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조용환, “블소의 배경은 연극 무대와 같다”

“강호에 어서 오십시오”

3월 중 실시될 예정인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의 3차 비공개테스트를 앞두고 작품의 배경을 담당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조용환 배경 리드 아티스트가 블소의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는 게이머들을 향해 한 말이다.

34명으로 구성된 블소의 배경팀을 이끌고 있는 조용환 리드 아티스트는 과거 리니지2의 배경을 담당하며 리니지2 특유의 배경을 제작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 인물. 금일(29일) 실시된 인터뷰에서 그는 외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는 게임의 ‘배경’을 연극이나 뮤지컬의 무대에 비교하며, 블소라는 작품 내에서 배경이 가지는 중요성을 설명했다.

또한, 이번 작업에서 생겼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게임 내 각 지역에 모티브를 준 현실 속 풍경을 공개하기도 하며 자칫 가볍게 여기고 넘어갈 수 있는 게임 내 배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아울러 여타 MMORPG에 비해 역동적인 액션을 자랑하는 블소의 배경을 제작하며 생겼던 고충과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면서도 배경 작업을 통해 이러한 역동성이 더욱 강조됐다는 자신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전문이다

질: 배경팀은 외부적으로 많이 드러나는 팀이 아니다. 배경팀이 게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답: 그 이름 때문인지 배경팀은 정말 배경 같은 존재로 눈에 띄지 않는다. 게임의 배경은 연극이나 뮤지컬의 무대와 같다 할 수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도 시간이 흘러가고 캐릭터의 특성이 나오고 이야기가 흘러가는 공간이 무대인 것처럼 게임에서도 게이머들의 캐릭터, NPC, 몬스터들이 하나의 흐름을 갖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아울러 포함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획에서 컨셉과 시나리오와 싱크로가 최소 95%가 맞아야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질: 엔씨소프트의 그동안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블소의 배경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답: 영화나 소설로만 접하던 무협을 처음으로 다루게 됐다. 서양 건물보다 한국적인 요소, 동양 건물이 폴리곤, 텍스쳐가 많이 들어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나 화풍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한국적인 요소의 예를 들자면 온돌, 문양, 단아한 선, 처마, 화려한 단청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요소를 하루이틀 공부해서 게임 속에 녹여 낸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중국적인 느낌을 가져온 후에 풍경에 관련된 부분의 세세한 요소에 한국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한국적인 솔밭을 만들어 넣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늘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배경에 가미시켰다.

질: 디자인을 할 때 참고하는 자료가 있는가?
답: 원화 자체가 어두운 편이고 개인적으로도 호러블한 느낌을 좋아한다. 일종의 화풍이라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참고하는 자료는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소설을 보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토대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또한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늘 한다.

질: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지붕 위에 올라간다거나 하는 액션이 없지만 블소에서는 이러한 면까지 고려해서 오브젝트를 제작해야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답: 원래 경공이 연출적인 부분에서 고려됐지만 후에 게임 내의 주요 콘텐츠가 됐다. 경공으로 지붕, 나무 꼭대기, 탑 위에 올라갈 경우에 어떻게 표현해야 하며 최적화는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서 기획이나 컨셉을 잡을 때 장면 컨셉을 정한다.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 순 없기 때문에 더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을 3D 스케치로 구성한 후에 이를 토대로 구성에 맞춰 세부 디자인에 들어간다.

질: 배경 중 국내 명소나 장소 등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 있는가?
답: 모티브로 된 장소를 게임 내 구현하기도 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구현하기 보다는 특정단에서만 실제 존재하는 지역을 느낄 수 있도록, 마치 오마쥬나 패러디처럼 적용시키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많이 나오는 수련계곡은 두 가지 요소를 합친 결과물이다. 호쾌하게 뛰어내릴 수 있는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고민 끝에 장강의 이미지를 촬영해 솟대바위를 구성하고 색상과 레이아웃은 설악산에서 따왔다.

질: 그렇다면 세계적인 자연 명소를 게임 내에 구현할 예정인가?
답: 다양한 장소를 구현할 생각이다. 게임에서 경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을 기획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구성할 생각이다.

질: ‘수련계곡’ 이외에 ‘이 지역만큼은 꼭 소개하고 싶다’ 혹은 ‘많은 공을 들였다’ 싶은 지역은 어디인가?
답: 어느 하나 공을 들이지 않은 지역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았던 지역을 꼽자면 로그인하자마자 만날 수 있는 ‘무일봉’을 꼽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여러 가지가 합쳐진 장소로 처음에는 머털도사에 등장하는 누덕봉을 컨셉으로 잡았다. 좁은 봉우리에 초가집이 한 두채 있는 느낌으로 표현을 하다가 로그인 하자마자 이러한 풍경을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경공 콘텐츠가 공개됐다. 이에 원안을 갈아 엎고 새로 만들게 된 지역이 ‘무일봉’이다. 첫 경공이 등장한 장소이기 때문에 심혈도 많이 기울였고 고생도 많이 했다.

질: 배경을 디자인 할 때 캐릭터 디자인을 참고해서 진행하는가?
답: 캐릭터와는 당연히 연계가 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캐릭터와 배경이 따로 노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루어져야한다. 배경은 캐릭터의 화풍을 연속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다. 블소는 캐릭터의 소속에 따라 캐릭터의 복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게임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소속에 따라 마을을 꾸미거나 지역 일대를 꾸미기 위해 캐릭터 컨셉을 담당하시는 분들과 협의를 하게 된다. 또한 게임 내 상점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을 배경에 배치하는 등의 작업도 이루어진다.

질: 배경을 담당하는 인원 수는 몇 명인가?
답: 34명이며, 그래픽 작업을 처리하는 전체 인원 중 약 1/4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질: 타 게임에 비해 스카이라인과 실루엣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던 비결은?
답: 액션성이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스타일의 게임이기에 스카이라인의 표현에 많은 신경을 썼다. 뛰어내리고 질주하고 달리고 점프하는 액션이 많다보니 횡적인 이동보다 종적인 이동이 많고 카메라 이동도 빈번하다.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자주 보이기에 이러한 요소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질: 리니지2나 아이온에 비해 하늘 표현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이러한 부분의 개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답: 지속적으로 테스트 중이기에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이러한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질: 블소에서는 계절이나 환경 변화에 따른 배경의 변화는 표현되는가?
답: 고려는 하고 있지만 소소하게 적용된 정도이다. 실시간으로 바뀐다기 보다는 특정 지역에 들어갔다 나오니까 배경이 바뀌었더라 하는 정도이다. 계획 상으로는 실시간 환경 변화를 고려 중이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게임 배경과 광원, 특수효과가 다르게 그려지는 것을 통해 게이머들이 이를 통해 게임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계절변화에 대해서는 고려만 하고 있으며, 날씨 변화 같은 요소는 구현될 예정이다.

질: 캐릭터 디자인 작업과 배경 디자인 작업의 차이는 무엇이며 작업방식과 마인드의 차이는 무엇인가?
답: 캐릭터는 그 단어 자체에 내용이 녹아있는 것 같다. 캐릭터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존재에 집중해 디자인되지만, 배경은 그러한 스토리가 녹아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에 디자인이면서 설계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는 유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가 참가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화풍을 해치지 않으면서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을 개발해야 한다.

때문에 배경 원화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배경에도 주인공이 있고 엑스트라가 있다”고 말을 한다. 컨셉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맡은 분야를 멋지게 그려내는 경우가 있어 각 지역에 포인트를 잡고 너무 튀지 않는 표현을 하도록 중간점을 찾는 작업을 많이 한다. 또한 게임 내 그림자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 드리우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는 편이다.

질: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기획팀과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의견 충돌이 벌어지는가? 또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데 금방 지나가서 보이지 않는 지역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가?

답: ‘무일봉’ 같은 지역은 게임의 소개를 하는 지역에 가까워 아쉬움이 덜했다. 그러나 시나리오 상으로는 무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게임 내에서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지역을 만들 경우에는 ‘몇 분 나오지도 않는 지역을 만드는 데 이러한 노력을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획 쪽에서 투자하는 시간보다 배경 쪽에서 투자하는 시간의 차이가 클 경우에 아쉬움이 크다. 게임 내에 ‘남해함대’가 등장하는 데 이 지역의 컨셉이 개발 중간에 바뀌었다. 기획에서 이 지역의 가운데에 벽을 박아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가운데 벽을 세울 경우에는 배경의 컨셉 자체가 망가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때문에 살짝 담장을 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합의 하에 작업을 진행했다.

질: 가장 기억에 남는 배경을 지닌 게임은 무엇인가?
답: 개인적으로는 ‘갓오브워’ 시리즈, ‘사일런트 힐’, ‘이코’ 같은 게임들의 배경을 좋아한다. ‘이코’ 같은 경우는 고즈넉한 표현, ‘사일런트 힐’은 광원 효과가 잘 표현되어 있었으며, 최근 작품 중에는 ‘배틀필드3’가 기억이 남는다.

질: 배경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또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고 직업으로 삼으며 어려웠던 부분은?
답: 캐릭터 디자인 쪽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그리는 그림 스타일 역시 캐릭터 디자인에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으며 도저히 예쁜 캐릭터를 그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보면 이상하게 음산한 느낌이 들어 이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중에 토목, 건축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이러한 영향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조금 한다. 과거에 공간과 빛에 대해 설계를 한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러한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늘 배경만 그리며 살아온 것 같다. 배경 같은 것은 굉장히 국내에서 자료를 구하기 어렵다. 설정자료를 구해도 캐릭터 자료는 엄청나게 자세한 반면 배경은 한 장 떨렁 나오는 식이다. 이러한 부분은 건축 잡지를 참고하며 접근을 해 왔으며 설계를 아주 조금 공부를 한 적도 있다. 과거에는 던전 설계를 위해 건축학과 학생을 영입한 적도 있었다.

직업으로 삼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작업량이 너무 많고 변화 폭도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활용을 할 수도 없어 더욱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부분은 최적화를 꼽을 수 있다. 정말 피를 말리는 느낌이었다.

질: 3차 비공개테스트에서 게이머들이 봐줬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답: 비공개테스트에는 더미 데이터가 은근히 끼워져 나가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부분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질: 블소의 개발이 콘솔버전과 함께 진행되는가?
답: 콘솔버전과 온라인버전의 개발은 따로 진행 중이다. 데이터의 흐름 자체도 콘솔 버전과 온라인 버전이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도 아예 따로 관리하고 있다.

질: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답: 강호에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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