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기점에 선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
언제나 PS진영에서 새로운 콘솔이 발매될 때마다 함께 출시되는 게임인 릿지레이서 시리즈. 한 때는 레이싱게임의 메인스트림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양질의 레이싱게임에 이리저리 치이고, 게임자체도 매너리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릿지레이서 시리즈는 남코(반다이남코)의 대표작인지라 계속해서 신작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번에 소개할 최신작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는 기존의 릿지레이서와는 차별화 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과연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의 변화는 성공적이었을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버튼이 추가됐지만 드리프트는 여전하다
릿지레이서는 간단하게 발동시킬 수 있는 드리프트를 이용해 아무리 험난한 코스라도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듯이 돌파하는 재미가 핵심이다.
초창기부터 추구한 이 드리프트 컨셉은 니트로를 이용한 부스터 도입 같은 자잘한 변화도 있었지만 만화 같은 드리프트의 묘미는 꾸준히 유지해
왔고 릿지레이서=드리프트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다. 이러한 흐름은 최신작 언바운디드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기존의 릿지레이서가 그냥
엑셀을 뗐다가 다시 누르는 것으로 드리프트를 발동시킨 반면 언바운디드에서는 별도로 동그라미버튼을 누르는 형태이지만 감각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니트로라고 할 수 있는 파워게이지를 X버튼으로 발동할 수 있다. 드리프트를 하는데 동그라미버튼을 누르는 것만 달라졌지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코너를 도는 기분이나 차량의 방향을 제어하는 느낌은 기존의 릿지레이서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덕분에 그란투리스모
같은 시뮬레이션 성향의 레이싱이 아닌 아케이드 레이싱게임으로써 게이머의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덕분에 누구나 쉽게 드리프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험난한 코스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가는 꿈의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릿지레이서+번아웃+스플릿 세컨드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는 시리즈 전통의 드리프트는 그 느낌 그대로 재현했지만 전체적인 게임성까지 기존의 시리즈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쾌속질주와 드리프트의 쾌감으로 지정된 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쳤던 릿지레이서가 언바운디드로 오면서 공격적 성향이 더해지면서 난폭한
레이싱게임으로 변했다.
기존의 레이싱게임에서 파괴적 성향을 극도로 강조하면서 레이싱게임의 대세로 급부상 한 게임인 번아웃의 느낌이 언바운디드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에 코스를 파괴하는 시스템으로 번아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보였던 레이싱게임 스플릿세컨드의 아이디어가 더해진 형태가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다. 릿지레이서를 꾸준하게 즐긴 팬이라면 독특한 아이디어라 생각할지 몰라도 번아웃이나 스플릿 세컨드를 즐긴 사람에게는 그저 “아 그 게임에서 그냥 가져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만의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격적 성향 레이싱게임들을 적절히 버무린 것에 그친 점이 매우 아쉽다. 이왕 새로운 컨셉으로 도전을 할 거라면 안 나오는 아이디어라도 쥐어짜내야 할 텐데 기존게임들의 아이템을 가져다 쓰다니... 아무리 그래도 릿지레이서가 남코의 대표 레이싱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신경을 쓰지 않은 인상이 강하다.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의 속도감이나 화려한 연출은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드리프트나 점프 등을 통해서 모은 파워게이지를 사용해 상대차량을 들이 받아 전복시키거나, 맵 곳곳에 설치된 파괴가능한 포인트를 뚫고 지나갈 때 화려한 연출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통 릿지레이서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좀 난잡하고, 번아웃이나 스플릿세컨드를 재미있게 즐긴 사람들에게는 또 조금은 밋밋한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시스템을 적절히 버무려서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탄생시켰지만 극대화된 만족감은 어느 쪽에서도 받을 수 없고 무난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점. 과연 장점일까?
거칠고 투박하고 어정쩡한 느낌의 그래픽
게임의 컨셉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존에 보아왔던 릿지레이서 시리즈와는 그래픽의 스타일부터 다르다.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광원과 전체적으로
어둡거나 투박한 느낌이 든다. 번아웃이나 스플릿세컨드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더 정리되지 못한 느낌이랄까? 비슷한 느낌의 두 게임과 비교했을
때 깔끔하단 느낌이 덜하니 그래픽의 퀄리티 자체는 뛰어난 편이라고 하긴 힘들다. 상대를 테이크다운 시켰을 때 나오는 연출이 화려하긴 하지만
번아웃 만큼의 쾌감은 느끼기 힘들고, 건물을 파괴했을 때는 스플릿 세컨드 만큼의 화려함을 찾을 수가 없다. 이미 비교대상이 있는데다가 둘 다
양질의 게임이기 때문인지 둘을 조합하는데 그친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가 다소 밀리는 느낌이다. 그래픽이 전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릿지레이서의
최신작이 지난 시대에 나온 게임보다 밀리는 것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다양한 모드, 코스를 직접 제작한다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는 다양한 레이싱 스타일을 준비했다. 사실 다양하다곤 해도 기존의 레이싱게임들에서 다들 한 번씩 본 것들이라 특별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스타일의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기본적인 레이싱스타일인 신도레이스, 코스를 파괴나 차량 테이크다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도미네이션, 테이크다운 수를 겨루는 프래그, 타임어택 같은 모드가 준비돼 있다. 메인모드인 SHATTER BAY는 위에
열거한 이벤트에 참가하여 포인트를 얻어 다음 코스를 해금시키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도전욕구를 자극하게 구성돼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에서 특이한 점은 코스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코스제작 파츠를 얻고 파츠를 이용해서 한정된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코스를 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제작한 코스는 온라인을 통해서 공유하여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리틀빅플래닛처럼 맵을 만드는 능력자들이 있는 한 무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코스는 기본적으로 루트를 지정해서 만들고 여기에 각종 방해물이나 장애물을 직접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모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요소이다. 딱히 맵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서 맵을 받아서 즐길 수도 있으니 다양한 맵을 구경하고 달려보도록!
온라인대전과 은근히 경쟁을 자극하는 월드모드로..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는 최대 8인까지 온라인대전을 지원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은 상황이라서 원활하게 온라인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나마 온라인 맵 공유 기능이 있어서 다양한 맵을 접할 수 있는 점과 온라인상의 이벤트를 클리어 하는 재미가 있어서 다행이랄까?
월드모드에서는 시간대별로 도전할 수 있는 과제가 바뀌고 해당 맵을 올린 사람의 기록을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게 은근한 경쟁요소가
된다. 매번 맵을 찾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모드를 딱 선택해서 제시해주는 점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이제는 무난한 레이싱게임이 되어버린 릿지레이서
릿지레이서 언바운디드는 그동안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정식넘버링 타이틀이 아닌 외전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릿지레이서의 갈 길을 모색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은데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래도 건질 만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맵을 제작하여 공유하는 것과 월드이벤트 모드 정도? 그 밖에는 그저 여러 가지를 짜깁기해서 탄생한 평범한 느낌의 아케이드
레이싱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덕분에 그냥 저냥 누구나 가볍게 즐길만한 수준이지만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무언가가 없는 아쉬운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릿지레이서는 번아웃 같은 컨셉으로 발전시키기에는 쟁쟁한 작품이 많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특히 이번 언바운디드 같은
어정쩡함이라면 더더욱... 예전에는 발매가 될 때마다 큰 기대를 받았던 레이싱게임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무난한 아케이드 레이싱게임으로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릿지레이서 시리즈.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는 멋진 릿지레이서가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