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가족의 마을을 내 마음대로 '심슨가족 스프링필드'
거침 없는 풍자와 특유의 개그 코드를 바탕으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족' 중 하나로 칭해지는 심슨가족이 핸드폰 속으로 들어왔다. 바로 EA에서 새롭게 출시된 모바일게임 '심슨가족: 스프링필드'(북미명: 'The SIMPSONS: Tapped Out')이 그 주인공으로, 게이머는 심슨가족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러 유명 캐릭터들과 함께 자신만의 스프링필드 마을을 꾸밀 수 있다.
이 게임은 일터에서 소셜게임을 즐기는 심슨가족의 가장, 호머심슨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호머는 소셜게임에 빠져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일 조차 소홀히하는데 이 때문에 호머가 근무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 스프링필드를 완전히 날려버리게 된다.
엄청난 사고가 터진 이후 우리의 호머는 폐허가 된 스프링필드 한 가운데 서있는데, 이제 게이머는 이 호머를 시작으로 스프링필드 사람들을 찾아 마을을 재건해야 한다.
게임의 조작은 여느 소셜 게임들과 크게 다름이 없기에 조작 방법을 배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건물을 지으면 해당 건물과 연관이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들에게 작업 명령을 내려 일을 진행하면서 돈과 캐시 역할을 하는 도넛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캐릭터에게 주어지는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보다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이 퀘스트가 단순히 일거리를 반복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각 캐릭터와 연관된 스토리가 부여돼 있어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명히 지정해주며, 이 스토리가 원작 애니메이션과도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을 즐기는 '심슨가족' 팬들에게 보다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심슨가족'의 딸 리사가 등장하는 퀘스트에서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폐허의 쓰레기를 주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그녀가 자주 활동하는 '사회봉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호머 심슨은 몰래 TV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거나 나무에 걸린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자는 등의 행동을 하도록 한다.
여기에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는 아들 '바트 심슨'이나 종교에 심취해 과학을 비난하는 이웃 '네드', 여덟 쌍둥이를 돌보면서 마트를 운영하는 아푸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마을에 돌아오도록 하다 보면 시끌벅적한 스프링필드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슨가족: 스프링필드'에서는 게이머가 각 캐릭터에 내리는 지시사항 하나하나가 원작과의 연계성을 유지하고 있어, 단순히 인기 캐릭터만 등장할 뿐 행동에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여타 소셜 게임에 비해 보다 많은 재밋거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의 목표는 단순히 스프링필드를 재건하는 것만이 아니다. 게이머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해 '나만의 스프링필드 마을'을 꾸미는 것 역시 이게임의 큰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화면만으로 보아오던 '스프링필드' 마을이 아니라 내가 꾸미는 마을이 곧 새로운 '스프링필드'가 되는 것이다.
특히 EA의 온라인 서비스인 '오리진'을 통해 친구로 연결된 게이머들끼리 연결해주는 기능이 지원돼 각각의 스프링필드 마을은 패러랠 월드(평행세계) 속의 또 다른 스프링필드가 되며 게이머는 수많은 스프링필드 속을 돌아다니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된다.
여기에 각 캐릭터들의 대사와 동작 역시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재현하는데 충실하다. 워낙에 '심슨가족'이라는 작품 자체가 블랙코미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보니 사회 비판이나 특정 개인에 대한 비판이 종종 보이는 편인데, 이 작품 역시 이런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 도입부에서 호머 심슨이 즐기는 게임은 앞서 출시돼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는 비라인의 '스머프 빌리지'를 패러디 하고 있으며, 오프닝에서 소셜게임이 돈을 많이 결제해야 한다고 투덜대면서도 천달러씩이나 결제하는 호머 심슨의 모습은 바로 소셜게임을 즐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이 게임 역시 고급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캐시에 해당하는 '도넛'을 끊임없이 요구하는데, 이런 어이없는 모습조차 시치미 뚝 떼고 우겨대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그 자체도 '심슨가족'의 재미중 하나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슨가족: 스프링필드'는 시스템부터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원작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으며, 이런 불편하면서도 독창적인 모습이 원작 팬들에게 보다 많은 재미를 만끽 할 수 있도록 하며 게임의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완벽한 한글화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보통 한글화되는 게임들은 원작의 맛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 게임의 한글화는 원작을 잘 아는 사람들이 참여했는지 각 캐릭터의 특성이 잘 살아나고 있어 어색함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영어판을 찾아 플레이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게임의 최적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게임은 과거 한 번 출시됐었지만 문제가 발생돼 한 동안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게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기 로딩이 느리며 게임 중간중간 접속이 끊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이 역시도 바트 심슨의 심술궂은 장난이라고 우기긴 하지만 그래도 즐기고 싶을 때 원활하게 즐기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EA측의 대처가 절실하다.
'심슨가족: 스프링필드'는 유명 애니메이션을 모바일 세상으로 옮기며 원작의 재미와 게이머들의 즐거움을 모두 고려하며 원작이 있는 게임이 가야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접속에 관련된 불편한 부분이 해소되고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추가된다면 '심슨가족: 스프링필드'는 원작 애니메이션이 누렸던 인기만큼이나 소셜 게임 속 인기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