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구난방' 게임 관련 토론회, 여전히 교통정리가 안된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맞아죽을 각오로 쓴다.."는 내용의 기사를 개제한 적이 있다. 모름지기 기자란 정확한 팩트나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의 모습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본인의 감정이나 개인적인 사견을 기사에 녹여내면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내용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위험한 판단이 될 수가 있다.

특히, 토론회나 공청회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행사의 취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의 주관이 기사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토론회의 기본 목적이나 결론과 상반된 내용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높다.

모 매체의 기자 분처럼 '맞아 줄을 각오'까지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8일 있었던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 토론회를 다녀온 이번 칼럼에서는 1%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사견을 조금 담아볼까 한다.

사실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 토론회에서 어떤 교수가 어떤 발언을 했고, 참가한 패널이 다른 발언을 했다는 내용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토론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의 패널이 참석해 상반된 내용을 이야기하기 마련이고, 자신의 주관이나 경험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경우 논쟁은 더욱 뜨거워지기 나름이니까.

토론회1
토론회1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반성해야 한다"

게임 관련 토론회가 매번 이렇게 발전적 결과물을 내어놓지 못하는 것은 이 두 단체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게임'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리딩해 온 곳은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다. 16세 이하 청소년이 12시 이후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셧다운제'가 만들어졌고, 학부모의 선택에 따라 게임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도 생겨났다.

합리적인지 불합리적인지를 떠나서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고 보완할 부분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때문에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 여러 기관이나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 토론회도 그러한 이유에서 준비됐다.

그런데 '게임'이란 단어가 들어간 토론회가 열리면 여전히 '셧다운제의 정당성'에 대한 내용이 오가고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률이지만 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되기 시작하면 이후의 내용은 셧다운제의 문제점이나 당위성에 대한 내용으로 토론이 진행된다. 물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고 현재 국내 게임 규제의 중심이 되는 법안이기 때문에 언급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시행되고 있는 법안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닌 향후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보다 발전적 방향임에도 말이다.

'셧다운제'나 '선택적 셧다운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를 가장 크게 반긴 것은 학부모들이었다. 16세 이하의 자녀들의 게임사용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결과 3%의 이용률 감소만을 기록했으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행사에서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이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또 다시 소리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분들에게 중요한 것은 법률이나 시행안이 아닌 '아이들이 게임을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게임의 중독이나 과몰입에 대한 과학적 결과나 연구가 완벽하지 못한데 있다. 아직 게임이란 단어가 들어간 모든 연구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이 발생했을 때 의견을 조율할 기준이 불명확하다. 해외에서 국내의 법률이나 법안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여전히 해외에서도 이러한 문제로 의견이 대립되고 있으며 게임을 제한하는 법도 국가나 기관별로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토론회2
토론회2

화살을 여러 군데로 돌려보면, 우선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민주통합당의 전병헌 의원실에 아쉬운 마음이다. 게임 업계종사자로서 의원님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바쁜 와중에 관심을 가지고 행사를 주최하고 참석하신 것은 감사한 일이나 반대의견을 가진 패널들이 많은 행사에서 '수출 비중 50%' '법률 제정은 최소화' 등의 논란거리가 될 단어들만 남겨두고 퇴장하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듣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하는 몇몇 의원님들과 어떻게 다르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찬반 비율을 고려해 밸런스를 잡고 패널을 선정한 것은 좋았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문화연대도 잘못은 있다. 애니팡의 셧다운제로 스마트폰개발사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와 청소년인권행동의 검은빛을 패널로 선정한 것은 좋았다.

이정웅 대표는 '스마트폰 개발사들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고 소규모의 벤쳐 개발사들은 힘들다'는 내용이 아닌, 1000만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대표의 입장에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스마트폰 개발사에 미치는 영향이나 법안으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게임이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다.

검은빛 역시 "현장에 도착해서 청소년 게임 이용 평가계획을 보고 웃음이 났다"고 이야기 한 것은 토론회 참석자 임에도 토론 주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렇다보니 지정 토론 시간에 중구난방 식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됐다.

결과적으로 행사를 주최한 문화연대에서 최근 트랜드와 이슈에 대한 캐치는 정확했으나 패널에게 행사의 취지와 목적을 보다 명확하게 알리고 준비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문광부의 이수명 과장도 결국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에 대한 의견이 아닌 여가부와의 의견 소통 부재를 다시 언급했고, 여가부의 김성벽 과장도 "앞으로 소통하겠다. 법안은 조율해나가면서 만들면 된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며 주제는 달랐지만 다른 토론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형태로 마무리 됐다.

관심을 모았던 스마트폰게임을 포함한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에 적용될 게임의 기준이나 세부 사항에 대한 내용은 의제를 발제한 이동연 교수의 지정 토론에서 언급된 수준에서 그쳤다.

다만 연세대학교의 윤태진 교수는 인상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너무 한 가지 이슈에 치중되지 말고 판을 좀 크게 보자는 내용이다. 게임 규제에 대한 것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인 만큼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차원에서 법안을 만들고 중소기업에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게임은 산업적 문화적 측면에서 별도로 다르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마지막은 다른 이야기로 끝내볼까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역 중에서 최고의 배우를 꼽으라 하면 많은 이들이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을 했던 고 히스레저를 꼽을 것이다. 물론 연기가 뛰어났기도 했지만 그 영화를 마지막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음이라는 화려한 방점이 있는 만큼 인상도 강렬하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 정도로 강하고 무서운 힘을 가진다.

‘청소년의 죽음’이라는 명제를 강하게 내포한 상태로 어떠한 이야기 통하겠는가? 윤 교수가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청소년이 죽는다고 너무 겁을 주지 말라는 언급을 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들은 '게임 때문에 청소년들이 죽는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 한다'고 이야기 함에도 말이다.

토론이나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견을 정확하게 듣는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그리고 규제도 아니다. 바로 청소년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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