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따라 게임도 '리부트' 열풍, 새로 태어나는 인기 게임들
최근 영화 시장을 보면 '리부트'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재시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리부트'는 그 동안 시리즈가 이어졌던 작품의 설정 및 캐릭터를 무시하고 다시 한 번 시리즈를 시작하는 것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같은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작품들은 과거의 작품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는 '리메이크'와는 조금 그 성격을 달리하는데, 기존의 작품의 존재를 그대로 놔두면서도 새로운 설정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기존 작품들과 분위기나 스토리를 다르게 가져갈 수 있어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는 팬들이나 원작의 인기를 끊임없이 이어가려는 판권원들에게는 매력적인 컨셉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리부트'의 열풍이 점차 게임 시장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인기 비디오게임 프랜차이즈들이 하나 둘 기존 인기 시리즈의 설정을 조금씩 바꾸며 새로운 모습을 한 '리부트' 게임들을 공개하고 있는 것.
최근 리부트 게임들을 선보인 게임사들은 과거의 인기 작들을 향상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롭게 선보여 기존 팬들은 물론 새로운 게이머들을 프랜차이즈의 팬으로 끌어들이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됐던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2 전시회에서 시리즈를 '리부트'한 신작 게임들이 대거 출현, 게임 쇼의 중심점 중 하나로 많은 환호를 받았으며 이들 게임들은 해외 매체들로부터 최고의 E3 게임 후보로 잇달아 선정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2K게임즈 산하 파이락시스 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은 지난 1993년선보여졌던 'UFO: 에너미 언노운'과 비디오 게임판인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을 새롭게 재창조한 게임으로 다양한 병사들의 전략적인 전투가 인상적인 게임이다.
'엑스컴' 프랜차이즈 리부트와 함께 공개됐던 두 편의 게임(다른 한 편은 2K마린에서 개발 중인 슈터 게임) 중 하나인 이 게임은 턴 베이스의 전략 롤플레잉 게임으로, 게이머는 특수부대의 지휘관이 돼 다양한 병과의 병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최소한의 피해로 외계인들을 물리쳐야 한다.
이 게임은 단순히 적을 물리치는 맵상의 모습 뿐만 아니라 매 전투시마다의 확대 장면을 다양한 그래픽 효과와 박력 넘치는 시점 표현 등으로 표현해 전투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주고 있으며, 캐릭터의 성장에 따라 전술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이번 E3 2012에서 공개됐던 데모 버전에서는 특별 게스트로 '문명'시리즈로 유명한 시드 마이어 파이락시스 공동 창립자가 게임 속 캐릭터로 등장해 게임 팬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캡콤은 액션 게임의 대표 주자중 하나인 '데빌 메이 크라이'를 리부트하며 새로운 액션의 전설을 펼칠 계획을 선보였다. 'DmC'라는 약칭으로 잘 알려진 이번 리부트 작품은 '헤븐리 소드'와 '인슬레이브드' 등 동양과 서양의 정서를 잘 조화한 액션 게임을 선보였던 영국 개발사 닌자 씨어리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인공 단테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DmC'는 천사와 악마의 혼혈이라는 출신 성분과 원래 머리카락의 색이 기존과 달리 검은색이라는 새로운 설정이 적용됐으며, 언제나 시크하던 모습 대신 혈기 넘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이며 기존 팬들에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계기나 공격의 임팩트, 그리고 특유의 판정 시스템 등 게임 고유의 시스템은 비교적 잘 재현돼 있으며, 지난해 공개됐던 동영상에서 이질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유화와 수묵화를 섞어놓은 듯한 그래픽도 원작의 재미를 크게 해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들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남은 부분은 새로워진 게임의 시나리오나 세세한 퍼즐, 그리고 닌자 씨어리 특유의 액션성을 어떻게 게임 안에 거부감 없이 녹여넣느냐이며, 이를 통해 시리즈의 전개 방향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퀘어에닉스 역시 게임과 영화를 넘나드는 대표 액션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가 등장하는 '툼 레이더'의 리부트작을 내년 3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툼 레이드: 레전드' 이후로 관련 게임 개발을 담당해온 디지털 다이나믹스의 최신작인 이번 '툼 레이더'는 고고학자이자 모험자가 되기 이전의 어린 소녀때의 라라 크로프트를 등장시켜 그녀가 어떻게 모험가로써 눈을 뜨게 됐는지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 게임에서는 비행기 사고에서 생존한 라라 크로포트가 거친 야생 환경과 끊임없이 몰려드는 위기 상황, 그리고 목숨을 노리는 위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생존 방법을 스스로 익히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으며, 게임이 진행되면서 게이머는 연약한 소녀가 어떻게 강인한 모험가 '라라 크로포트'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번아웃'의 크라이테이온 게임즈가 2005년의 동명 게임을 특유의 액션성과 오픈월드 기반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니드 포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 등의 게임도 '리부트'작으로써 게이머들 사이에 벌써부터 기대작의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어 이들 게임의 성과에 따라 앞으로 보다 많은 게임 프랜차이즈의 '리부트'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게임 업계의 리부트 열풍은 비록 영화에서 건너온 것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게이머나 업계 관계자들도 원하던 것으로 이를 통해 인기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해석 및 전개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침체된 비디오게임 시장의 부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팬은 물론 기존 팬 양쪽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 되겠지만, 현재 준비 중인 리부트 작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받아든다면 여타 다른 프랜차이즈의 리부트도 끊임 없이 이어지며 새로운 비디오게임 시장의 추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