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기어스 오브 워? 바이너리 도메인
용과 같이 시리즈로 유명한 나고시 토시히로 프로듀서의 최신작이 발매됐다. 바이너리 도메인이란 제목을 단 이 게임은 나고시 토시히로의 대표작인 용과 같이와는 확연히 다른 컨셉의 게임이다. 장르가 무려 TPS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나고시 토시히로가 용과 같이 디엔드를 통해서 총질에 재미를 붙인 건가?"라고 우스갯소리를 뱉으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너리 도메인은 게임 초반부터 기대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게임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했다. 과연 바이너리 도메인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괜찮은 그래픽과 연출
바이너리 도메인의 그래픽은 전체적으로도 괜찮지만 특히 인물묘사에서 상당히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미 용과 같이에서 뛰어난 얼굴모델링으로
실감나는 표정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바이너리 도메인은 이런 점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주인공급 클래스의 얼굴과 엑스트라간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클로즈업된 화면을 보면 감탄스럽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굴모델링에 비해서 전체적인 모습에서 조화를
이루는 데는 실패한 느낌이다. 얼굴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반면 캐릭터들이 입고 있는 옷은 겉도는 느낌으로 인형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올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얼굴을 제외한 부분의 모델링 수준이 떨어진다기보다는 SF 컨셉에 맞게 디자인된 전투복에 맨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느껴지는 일종의 이질감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 바이너리 도메인은 게임의 컨셉에 맞게 SF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다양한 연출효과는 게임의 재미를 더욱 북돋아 준다.
특히 적이 로봇이라는 게임의 특성을 단순히 파괴되는 연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부위별로 파괴를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로봇의 파편이 여기저기 튀는 모습은 파괴의 미학을 느낄 수 있게 하며, 한 쪽 다리가 파괴된 로봇은 외발로, 두 다리 모두 파괴된 로봇은 기어서, 팔이 파괴된 로봇은 특수무기를 꺼내 달려드는 등 파괴연출과 그에 따른 행동패턴의 변화는 바이너리 도메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총알을 맞으면서도 태연히 걸어오고 온몸이 부서지면서도 추격하는 로봇 T1000의 공포를 바이너리 도메인을 통해서 한 번 느껴보도록!
짬뽕처럼 여러 재료를 활용해 재미있게 만들다
많은 TPS게임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바이너리 도메인과 기어스 오브 워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바이너리 도메인의 은, 엄폐와
동료와의 협력시스템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가장 큰 성공을 거둔 TPS라고 할 수 있는 기어스 오브 워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이너리 도메인이 기어스 오브 워를 베꼈다고 무작정 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차피 원조가 있으면 그를 바탕으로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 거기에 조금씩 시스템이 좀 더 발전해가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너리 도메인은 기어스 오브 워에서 익숙한
시스템을 볼 수 있지만 바이너리 도메인에 맞게 개량해서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했다.
기어스 오브 워의 은, 엄폐시스템이 묵직하며 철썩 철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면 바이너리 도메인은 조금은 가볍지만 속도감을 강조한 모양새다. 그리고 동료시스템도 더욱 발전해 좀 더 세분화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호감도 시스템을 도입해 내린 명령에 불복종하기도 한다. 이밖에 보스전도 좀 더 거대하고 공략을 요하는 부분이 강조되어 오히려 액션적인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기어스 오브 워 보다 좋게 평가 하고 있다. 바이너리 도메인을 제대로 즐겨보지 않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게임을 베낀 게 아니냐며 평가절하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여러 재료를 넣은 짬뽕도 재료의 궁합과 요리사의 실력이 없다면 모두 맛있는 게 아닌 것처럼 게임도 역시 마찬가지다. 바이너리 도메인은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시스템이 많이 있긴 하지만 이를 게임에 잘 녹여냈고 충분히 재미를 느끼게 한다.
캐릭터와 무기를 성장시키자
바이너리 도메인의 특징은 캐릭터 성장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부분이다. 보통 FPS나 TPS같은 슈팅게임 중에는 보통 캐릭터의
성장보다는 기본적인 능력치는 끝까지 유지하며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는 재미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바이너리 도메인은 약간의 성장요소를
도입해 적을 쓰러트려가면서 얻은 포인트로 게임 속 상점에서 무기나 탄약 구입은 물론 캐릭터의 능력치 성장 및 메인무기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일본식 RPG게임 같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부분인데 무작정 적을 쓰러트리며 진행하는 것 보다는 적절히 상점이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적을 쓰러뜨린 데에 따른 보상을 받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등장하는 동료들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과 주로 함께 하는
동료에게 투자를 더 하기도 하는 등 어느 정도 팀을 관리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타 미국식 슈팅게임에서는 느끼기 힘든 잔재미가
있다.(물론 사람에 따라 귀찮은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동료들에게 직접 말을 건다
바이너리 도메인은 동료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물음에 답하는 대화도 즐길 수 있는데 이를 헤드셋을 통해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점이 재미있다. 음성인식을 통해서 진행되는 대화는 상대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을 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독특한 재미와 편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전투 시 동료에게 내릴 수 있는 명령에 돌격, 대기, 엄호 같은 것이 있을 때 헤드셋이 없는 경우에는 L2버튼과 명령에
해당하는 버튼을 눌러야 하지만 마이크를 사용하면 간단하게 말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여도 직접 명령을 내려 보면
확실히 훨씬 편하고 팀원이 된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에 동료의 이름을 부르면 왜 부르냐고 응답해오고 사랑해라고
말하면 한 번 더 그런 말 하면 쏴버린다(-_-)와 같이 응답한다. 물론 정해진 말에 대한 패턴식 응답이긴 하지만 분명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한글화가 되지 않아서 영어 or 일본어로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이며 인식률이 모든 발음을 캐치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주변여건 등에 따라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 음성인식 옵션을 통해서 인식률은 끌어 올릴 수
있지만 언어자체가 다른 점은 해당언어를 모른다면 극복할 수 없으니 아쉬운 부분이다. 헤드셋이 있고 지원언어를 어느 정도 안다면 게임속
캐릭터에게 직접 말로 명령을 내리는 재미를 느껴보자.
흥미로운 스토리라인. 하지만 영어or일본어
바이너리 도메인은 TPS게임의 쏘는 맛과 액션성까지 겸비했고 여기에 스토리까지 흥미로운데 아쉽게도 한글화가 아닌 점이 발목을 잡는다. 메인
스토리를 조금 살펴보면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제작기술도 발전하는데 이에 세계는 인간과 똑 닮은 로봇제작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맺는다.
그러나 어느 날 겉모습이 인간과 같은 것은 물론 자신이 로봇이 아닌 사람이라 믿는 로봇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를 할로우 칠드런이 칭하고
할로우 칠드런제작의 유력한 용의자인 일본최대의 로봇제작기업인 아마다사의 아마다 요지를 체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일본으로 떠난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게임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다양한 진실과 동료들의 우정을 비롯해 다양한 상황을 볼 수 있는 사건이 진행되는데 이러한 부분이
언어적 문제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밖에 없기에 매우 안타깝다.
온라인매치도 즐겨보자
바이너리 도메인은 플레이어간의 협력 및 경쟁요소를 온라인을 통해 즐길 수 있다. 경쟁요소는 그동안의 슈팅게임에서 나오는 데스매치나 서바이벌
같은 요소들이 준비되어 있고 협력게임은 라운드가 올라가면서 점점 거세지는 적들의 침공을 막으면 된다. 여러 가지 온라인 모드를 준비했지만
개인적으로 캠페인 코옵모드가 없는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바이너리 도메인의 캠페인모드가 여러 동료들과 함께 미션을 펼치는 만큼 캠페인
코옵모드를 지원했더라면 기어스오브워 못지않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추천하고 싶은 TPS
바이너리 도메인은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게임이었다. 일본에서 만든 TPS인데다 그다지 주목을 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엉망만 아니면 다행인 게임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편견일 뿐이었다. 이후에 개발자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는데 바이너리
도메인을 제작하면서 일본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TPS를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 바이너리
도메인은 기어스 오브 워에 버금가는 재미를 맛보게 해준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웨이브 형태의 진행이 많은 점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적절한
성장요소와 동료 간 협력과 대화, 보스전 공략의 재미에 화려한 연출에 흥미로운 스토리까지.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까지 이렇게 추천하는 리뷰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임밸류가 떨어진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상당히 아까운 게임이며 일본도 괜찮은 TPS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