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간 선택제, 제도는 안 뜨고 '민국이 엄마'만 떠버렸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가 발의하고,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게임시간선택제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본인 혹은 법정대리인이나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게임 이용시간에 제한을 두는 제도이다. 문화부는 이 제도의 시행에 앞서 강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의 이름을 선택적 셧다운제에서 게임시간 선택제로 개명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발의한 강제적 셧다운제보다는 적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좀 더 많아 강제성이 덜 하다는 것이 이 제도의 특징. 하지만 제도 자체가 강제적 셧다운제와 중첩되서 적용될 수 있는 탓에 게임시간 선택제 역시 게이머들에게 '이중규제'라며 비난을 받아온 바 있다.
이렇듯 이름이 바뀌기 전부터 화제가 됐던 제도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형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민국이 엄마' 때문이다.
'민국이 엄마'는 게임시간 선택제의 홍보를 위해 문화부가 배포한 공익만화에 등장하는 만화 속 캐릭터. 만화 자체는 매우 평이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아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들어 고민이라는 '민국이 엄마'의 '대한이 엄마'를 향한 푸념 중에, '대한이'가 게임을 그만 두고 농구를 하러 나가면서 게임시간 선택제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만화 내용 자체는 워낙에 전형적이라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이 없었지만, 네티즌들은 민소매 상의와 치마를 입은 '민국이 엄마'의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당 캐릭터를 패러디한 2차 창작물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민국이 엄마'의 일대기를 소개하는가 하면, 다양한 형태로 이 캐릭터를 희화화하기 시작했다. 게임시간 선택제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던 게이머들의 심리가 패러디라는 형태로 표출되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디 작품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캐릭터를 희화하는 것은 패러디의 기본적인 요소이기에 단순 희화화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선정적인 패러디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민국이 엄마'의 몸매를 부각시킨 그림이나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야한 소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패러디의 정도'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민국이 엄마 패러디'로 대변되는 게임시간 선택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게임시간 선택제의 발의 주체인 문화부를 향하지 않고 여성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악의적인 시선을 숨기지 않았던 여성부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선입견 탓인지 일부 커뮤니티에는 여성부가 해당 패러디물 제작자에 대한 고소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여성부 측에서는 해당 패러디물에 대한 고소를 고려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2차 창작물 때문에 불거진 여론이 사실과 다른 소문을 양산한 셈이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정도가 지나치긴 했다", "여성부가 억울하긴 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문화부 캐릭터가 조롱을 받았는데 왜 여성부가 발끈하지?", "'수위가 지나치다'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건가? 성희롱 문제처럼 피해자 기분이 나쁘면 무조건 수위가 지나치게 되는건가?", "여성부가 발의한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을 기준으로 하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교복 입은 캐릭터가 없으니까", "여성부는 그림 자체에 발끈하지 말고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나게 됐는지를 좀 돌이켜 봤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