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개발자의 한숨, "게임 개발 다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요즘 같은 현실에서 게임 개발, 정말 어렵습니다. 먹고 살기도 어려워져서, 이제 다 때려치울까란 생각도 하루에 몇 번씩 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 만난 테헤란로의 한 중소개발자의 하소연입니다. 과거 테헤란로는 젊고 싱싱한 벤처기업들의 산실이었지만 요즘 이곳은 한숨과 고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테헤란로를 떠나는 벤처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게임 하나만 만들어서 시장에서 좀 알려지면 몇 년은 편하게 산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독특한 아이디어나 기획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길은 열려 있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장르의 독특한 게임들이 사랑받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절이 있었죠. 그래서 게임은 신흥시장으로 주목 받으면서 다양한 업계의 투자가 이어졌고, 젊은이들에게 게임개발자가 주목받는 일자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벌써 10년이 지나버린 이야기네요.
"투자 받기는 어려운데, 인건비는 점점 올라가고, 게이머들의 눈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졌어요"
개발자들이 최근 가장 힘들어 하는 건 투자를 받기 어려워진 점입니다. 투자가 줄어든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단 사회적인 분위기도 큰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금융, 건설, 제조 등 제법 알려진 대형 기업들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고 문의가 있었으나 요즘에는 문의는 커녕 두 발에 땀나게 뛰어다녀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둬드리기 힘들어진 현실이 됐다는 것입니다.
게임은 마약이라는 분위기 속에, 게임을 잘 모르는 기업의 임원진들이 선뜻 뭉치 돈을 풀어놓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죠. 과거에는 크지 않은 규모의 투자로도 대박을 만들어낸 케이스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지금은 행여나 기업 이미지에 영향이라도 있을까 걱정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나마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캐피탈 정도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슷한 상황의 중소개발사들이 몰리기 마련이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것이죠. 때문에 대기업들의 M&A 유혹을 쉽게 떨쳐내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게다가 개발자들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 회사에서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빅3, 빅5로 불리는 대기업들의 스카웃 제의에 흔들리기 마련이죠. 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경력 있는 개발자들은 터무니없는 연봉을 요구하고, 결국 초보 개발자들을 채용하는 일이 잦아지는데 이들도 6개월, 1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일이 늘다보니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설명입니다.
이렇다보니 정작 중요한 게임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팀을 책임지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는 하소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게이머들의 눈은 높아지고 요구사항은 까다로워 진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야 상품에 대해 다양한 요구를 하고 보다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가장 어려운 고민거리 중에 한가지라는 것이죠.
눈만 돌리면 즐길 게임이 많은 현실이니까요. 요즘에는 초등학생들에게도 그래픽엔진 '언리얼'이란 이름은 생소한 단어가 아닐 정도입니다. 때문에 어설픈 그래픽의 게임 화면은 공개하지 않으니만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만난 개발자는 얼마 전 초등학생 조카에게 이게 삼촌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라고 보여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카는 그래픽이 너무 구리다면서 테라 급은 아니더라도 메이플스토리 정도는 되야 좀 할 만하지 않겠냐며 자연스럽게 아이패드 게임으로 손을 돌렸다고 합니다. 순간 얼굴이 붉어져서 할 말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좋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 만들고 싶죠.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아직 꿈을 버리진 않았지만 예전에 바라보던 그 모습이 점차 흐려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오늘도 중소개발사의 개발자들은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명확한 해답이 없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주 한잔을 기우릴 시간도 부족한 그들에겐 아직 꿈이 있기에 새벽이 오는 것도 잊은 채 오늘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꿈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