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보다 누구' 게임, 결국 사람이 힘이다
오랫동안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 게임 왜 하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그 안에 친구들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게임의 시작은 겉모습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남는 것은 그 안의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10년 넘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한국을 대표한 게임이 된 가장 큰 이유는 게임 속 커뮤니티와 그 구성원들에 있다.
혹자는 고작 게임을 같이 하는 사이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직업, 나이, 성별의 제한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인연의 끈은 질기고 단단하다. 게다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고생하며 성취했을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결국 사람들의 인연과 친분이란 커뮤니티가 게임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한 기업에서 몇 년간 CF와 사규를 통해 '사람이 힘이다'라는 내용을 어필하고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접근할 수 있다. 결국 조직과 사회 등이 단단해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누가, 혹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람보다 조직이 우선시 되고 과정이나 내용보다는 결과물이 더 주목받는 경제 발전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구성원'과 '사람'이 자칫 외면 받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중요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오면 어떻게 사람들이 그 가상 세계에서 편하게 재미있게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의 범위에서 보다 확장해 내적 환경 조성에 중점을 주어야 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비싸고 질 좋은 장난감을 주고 놀게 하는 것도 좋지만, 매트리스를 깔아주어 장난감이 없더라도 넘어지면서 뛰어 놀면 '노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 진다. 그러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위해서가 아닌 주변 친구와 놀기 위해 유치원 가는게 즐거워지고 기다려지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그런데 요즘에는 게임을 누가 만들었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유명 개발자, 좋은 엔진, 비주얼과 같은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서 반응하고 어떤 환경이 조성되었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거나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
연말 서비스를 준비 중인 아키에이지에 찬반양론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개발 초기 유명 개발자인 송재경 대표의 MMORPG 복귀작이란 이름으로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새로운 가능성을 베이스로 둔 콘텐츠들이 언급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더욱 올라갔다.
그 와중에 테스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콘텐츠에 기대했던 많은 사용자들은 불만을 제기 했다. 그들이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콘텐츠 퀄리티가 다른 게임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게임의 그래픽은 그래픽을 강조했던 경쟁작들 보다 부족했고, 전투 역시 전투를 메인으로 하고 있는 게임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오랜 테스트로 인해 그 안에서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한 점이다. 이미 수많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이들 간의 대립과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송 대표가 게임 제작 초기에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사람들이 게임 안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반응할지에 중점을 둔 결과물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래픽와 전투와 같은 콘텐츠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경쟁작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부정적 의견과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둔 긍정적 의견이 나뉘어진 상황이다.
온라인게임은 1~2년 잠깐 뜨내기로 서비스 하는 사업이 아니다. 사용자들 역시 게임을 보고 찾을 때 이제는 오래할 만한 게임을 찾는 경향이 늘고 있다. 특히 MMORPG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게임사들은 긴 호흡 속에 게임을 제작하고 단순히 몇몇 콘텐츠에 집중할 것이 아닌 커뮤니티와 내적 환경과 같은 다각도의 접근 방법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음식은 데코레이션과 맛도 좋지만 그 안에는 건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책이나 영화의 흥미진진한 전개나 연출도 중요하지만 감동과 여운이 있어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처럼, 이제 게임 역시 재미와 보상 보다 누구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고 어떤 환경을 제공할지도 주목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