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④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은 게임
< <직장인 김씨의 생활은 그야말로 게임과 관련된 이벤트의 연속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면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치약으로 이를 닦는 6살짜리 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세면을 한 뒤 아침 식사를 하고 회사로 출근한다.
회사에 가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을 켜서 '타이니팜' 게임을 플레이하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근무 시작 전 잠시 어제 명령을 내려뒀던 웹게임의 상황을 잠시 확인한다. 오전 근무가 끝나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회사의 동료들과 모여 짬을 커피 내기 게임 시합을 하는데, 김씨는 전날 커피를 샀던지라 오늘 또 커피를 살 수 없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해 결국 승리를 거두며 맛난 커피를 얻어 마신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퇴근하기 전 다시 웹게임을 켜고 조작 명령을 내린 김씨는 퇴근 후 대학시절 게임을 함께 즐기던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을 기울이고는 2차로 피시방으로 몰려가 '한 판'을 즐긴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서 조그만 선물을 하나 사서 입이 뾰루퉁해있는 아내에게 안겨주고 아들 방에 들어가 머리맡에 놓인 학습 만화책을 정리해준다. 지난주에 함께 서점에 나가 사준 만화책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탓에 매일 이 책을 읽으며 잠을 자는 듯 하다.
그는 자리에 누우며 단순히 취미로 즐기던 게임이 어느덧 생활 속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앞으로도 게임이 더 많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21세기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와 우주 여행은 아직이지만 게임이라는 형태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위에서 소개한 김씨의 생활과 같이 최근 사람들의 생활 속에 게임이 깊숙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더 이상 게임과 생활을 따로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생활 패턴은 으레 그 사람이 접하는 것들을 반영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그 만큼 생활 반경에서 게임을 접하는 상황과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런 분위기는 일부 나이대, 일부 계층의 특수 상황이 아니라 대중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재편되고 있는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생활 용품, 식품류의 출시다. 어떤 제품을 홍보함에 있어 해당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주제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최근 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어린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관련 상품들이 대거 출시되며 주 대상층의 관심을 끌려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메이플스토리' '귀혼' 등의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어린이 전용 음료가 출시된 것을 비롯해, 피시방에서의 소모율이 높은 아이스 티 제품에 인기 '던전앤파이터'와 '서든어택'의 일러스트를 집어넣고 게임 쿠폰을 제공하는 마케팅인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이런 분위기는 공산품으로도 이어져 어린이용 치약, 칫솔 제품에 '카트라이더'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출시 분야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게임 캐릭터 마케팅의 경우 청소년기로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도 캐릭터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각 업체들은 매력적인 홍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게임사보다 제품 출시원으로부터 보다 적극적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출시하려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움직임과 발을 맞추어 교육 또는 사회 계몽 활동에 있어서 게임을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어린이에게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한 학습 만화에서 게임 캐릭터를 활용하는 경우는 이제 당연한 일이 됐을 정도로 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TV의 교육용 프로그램 캐릭터를 게임 속으로 가져와 교육용 제품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스마트폰 이용자의 급격한 확대에 힘입어 시장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회 계몽 활동의 예로는 적십자사의 캐릭터 연계 행사와 엔씨소프트가 진행한 대한민국 문화원정대, 넥슨의 청소년 건강 도모 위한 '넥슨 체조' 보급 등이 있으며, 각 게임사들의 사회 공헌 활동에 더해져 그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해외에서도 최근 밸브의 슈팅 액션 게임 '포털 2'의 실험실 제작 툴을 이용해 물리와 수학 등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콜롬비아 적십자사에서 FPS 게임을 이용한 헌혈 권장 캠페인을 통해 헌혈에 대한 인식 재고에 성과를 거뒀다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게임을 즐기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교육 및 계몽 행사는 더 이상 일시적인 이벤트라고 보기 어렵게 됐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확대되면서 언어에 있어서도 이를 반영한 단어들의 사용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언어의 경우 특별한 사회의 움직임이나 주요 문화 콘텐츠에 대한 신조어의 사용이 반영되면서 이를 조금씩 받아들여 변형시켜 가는데, 최근에는 게임에 대한 언어들이 이런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타크래프트에서 항복하고자 할 때 'Good Game'또는 'Give up Game'의 약자로 쓰던 지지(GG)가 어떤 상황이나 작업을 포기할 때 쓰이고 있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력이 늘었을 때 쓰는 '레벨 업', 좋은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 아이템을 얻었을때 쓰는 '득템', 최고 실력자를 가리킬 때 쓰는 '만(滿) 레벨(Level)'의 합성어 '만렙' 등을 들 수 있으며 그 수는 장르와 주제에 따라 시차를 두고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언어 사용에 대해 해당 게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기성세대들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역시 사회상을 반영한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현재 젊은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게임이 생활 속에 스며드는 범위가 넓어지고 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사회에 끼치는 그 영향력 또한 강해지고 있다. 문화에 대한 개념이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 지닌 사유, 정보교환, 행동, 생활 등 그 집단에서 습득하여 계승해 온 양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이제 게임은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여흥거리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제 게임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를 잡은 만큼 그 스스로 문화로써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야 하며 이에 대해 게임 업체들은 문화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만큼 그에 따른 자격에 어울리는 기반을 마련하고 활동을 이어가 후대에 인정받는 선대 문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