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 업체와의 전쟁. 초차원게임 넵튠 MK2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는 제목을 가진 초차원게임 넵튠 MK2다. 제목의 MK2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초차원게임 넵튠의 후속작으로 전작은 게임 업체를 모에화(일본어로 싹이 트다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 캐릭터를 귀엽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 의인화 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처음에는 서로 적대시하다가 나중에는 뒤에 숨은 진정한 적을 알게 되어서 힘을 합쳐서 물리친다는 흔한 패턴의 게임이다. 다만 게임 업체를 의인화해서 귀여운 캐릭터로 변신시켰다는 점 때문에 나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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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차원게임 넵튠 MK2(이하 MK2)는 전작의 내용이나 캐릭터들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주역으로 나오는 신 캐릭터의 등장, 새로운 사건과 적의 등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전작에서 최종 적을 물리쳤지만, 그 이후 적을 숭배하는 새로운 적의 등장으로 세계의 신앙심이 약해지며, 그 결과 전작의 주인공들이 힘이 약해져서 붙잡히게 된다. 이 때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해 전작 주인공들을 구하고 신앙을 잃어버린 세계를 되살리려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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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 내용은 “본격 불법 복제 업체와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게임 매뉴얼에도 실려 있는 이번 MK2의 주요 적이 되는 보스 급 4인조의 설명을 잘 보면 게임이 하고 싶었지만 결국 해보지 못하고 죽어간 가난한 아이들의 원념... 이라던가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결국 클리어하지 못하고 수험에도 실패한 재수생들의 원념... 등의 설명이 붙어있는데 웬 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처럼 MK2의 메인 스토리는 실제 게임 업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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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일단 전작에서 있었던 시스템은 거의 전부 계승되었고 한글화 덕분에 플레이하는게 어렵다고 느껴질 일이 별로 없다.

기본적으로는 월드 맵에서 특정 지역이나 던전으로 가는 것은 캐릭터 아이콘을 가야 할 위치로 옮기고 선택하면 즉시 그 지역이나 던전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월드 맵에서는 그 지역의 신앙도라는 일종의 세력 상태표가 뜨는데, 각 지역의 적을 많이 물리치거나 이벤트를 해결하는 등의 행동으로 이 신앙도를 최대한 올려주는 것이 기본 과제중 하나이다. 물론 초반에는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진행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이 열리는 만큼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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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은 말 그대로 레벨 올리는 지역(중간에 이벤트가 있기도 하다)으로 특이한 점은 일단 들어가서 필드 상의 적을 전부 소탕 해버리면 특정 아이템을 사용 하지 않는 한 적들이 재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물 상자에 준하는 것도 던전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다시 들어가면 다른 아이템이 들어있는 상태가 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그리고 특정 위치에서 현재 레벨로는 상대도 하기 힘든 적이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이건 매뉴얼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뭐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 경험치&아이템을 제공하는 수준이 되겠지만.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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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턴 배틀과 프리 배틀을 섞어놓은 형태로 일단 행동에 소모되는 SP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이동이나 공격을 할 수 있고 행동이 끝나면 다른 캐릭터나 적이 움직여서 공격을 하는 방식이다. 캐릭터마다 공격 범위가 정해져 있어서 적에게 가까이 다가가야만 공격할 수 있는 캐릭터도 있지만 원거리 전투를 할 수 있는 캐릭터도 있다. 그리고 주역 캐릭터에게만 주어진 여신화 라는 기능도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변신이다. 공격력이나 행동 범위가 일정 이상 상승하는게 특징이고 외형도 살짝 변한다. 물론 변신을 위해서는 필요 포인트가 전투로 어느 정도 쌓여야 하는지라 적재적소에 써 주는 것이 좋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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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 타운에 있는 길드에서 받는 퀘스트라는 것도 있어서 그 퀘스트에 나와 있는 조건대로 행동(보통은 적 몇 마리 퇴치나 아이템 일정 숫자만큼 회수가 있다. 난이도가 있긴 하지만 거의 비슷한 게 다수)하면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아이템 조합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아이템 개발, 동료들과의 서브 이벤트나 대화, 친밀도 같은 것을 올릴 수 있는 트위톡 이라는 것도 있어서 여러 가지 잔재미를 느낄 수 있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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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 측이건 적이건 캐릭터의 개성도 독특한데 전작의 주인공인 넵튠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신화에서 명칭을 따온 것 아닐까 생각 하겠지만 이 명칭은 사실 과거 세가에서 나올 예정 이였던 게임기의 코드네임인 넵튠에서 따온 것이다. 이번 MK2의 주인공인 네프기어는 만약에 넵튠이 정식적인 게임기로 나왔다면 나왔을지도 모르는 휴대용 버전의 후속기의 명칭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물론 작중 나오는 여러 캐릭터의 이름이나 특징도 잘 보면 협력한 게임 업체의 명칭과 유명 게임에서 나온 설정을 차용하고 있고 성우도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쪽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성우들을 채용했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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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이벤트 그래픽 감상이나 적 몬스터 도감, 배경 스토리 소개, 도움말 등 부가 요소들이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사실 이런 요소들은 예전에 나온 게임들도 갖추고 있는 것이다보니 게임 자체의 특징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한 마디로 이 게임은 은근히 평범하다. 애초에 게임 자체가 일종의 패러디나 오마주에 가까운 물건이고 여러 업체가 참여한 만큼 해 보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기능이나 조작 방식인지라 게임 자체의 독창적인 무언가는 없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과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쉽게 적응할 수도 있다는 얘기. 사실 이 MK2는 이미 나와 있는 다른 대작 RPG와는 애초에 비교하기가 미묘하지만 취향만 맞는 다면 금방 몰입할 수 있고 쉽게 적응이 가능한 일종의 코어 팬을 위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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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특징과 간단한 장점을 내 놨으니 이번엔 슬슬 단점을 좀 말해 봐야겠다. 일단 매뉴얼에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올라와 있고 설명에서는 다들 동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나와 있다.

현재 먼저 발매된 일본판 기준으로 확인된 바로는 몇몇 캐릭터는 그냥은 사용 할 수가 없고 유료 DLC로 구입 해야지만 전투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다가 여러 가지 추가 던전 같은 것도 전부 DLC로 내버린다고 하는지라 여러 사정상 DLC를 쓰기 힘든 사람이나 그냥 게임 자체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껄끄럽다고 할 수 있겠다. 좀 대놓고 말하자면 “내 돈 내고 제값에 게임을 샀는데 왜 돈을 더 들여야지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있는건데 ?” 라고 해야 할지도?

그나마 다행인건 추가 던전 같은 것은 전부 무료이고 유료는 위에서 쓴 것처럼 이번에 신규 참전한 신 캐릭터나 무장에 한정되어있다고 하고, 최근 한글판으로 올라온 DLC 들은 꼭 필요하다고 보긴 미묘한 숨겨진 아이템 찾는 기능 같은 것이나 공격력은 높지만 다른 능력치가 떨어지는 무장 같은 것만 유료이고 나머지는 무료 DLC라서 DLC가 아주 못 쓸건 아니긴 하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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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임 자체가 거의 일직선 루트에 가까운지라 작정하고 시작하면 적어도 사나흘 안에는 끝낼 수 있고, 위에도 쓴 것 처럼 1회차 클리어 이 후에 즐길 거리가 DLC인지라 역시나 좀 미묘하다. 그래도 최근 다 만들어놓고 언락을 DLC로 해버려서 여러 가지로 말이 많은 모 격투게임보다는 훨씬 친절한 만큼 게임을 재미있게 즐겼다면 이 정도는 감수해도 될 정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MK2의 추가 DLC는 꼭 받아야 하는 필수요소라기 보다는 그냥 게임 디스크 자체로만 즐겨도 큰 문제는 없고 DLC를 받으면 더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덤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리고 한정판과는 다른 예약 특전으로 준 비주얼 북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 하면서 글을 마쳐 볼까 한다. 비주얼 북은 총 42P로 구성된 A4 용지 정도 사이즈의 책자로 28P는 칼라, 나머지 페이지는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고 실려 있는 것은 매뉴얼에도 실려 있는 캐릭터 소개& 설정과 게임에서 나오는 배경과 이벤트 CG, 초기 설정 자료, 러프화 등이 실려 있는데 이 쪽도 전부 한글화 되어 있고 특히 캐릭터 소개는 매뉴얼과는 달리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서 이런 설정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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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 MK2는 그냥 골수 RPG 게이머들이 보기에는 그저 요즘 세태에 따른 흔한 아류 모방 게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깊게 파고든다면 아류나 모방이 아닌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가진 것 이란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의인화 미소녀 계열을 좋아 하거나 이런 건 싫어도 좀 색다른 RPG를 즐겨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해보는 게 좋을지도?

초차원게임넵튠M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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