐릭터와 액션을 제외하고 게임만으로 오로치2를 즐기려 한다면 재미의 절반을 포기하는 행위다. 하지만, 준수한 게임성 덕분에 남은 절반만으로도 기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시간여행으로 자칫하면 서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진행 순서가 뒤죽박죽 엉킬 수 있는 구조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점, 단순히 위치 이동과 전투만 반복하는 전장에서 벗어나 게이머와 아군이 함께 계략을 펼치고 유기적으로 전장을 지배해가는 스테이지 구성, 스톡 경험치 축적으로 진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전투 준비 요소, 게이머의 콘텐츠 생산 및 온라인 활동 도모 등 게이머의 집중도를 높여 게임의 재미에 빠져들도록 부추기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한편 게임의 본편인 스토리 모드의 분량 자체만으로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며 무기 수집 및 연성, 캐릭터 성장, 스테이지 진행 분기처럼 깊게 파고들 요소야 여럿 있으니 게임 하나로 오랜 시간 즐기고 싶어 하는 게이머들에게도 안성맞춤. 무쌍 오로치 시리즈가 앞으로 지켜야 할 모범이자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언제나 디테일이 아쉬운 무쌍 시리즈

오로치2가 재미면에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준 탓에 상대적으로 아쉬운 게임의 완성도가 더욱 눈에 띈다. 특히 사소하지만 귀찮은 과정을 요구하거나 효용성이 부족하여 군살로 남은 콘텐츠에서 아쉬움이 크다. 진지에서 캐릭터끼리 대화를 나눠 새 전장을 여는 구조가 좋은 예. 캐릭터 활용과 스테이지의 설정을 알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게이머가 진지에서 직접 대화를 나눠야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모르거나 해당 무장이 진지에 나타나지 않아 스테이지 개방을 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는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고난이도에서 부조리할 정도로 강해지는 궁병, 확률에 의존해야 하는 몇 가지 요소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게임 모드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여럿 보이는데 무쌍의 전장의 경우 기존 스테이지를 게이머가 직접 재구성하여 새로운 전장으로 만든다는 취지 자체는 훌륭하나 코스트란 제한을 걸어서 다양한 스테이지 구성이 불가능하고 대화 메시지와 목소리부터 전장의 이벤트까지 직접 수정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더욱이 힘들게 무쌍의 전장을 편집하고 온라인에 올린다 해도 업로드한 전장의 목록이 난잡하게 섞여있어서 자기가 올린 전장을 찾는 건 고사하고(그나마 자기 평가를 보는 메뉴가 따로 있어서 다행) 특정인이 올린 전장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다운로드하여 플레이 가능한 무쌍의 전장이 딱 세 개뿐이라 좋아하는 전장을 여러 가지 소장하기 힘들고. 그밖에 온라인 플레이하 한 스테이지 클리어 할 때마다 리셋되어 지속적으로 즐기기 힘든 점이나 누적 경험치 스톡 및 희귀석 한도가 많이 낮다는 점, 스토리 모드가 워낙 자유도가 높은 탓에 반대로 프리 모드는 스토리 모드와 차이가 없으면서 플레이 누적이나 특정 콘텐츠 개방이 불가능한 단점만 가진 애물단지 신세인 점들은 깔끔한 마무리가 부족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재미와 완성도가 별개의 요소란 걸 오로치2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시리즈 더 내주세요

오로치2가 내부 서사에서 깔끔한 마침표를 찍은 탓에 앞으로 무쌍 오로치 시리즈가 더 나올지는 장담하지 못 하는 상황이다. 오로치2가 무쌍 오로치 시리즈의 미래를 밝힐 수작인지라 이 상황은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코에이 테크모가 진화한 무쌍 시리즈를 내놓겠지만, 무쌍 오로치 시리즈만큼 제한 없이 마음껏 제작 역량을 선보일 시리즈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응용 방법이 풍부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넘쳐나는 캐릭터들이 마음껏 활보하는 오로치2를 즐기면 무쌍 오로치 시리즈를 대체할 게임이 더더욱 생각나질 않는다. 부디 오로치2를 새 전환점으로 삼아 다시 무쌍 오로치 시리즈가 게이머들을 찾아오길 빌어본다. 확장판처럼 괜히 사골이니 재탕이니 소리 안 들을 작품으로 돌아오면 더욱 좋고.

무쌍오로치2
무쌍오로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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