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에 철퇴 내리는 업체들, 비디오게임 시장 변화 부른다
비디오게임 개발사 혹은 퍼블리셔들이 가장 골머리를 썩는 부분은 단연 불법복제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이들 업체들의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중고시장의 존재가 그것이다.
불법복제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저작권을 무시하고 이를 유통시키는 행위이므로 법적인 제제를 가할 근거가 있다. 하지만 중고 게임의 유통과 거래는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 게임업체들이 중고시장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신고를 하거나 법적대응을 하려 해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에 강경하게 대응해 온 게임 업체들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고게임 유통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업계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중고게임 시장 때문에 회사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를 제제할 만한 방안을 내놓은 업체는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러한 중고게임 유통에 대한 업체들의 적극적인 방어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콘솔, PC 패키지 게임이 순수하게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이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온라인 연동이 필수인 시대가 된 덕분이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였다. EA는 자사에서 출시되는 게임에 온라인 패스를 동봉하고, 해당 패스를 온라인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네트워크를 이용한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없도록 했다. 이 방법은 적절한 효과를 봤다. 온라인 패스가 등록된 중고게임을 구매한 이가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중고게임 구입비용 이외에 온라인 패스 구매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EA는 이 방법을 통해 좋은 효과를 봤다. 해당 방법이 적용된 EA의 게임들의 중고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고 게임을 구입하고 온라인 패스를 또 구입하게 되면 새 제품을 사는 것과 동일한 비용이 들어가게 되니 구매자 입장에서는 굳이 중고로 게임을 구입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었지만, 멀티플레이에 관심이 없이 혼자서만 게임을 즐기는 고전적인 방식의 플레이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멀티플레이가 아닌 싱글플레이 콘텐츠 위주로 구성된 게임들은 여전히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다시 한 번 중고게임 시장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차세대 게임기인 Xbox720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공개되는 와중에 Xbox720에 중고 게임의 실행을 기기 자체에서 막아버리는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 기술의 구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을 최초 구동하게 되면 무조건 각 게임의 시리얼 넘버와 게임기에 등록되는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자신들의 수익이 온전하게 보전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으니 이들이 기뻐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에 반발하고 나서는 업체도 있다. 북미 지역의 게임스탑(GameStop)처럼 중고게임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업체들은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중고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반발은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 중간 상인이 아닌 콘텐츠 개발자에게 온전히 돌아가는 효과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중고시장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