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중심 디아3, ‘사회적 이슈’가 됐던 선배 게임들은?
국내 게임 시장에 디아블로3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디아블로3의 발매 이후 국내 게임시장은 온통 디아블로3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게이머들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디아블로3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디아블로3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기존의 게임을 바라보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기까지 하다. 출시일에 하루 앞서 서울 왕십리에서 열렸던 이벤트 때문에 디아블로3라는 이름이 공중파 뉴스에서 보도된 바 있으며, 디아블로3를 즐기는 이가 늘어나며 게임에 관심이 없는 주변 인물들마저 이 게임의 존재를 알게 된 덕분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제법 많은 숫자이지만, 게임이라는 여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하나의 게임이 이렇게 게임 업계를 넘어서까지 부각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상황이 완전이 낯선 장면은 아니다. 이미 몇몇 작품들이 국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며 게임시장을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바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디아블로3 이전에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선배’격인 게임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스트리트파이터2’, 한국 청소년들을 ‘격투’에 빠져들게 하다>
1991년에 출시된 캡콤의 대전액션게임 ‘스트리트파이터2’(이하 스파2)는 게임 역사에 가장 큰 파급력을 남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다양한 캐릭터를 골라 상대방과 대전을 펼친다는 개념은 게이머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대전액션이라는 장르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혔다.
스파2가 미친 파급력은 단지 게임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국내 아케이드 시장에 보급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초등학생들은 스파2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음성과 동작을 따라하며 뛰어놀았으며, 각종 만화가들도 앞다투어 스파2의 캐릭터를 자신의 만화에 등장시켰다.
심지어 당시 MBC에서는 자사의 인기 토크쇼 ‘이야기쇼 만남’에서 스파2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각종 언론 매체에서도 이 게임의 인기를 심도있게 다뤘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파2가 국내에 미친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국내 게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전격투 장르의 인기는 이전만 못 하지만 스파2로 인해 불거진 ‘게임의 폭력성 논란’은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앗! 밥 줄 시간이다!, 주머니 속의 애완동물 ‘다마고치’>
‘실제 동물이 아닌 가상의 동물을 보살피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1996년 일본의 한 주부의 머리 속에서 나온 이 생각이 형상화 된 게임. 바로 1996년, 일본에 출시된 ‘다마고치’가 그 주인공이다. ‘다마고치’는 일본어로 달걀이라는 뜻의 ‘타마고’ (たまご)와 시계라는 뜻을 지닌 영단어 워치(Watch)의 합성어로 일본의 반다이(현재 반다이남코의 전신)의 손에 의해 1996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휴대용 미니게임이다.
달걀만한 크기의 이 기기에 부착된 버튼을 눌러 게이머는 자신의 디지털 애완동물에게 밥을 주거나 배설물을 치우고 함께 놀아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교감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모든 행동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마고치가 밥을 달라고 소리를 내거나, 게임 속 애완동물이 병에 걸리기도 하고 살이 찌기도 해 게이머가 꾸준하게 관리를 해야만 하기에 게임의 몰입도 역시 매우 높았다.
이 가상 애완동물을 향해 대중은 엄청난 사랑을 보냈다. 실제 동물을 키울 수 없는 이들에게 ‘다마고치’는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미국 뉴욕에서는 출시 3일만에 3만 개의 판매고 기록했을 정도였다.
인기가 오름에 따라 예상치 못 한 문제도 일어났다. 시간에 맞춰 ‘다마고치’를 관리하느라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 하기도 했으며, 이에 한국의 교육부는 1997년 수업방해와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다마고치’를 학교에 반입하지 못 하도록 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또한 1998년 프랑스에서는 운전 중에 ‘다마고치’에게 먹이를 주다가 시합 중이던 자전거 선수들과 충돌해 여러 명이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다마고치’는 이전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 하지만 수 차례의 버전업을 거쳐 적외선 통신기능을 갖추는 등 최신 기능으로 무장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있는 PC방. 청소년들의 선망 직업으로까지 떠올랐던 프로게이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부각된 e스포츠. 이 모든 것을 태동시킨 게임이 여기 있다. 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1998년에 출시한 '스타크래프트'와 그 확장팩인 '브루드워'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전세계 판매량의 절반 가량인 450만 장이 한국에서만 팔렸을 정도로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이 작품이 국내 게임시장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PC방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으며, e스포츠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은 국내 젊은 남성들의 취미생활 양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당구를 치러 몰려다니던 청년들은 당구장이 아닌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청소년들은 그동안 다니던 오락실이 아닌 PC방을 향했다. 국내 아케이드 시장의 쇠락이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이후에 국내 게이머들의 위상이 해외시장에서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났다. '스타크래프트'의 래더랭킹 상위권을 한국 게이머들이 독식하는가하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각종 대회에서도 한국의 게이머들이 휩쓸고 다니면서 해외 게이머들의 뇌리에 '한국=스타크래프트 최강'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게 됐다. 게임 한류 열풍을 주역한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