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게임기 그 이상의 휴대용 게임기, PS비타
지난 2월 11일. 플레이스테이션 비타(이하 PS비타)가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됐다. ‘NGP’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최초로 공개된 이후 E3와 동경게임쇼를 거쳐 지난해 12월, 전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발매되기까지… 아니 발매 이후에도 게이머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아 온 휴대용 게임기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이건 정말 굉장한 사건이다! 세상 모든 게이머들의 집중을 한 몸에 받은 게임기가 미국도 유럽도 아닌 이 조그마한 한국 시장에서 전세계 두 번째로 출시가 됐다구!”라는 반응까지는 아니지만, 이 제품의 출시는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게임계(온라인게임 시장을 제외한)에 반향을 일으킨 것은 확실하다. 대략적으로 PS2와 PS3의 가운데 정도의 그래픽 품질을 선보이는 휴대용게임기이니 게이머들이 관심을 갖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발매 이전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K)가 개최한 체험 행사에는 PS비타를 체험하기 원하는 이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으며, 발매일에 맞춰 실시된 기념 행사와 현장 판매 역시 많은 게이머가 몰려들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발매 기념행사 현장에서는 축하공연을 위해 현장을 찾은 걸그룹에게 ‘그냥 가!’ 라고 외치는 게이머가 있었을 정도로 PS비타를 향한 게이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렇게 게이머들에게는 기대감을, 걸그룹에게는 굴욕을 선사한 PS비타는 도대체 어떤 기기일까?
PS비타 제품을 처음 만지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대형 액정의 존재이다. PS비타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5인치 OLED 액정을 채택하고 있으며, 전면부 터치스크린은 물론, 후면 터치패드와 기기의 앞과 뒤에 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내장형 배터리와 6축인식 모션센서,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휴대기기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로운 스펙을 갖추고 있어 언뜻 제품이 무거울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제품을 손에 쥐어보면 가벼운 무게에 놀라게 된다. 국내에 출시된 PS비타의 Wi-Fi 버전의 무게는 약 260g. 시중에 유통되는 치약 두 개 정도의 무게 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만 무거운 걸 들어도 ‘어휴 무거워~’라는 말을 입에 들고 있는 내숭쟁이 아가씨도 PS비타를 들고서는 무겁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량화의 배경에는 강화유리가 아닌 강화 플라스틱을 채택한 PS비타의 액정, 게임의 저장매체로 카트리지를 채택해 기존의 매체인 UMD 구동을 위한 모터를 제거한 소니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특히 UMD가 아닌 카트리지를 저장매체로 채택한 덕분에 게임 구동 시의 소음도 로딩 시간도 비약적으로 줄어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게됐다 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을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제작하는 경우 제품의 수율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기에 제조사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터치스크린과 후면 터치패드의 터치감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손가락이 닿으면 닿는대로, 움직이면 움직이는대로 반응하는 PS비타의 터치스크린은 계속해서 만져보고 싶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터치감이 좋은 덕분에 인터넷 브라우징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속도도 비교적 빠른 편이며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별 문제를 찾을 수 없다.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아 유튜브 같은 동영상을 감상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간단한 인터넷 이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게임에서도 이러한 터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PS비타의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역시 터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터치 기능을 너무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덕분에 오히려 불편한 경우도 생긴다는 점이다.
방향키와 버튼으로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메뉴조차 터치로 조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를 이용할 경우에 이러한 불편함은 더욱 크게 느껴져 조속히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러한 불편함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을 남긴다.
터치스크린이 아닌 방향키, 버튼,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한 조작감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물론 아날로그 스틱이 두 개나 있어 FPS 게임이나 액션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편리한 조작을 할 수 있으며, 방향키의 완성도가 더욱 올라가 대각선 입력도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버튼의 크기가 너무 작고 셀렉트, 스타트 버튼이 기기 위로 튀어 올라와 있는 형태가 아니라 기기 안에 매몰되어 있는 형태를 띄고 있어 버튼 조작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나 게임 중에 셀렉트, 스타트 버튼을 자주 눌러서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야구 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을 즐길 시에는 이러한 불편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몇몇 아쉬움은 있지만 PS비타의 게임기로서의 가치는 매우 높은 편이다. 발매된 게임의 품질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며, 몇몇 게임들의 경우는 비디오게임기에 버금가는 그래픽을 선보일 정도이다. PS비타 전용 오리지널 프랜차이즈 역시 추후 지속적으로 출시될 예정이기에 PS비타라는 기기가 가진 게임기로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과 동영상 재생기능 덕분에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가치가 상당한 편이다. PS비타의 음악 재생 능력은 전문 플레이어만큼은 아니지만 종합기기로서는 충분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며, OLED의 화질 덕분에 동영상 역시 원본파일이 지원만 한다면 훌륭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기기에 포함되어 있는 MP3 플레이어와 동영상 플레이어 등 어플리케이션 자체의 완성도에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OGG나 FLAC 등 고음질 파일이 재생되지 않으며, 동영상 역시 MP4 형식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음악, 동영상 파일을 PC에서 드래그 혹은 파일 복사를 통해 PS비타로 옮길 수 없고, ‘콘텐츠 관리자’라는 자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불편함을 남긴다. 이런 점 역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조속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휴대용 기기에서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배터리의 성능은 비교적 만족스럽다. PS비타에는 2210mAh 규격의 대용량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으며, 약 2시간 30분을 충전하면 게임은 3~5시간, 동영상은 5시간, 음악은 9시간까지 연속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밝기 기본, 네트워크 비활성화 시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다)
PS비타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서의 성능 개선도 기대할 수 있으며, 더욱 다양한 게임 출시로 인해 휴대용게임기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라는 점과 최근 환율 문제로 인해 기기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이 정도 기능을 갖춘 휴대용게임기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PS비타는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기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