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호크, 액션 슈팅과 전략이 만났다

시대와 환경을 불문하고 꾸준히 시장에서 사랑 받고 있는 액션 슈팅 장르. 그 중 1인칭, 3인칭 슈팅 게임에선 게이머가 단기필마 혹은 몇 없는 동료들과 함께 현지조달로 연명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평범한 게임은 물론이고 비평과 판매 모두 성공한 명작 게임들 역시 저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이 현상은 만국 공통인 셈. 게이머가 조작하는 캐릭터와 조력자들이 인간을 뛰어넘는 초능력으로 싸우느냐 주위의 사물들을 이용하여 싸우느냐의 세세한 차이가 있지만, 결국 튼튼한 몸 하나 믿고 사지로 뛰어들긴 매한가지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아직까지 이런 각박한 지원 속에서 게임을 해쳐나가야 하는가. 게이머에게나 캐릭터에게나 고충이 따로 없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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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스타호크가 나섰다. 몸만 믿고 현지 조달로 버티는 액션 슈팅이여 이제 그만! 벽이 필요하면 세우고 포탑이 필요하면 설치하며 보급이 필요하면 부르고 탈 것이 필요하면 직접 호출하라. 이것이 고군분투하는 게이머들에게 스타호크가 제안한 플레이 방법이다. 스타호크에서 게이머가 받는 것이라곤 스타호크 세계관의 뿌리이자 분쟁의 원인인 우주 자원 리프트, 이따금 사망한 적들이 내뱉거나 맵에 등장하는 무기의 탄약이 전부. 게임에 필요한 나머지들은 게이머가 모은 리프트를 사용하여 필요한 건물을 짓거나 장비들을 소환하여 해결한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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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개발진들이 앞서 제작했던 게임 워호크의 후속작을 자처하는 스타호크답게 눈에 보이는 배경 전체가 맵이자 전장으로 바뀌는 스케일, 최대 32명이 참가 가능한 대형 온라인 매치 등 워호크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렇게 액션 슈팅 게임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하 RTS)의 건물 생산 및 전략적 대처 요소를 섞고 전작의 특징까지 재현하면서까지 스타호크가 이루고자 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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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부른다. 땅이 부른다. 사람이 부른다
스타호크는 발매 전부터 건물을 세워 적들을 막는다는 공개 내용 덕분에 슈팅 액션 디펜스란 장르로 알려졌다. 즉, 슈팅 액션의 게임 구조 속에서 여타 디펜스 게임처럼 진지 방어에 전념하는 게임이 스타호크의 대외적 이미지였다. 그러나 직접 스타호크를 플레이하면 이런 대외적 이미지가 스타호크를 절반 밖에 표현하지 못 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타호크의 중심은 오히려 전작 워호크처럼 다양한 탈 것과 무기를 가지고 맵 전체를 전장삼아 누비는 전투에 있다. 맨몸으로 전장을 달리는 것부터 사이드 와인더에 탑승해 전장을 질주하며 동료들과 함께 레이저 백을 몰고 싸우다 옥스 중전차로 적들을 때려잡고 호크에 올라타 하늘과 우주를 누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투가 펼쳐지니 질릴 틈이 없다. 아울러 인간, 호크 가리지 않고 용도가 다른 개성적인 무기들이 즐비하니 전투의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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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건물의 활용이 뒷전으로 밀려나진 않았다. 문자 그대로 스타호크의 절반이 바로 건물 활용에 따라 달라지는 전투 양상에 있다. 전투 중 습득한 리프트를 소비해서 각종 시설을 건설(을 가장한 소환)하는데 적들을 막는 방벽, 탈 것을 소환하는 시설, 전투에 필수인 병참기지, 공격을 책임지는 포대, 시설과 탈 것의 수리장치, 자원 채취기 등 RTS에 나올 법한 시설들은 전부 지원한다. 하지만, 건물의 활용으로 여타 RTS처럼 전략을 극한까지 추구할 기반을 갖춰 놓고서 정작 플레이 중에는 제대로 써볼 기회가 잘 생기지 않는다. 특히 싱글 플레이에선 건물 건설을 거의 방어전에만 쓰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먼저 치고 들어가서 게임을 유리하게 만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불합리와 마주한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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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최대 32명까지 참가하는 멀티플레이가 싱글플레이에서 억지로 제한 당했던 건물 활용과 하늘과 땅을 넘나드는 대규모 전투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 RTS처럼 아군과 함께 적의 진지를 점령하는 ZNS, 팀 혹은 유아독존으로 다른 게이머들과 생존게임을 벌이는 TDM/DM, 깃발 쟁탈전을 벌이는 CTF 등 나올 법한 게임 모드는 전부 있는 셈. 방어전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협동 모드 역시 준비되어 있다. 각양각색의 게임 방법과 규칙 속에서 멀티플레이에 참가한 게이머들의 조작 실력, 건물 선택, 맵의 구조물 이용들이 액션 슈팅에 충실한 스타호크의 전투와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플레이가 넘친다. 한글화면서 세계 공용 서버를 쓰기 때문에 하염없이 한국 게이머만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세계 공용 서버임에도 쾌적한 온라인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점 역시 스타호크의 멀티 플레이의 가치를 높여 주었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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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자신감과 부족한 자기 어필
게임 안에서 스타호크가 가진 장점들과 개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정작 게임 플레이 중에는 느끼기가 힘들고 녹화한 게임 플레이 영상을 살펴보거나 플레이 경험을 되짚어보는 과정을 겪어야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플레이 중에 이렇게까지 인상이 옅으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자기 PR이 게임의 필수 소양인 시대의 흐름 속에서 스타호크처럼 너무 자기 어필이 부족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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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플레이에서 이 단점이 두드러지는데 캐릭터와 나누는 대화와 정적인 연출로 넘어가는 이벤트 장면을 제외하곤 연출이라고 할 법한 장치를 찾기 힘들다. 보기 위한 재미를 일부러 배제했을지 모르지만, 게임의 정체성을 게이머에게 직접 보여서 다른 게임에선 찾기 힘든 스타호크만의 게임 방식에 적응하도록 하게끔 스타호크에겐 인상 깊은 연출이 필요했다.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PS3 게임의 거성으로 자리 잡은 갓 오브 워시리즈의 제작사 산타모니카 스튜디오답지 않아 아쉬운 부분. 스타호크만의 개성인 건설 활용도 맵 전체를 아우르는 전투도 짤막한 미션 지시 속에서 게이머가 직접 알아채야 하는데 그 계기로 작용해야 할 게임 안에서의 묘사나 연출이 모자라 한 번의 플레이만으로 알아채기가 어렵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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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멀티 플레이의 진입 장벽으로 이어졌다. 이왕 게임하는 김에 겸사겸사 무턱대고 도전하지 않는 이상 많은 게이머들은 멀티 플레이 이전에 싱글 플레이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싱글 플레이가 멀티 플레이와 연관성은 적지, 스타호크만의 개성을 잘 표현하지 못 하지, 그렇다고 싱글 플레이만의 매력이나 재미가 잘 살아있는 것도 아니라 스타호크에서 싱글 플레이의 존재의의가 무엇인가 고민이 생길 정도다. 결국 멀티 플레이 환경에서 싱글 플레이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차이는 튜토리얼 진행의 유무 정도이고 똑같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 멀티 플레이 고수들에게 당하면서 몸으로 배우는 길을 걷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멀티 플레이에 치를 떨고 스타호크를 멀리하는 게이머까지 나오니 이는 자연스럽게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뼈대만 잘 만든 게임이 치장과 기름칠 없이 완성됐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스타호크가 직접 보여준 것이다.

스타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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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해서 아쉽고 조용해서 손해 봤다
모처럼 귀한 한글화 게임이 나왔다. 이 귀한 한글화가 아깝지 않은 게임이다. 그런데 발매 전이나 발매 후나 게이머들 사이에서 너무 조용하다. 스타호크가 게이머들에게 첫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게임 컨셉을 밀어붙이는 시도를 했거나 게임을 하지 않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붙잡으려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그래도 스타호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멀티 플레이의 진입 장벽만 넘는다면 스타호크만의 독특한 슈팅 액션이 게이머를 반길 것이다. 1년에 몇 작품 안 나오는 한글화 수작 게임이 이렇게 묻히는 건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비극이고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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