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독일 게임 대상과 독일 게임상 1위 수상작

김우중 myth800@daum.net

PC 게임은 북미에서 잘 만들고, 콘솔 게임은 일본에서 잘 만든다고 한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에는 멋진 게임들이 세계 각국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출시되지만, 그래도 편의상(?) 저렇게 많이 얘기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 맥락에서 보드게임은 어디서 잘 만드는지 아는가?

이미 리뷰를 통해서도 몇 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보드 게임에 있어서는 유럽, 그것도 독일이 강세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부터 최고의 보드게임 전시회까지 독일에서 시상, 개최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보드게임이 지금의 최고 위치에 당당히 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본다.

역시 의견이 다르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95년의 Klaus Teuber의 세틀러오브카탄과 96년의 Wolfgang Kramer와 Richard Ulrich의 엘그란데 때문에 독일 보드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는 얘기가 많다. 그만큼, 비슷한 시기에 나온 탓도 있겠으나, 게임의 우수성이 세계 사람들이 경악할만한 수준이었다는 얘긴데, 과연 어떠한 게임이기에 이러한 평가를 받는지 살펴보겠다.

카탄은 보드게임 계의 스타크래프트라는 말로 몇 번 언급했으나, 아마 엘그란데에 대한 얘기는 지금이 처음인 것 같다. 보드게임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게이머라면 처음 들어본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먼저 소개했던 엔트덱커와 같이 소리 소문 없는 게임은 절대 아니다.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많이 전파되었어야 할 게임인데, 아래의 두가지 이유 때문에 인지도가 낮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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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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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포넌트


첫째, 카드 텍스트가 영어로 적혀있다. 국내에 게임이 전파되기 어려운 첫째 이유로 꼽히는 언어의 불이익을 고스란히 받은 게임이 엘그란데인데, 알고 보면 그 영어 수준이 전혀 어렵지 않다. 괜히, 영어 텍스트가 적힌 카드 때문에 겁먹지 말아라.

둘째, 이것이 진짜 이유인데, 우리나라에서 보드 게임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고 인기를 모으려 하던 그 시점, 엘그란데는 전세계적으로 품절이었다(-_-;). 독일판의 경우에는 어찌 유통되었으나, 영문판의 경우에는 해외 유수의 보드게임 사이트에서조차 한동안 품절 마크를 달고 있었다. 덕분에, 국내의 보드게임카페에서는 구비하기 힘든 리스트에 있었고, 때문에 웬만한 보드게임 카페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게임으로 전락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엘그란데는 카탄과 더불어 독일을 대표하는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모으지 못했다. 보드게임은 출시된 시기와 관계없이 그 생명력이 오래가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 못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드게임에서조차 새로운 게임에 더 열을 올린다. 그리 많이 아는 게임도 아닌데, 10여년전에 출시된 보드 게임에 5만원 이상을 섣불리 투자하는 열혈 보드게이머가 국내에는 드물다.

어쨌건, 엘그란데야 세계적으로 팔릴 만큼 팔린, 그야말로 뽕을 뽑았던 게임이니 국내에서 좀 안 팔린다고 그네들이 아쉬울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드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매우 아쉬워해야 할 만큼, 역시 잘 만든 게임이다. 지금부터 엘그란데의 플레이를 살펴보면서, 왜 독일 보드게임이 전세계 최고 수준의 보드게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엘그란데는 3~5명까지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의 진짜 재미를 느끼려면, 5명에 근접한 인원이 플레이를 하기 권한다. 아래는 4인 플레이를 기준으로, 게임 시작 바로전 모습이다. 몇 개의 지역으로 나뉜 널찍한 게임 보드 위로 왕과 성이 서있다. 그리고, 파랑, 노랑, 빨강, 녹색이 각각 1개 지역에 큰 말(이하, 그란데)하나와 작은 말(이하, 기사)2개가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각 플레이어의 거점으로, 게임을 시작하면서 지역 카드를 한 장씩 뽑게 되는데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

각 플레이어는, 지역 카드 1장과 기사 7명, 1부터 13까지 숫자가 적힌 액션 카드와 각 지역이 동그랗게 적힌 비밀 디스크를 받게 된다. 게임 보드 왼쪽으로는 게임의 핵심이 되는 파워카드가 놓여 있는데, 카드 뒷면에 그려진 기사의 숫자대로 5 무더기로 나눠 뒤집어 둔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나머지 기사를 색깔에 관계없이 모아놓은 지방이 있다. 여기서 기사를 자신의 지역 카드인 코트로 데려와 실제 게임 보드에 놓는 형태로 기사는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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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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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왕이다. 왕이 있는 지역으로는 감히 어느 말도
들락거릴 수 없다. 그것이 엘그란데 불변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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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성이다. 이곳으로 기사가 투입되고,
그들의 게임의 전세를 대번에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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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마다 기사와 액션 카드, 그리고 비밀 디스크를 갖고 게임을 진행한다.


1. 액션 카드 내기
게임 진행은 잘 만들어진 다른 게임이 그러하듯 간단하다. 일단, 액션 카드를 내는 것으로 게임은 시작한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순서에 1~13까지 숫자가 적힌 액션카드를 낸다. 액션 카드 숫자가 높을수록, 파워 카드를 선택, 사용하는 턴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액션 카드에는 기사가 그려져 있는데, 이 숫자만큼 지방에서 코트로 기사를 데려올 수 있다. 바닥에 펼쳐진 파워카드를 봐서, 이번 턴에 얼마나 빨리 게임에서 파워카드를 골라야 하는지를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카드를 내는 형태다. 주의할 점은, 한번 사용한 액션 카드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사용이 안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숫자가 높은 카드를 아무 때나 사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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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를 내다. 더 높은 숫자를 낸 플레이어가 더 빨리 액션을 수행한다.


2. 파워 카드 선택/사용
모든 플레이어가 액션 카드를 사용했으면, 그 중에서 높은 숫자를 낸 플레이어부터 파워 카드를 선택한다. 파워 카드가 앞서 말한 영어 텍스트가 적힌 카드로, 엘그란데의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 적혀있다. 바로, 이번 턴에 파워 카드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튼튼히 다져간다.
파워 카드를 보면, 액션 카드와 마찬가지로 기사가 그려져 있다. 한데, 파워 카드에 그려진 기사는, 코트의 기사를 실제 게임 보드 위로 배치하는 숫자이다. 실제 게임의 승부를 가리는 점수 계산 턴에서, 게임 보드에 위치한 기사수로만 승부를 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숫자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파워 카드 고유의 기능이 있는데, 예를 들어 각 지역에 위치한 기사를 원하는 지역으로 옮기거나, 왕을 옮기거나, 특정 지역에서 바로 점수 계산을 하는 등의 것이다. 직감적으로 알겠지만, 바로 이러한 파워를 적절히 행사하는 것이 게임의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때문에, 자신의 순서를 결정하는 액션 카드 내기 턴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번 턴에 게임 보드에 투자하는 기사의 위치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기사는 왕이 위치한 지역과 인접한 지역에만 놓을 수 있는데(왕이 있는 곳에는 놓을 수 없다), 다른 플레이어보다 더 많은 기사가 위치해야 해당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더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지역에 기사를 올리는 대신, 성으로 보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성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 위쪽으로 기사를 던져 넣는데, 밖에서 그 수를 기억하고 있지 않는 이상 몇 명이 있는지는 점수 계산 때나 정확히 알 수 있다. 물론, 외우려고 하면 그 수를 충분히 기억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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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카드를 사용하다. 자신의 그란데를 아무 지역으로나
이동시킨다. 그란데가 있는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질 경우 보너스 점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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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카드의 또 다른 사용 예다. 성의 점수를 계산하는
파워 카드로, 바로 성을 뒤집어 점수를 계산한다.
빨간색 혼자 5점을 얻는다.


이것이 끝이다. 액션 카드의 숫자대로 모든 플레이어가 턴을 마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다음 라운드는 액션 카드 내기를 반복한다. 3라운드마다 점수 계산이 이뤄지고, 이때 각 지역마다 세력을 겨뤄, 더욱 강력한 힘을 발하는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점수가 돌아간다. 여기에도 재미난 점수 계산이 있는데, 앞서의 성과 연관된다. 각 플레이어는 점수 계산 바로 전에, 갖고 있던 비밀 디스크의 화살표를 특정한 지역으로 돌려놓는다. 점수 계산이 시작되면, 먼저 성을 들어 안의 기사수로 점수를 가리고,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비밀 디스크를 공개한다. 이때 성에 투자했던 플레이어마다의 기사가, 바로 비밀 디스크에서 가리키고 있는 지역으로 모두 날아가는데, 이 때문에 각 지역의 세력의 판도가 뒤집히는 경우가 생긴다. 상당히 짜릿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게임은 9라운드, 즉 3번의 점수 계산이 끝나면 최고 점수를 겨뤄 게임의 승부를 가린다. 당연히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플레이어가 승리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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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까지 진행되었다. 이제, 점수 계산 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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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계산에서는 라운드 표시말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며, 각각의 점수를 계산한다. 점수를
중복 계산하는 것을 막아주는 친절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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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비밀 디스크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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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투입된 기사들을 재투자할 지역을 남들이 보지 않게
화살표로 가리켜놓고, 보드 옆에 뒤집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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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는 이렇게 숨겨있었다. 파랑과 노랑 플레이어는
3점을 획득(동점의 경우, 실제 등수보다 1단계 낮은
점수를 얻는다)하고, 자신의 비밀 디스크를 오픈해가며,
지정된 지역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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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기사 투입으로 일부 지역의 판세에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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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말이 이동하며, 해당 지역의 점수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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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대박이다. 1등으로 5점에다 그란데 보너스 2점,
그리고 왕 보너스 2점을 얻어 9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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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점수 계산에서는 역시 빨강이 1등으로 치고 달렸다.
자~ 엘그란데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반복되며
게임이 진행된다. 하지만, 손에 쥔 액션 카드가 달라지고, 남은 파워카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 라운드마다 예측 불가의 진행이 계속된다. 어떤가. 보는 것만으로도 달려보고 싶지 아니한가.


엘그란데와 같은 게임을 영향력 게임이라고 한다. 뭐 복잡하게 풀어쓸 수도 있겠으나, 간단하게 각 지역의 영향력을 겨뤄 승자를 가리는 게임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느낌의 게임이 여럿 떠오른다. 소개했던 게임 중에서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콤포넌트와 각 지역의 세력을 다룬다는 컨셉에서 Leo Colovini의 샤를마뉴(카를로스 마그누스)가 떠오르고, 액션 카드를 내는 것으로 카드의 선택권을 먼저 갖는다는 요소에서 Klaus Teuber 의 뢰벤헤르츠가 떠오른다.
확실히 여기서 언급한 규칙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 플레이타임은 상상이상일 것이다. 정해진 순서로 턴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 가능한 액션 카드로 순서를 결정하는 것부터 각 플레이어는 굉장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로, 카드 선택의 압박이란 이런 것임을 새삼 느낄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참고로, 비슷한 고민을 즐긴다면, Alan R Moon과 Aaron Weissblum의 산마르코도 강력 추천한다.

1996년 올해의 독일 게임 대상과 독일 게임상 1위를 한번에 휩쓴 최고의 게임 엘그란데, 그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경험해보기 바란다. 아울러 이베리안 반도를 수놓는 어여쁜 콤포넌트와 게임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하는 추가 확장팩 역시 엘그란데의 가치를 두 단계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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