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비타 사용자의 필수품. 페르소나4 더 골든

이미 발매한 게임의 수록 기종을 바꿔서 다시 발매한 것을 이식작이라 한다. 항상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게이머의 보편적인 성향 덕분에 대부분의 이식작은 완전 신작에 비해 큰 환영을 받지 못 한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재미인데다 개발사들의 안이한 재탕 판매란 인식이 겹치기도 하고. 하지만 아예 모르는 신작과 달리 이미 재미가 검증된 게임이다보니 욕은 많이 먹지만 그럭저럭 판매량이 나와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다. 특히, 이제 막 나와 즐길 게임이 부족한 신규 게임기 입장에서는 별다른 위험요소 없이 가장 빠르게 라인업을 추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게이머들은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할 게임이 없어 욕먹는 것보다는 낫다.

회사도 게이머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이식작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지만,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식작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미 다른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팀을 다시 소집할 수도 없고, 자금 확보도 문제가 된다. 애초에 게임사들이 이식작을 자주 발매하는 이유가 별다른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라인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인 만큼, 이식작에 투자할 자금이 있다면 신작에 투입하는게 낫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이식작들은 어른의 사정과 타협하느라 신작만큼의 새 것을 보여주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이러한 현실의 한계를 뛰어 넘어 신작이나 마찬가지인 이식작은 정녕 나오지 못 하는 걸까? 기기를 옮기면서 게임의 사양까지 새 기기에 맞추고 이식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게임의 특징과 장점을 그대로 살린 그런 게임. 이왕 게임을 고치는 김에 단점으로 지목 당한 요소들을 수정하면서 게이머들의 피드백에 충실하고 이식 전후에 쌓였던 게임의 콘텐츠도 추가하면 좋겠다. 그런데 피드백을 반영하고 콘텐츠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주니 밸런스 조정을 다시 해줘야 하고 그럼 게임 플레이의 주기나 패턴들도 수정을 해줘야 게임의 재미를 유지할 테니 조정 작업 추가. 기존 시스템으로 조정하기 어려우면 추가 시스템을 도입하면 되겠다. 이식작으로 게임을 처음 하는 게이머도 있을 테니 게임의 완급 조절에 신경을 쓰는 동시에 이미 게임을 즐겼던 게이머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게임 외적인 콘텐츠도 넣어보고 하는 김에 이전에 시도하지 못 했던 실험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이런 성의와 열의로 더욱 흥미로워진 이식작이라면 허락한다!”란 소리 나올 정도로 정신 바짝 차리고 만들어 버리는 거다. 말이 이식작이지 게임의 뿌리만 남기고 싹 갈아치운 그런 이식작을.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보통 이식작 가지고 저럴 바엔 차라리 신작을 만들고 만다. 그런데 정말 저런 식으로 역사에 남을 이식작을 만들어버린 사건이 발생해버렸다. 이번에 소개할 PS VITA용 게임 '여신전생 페르소나4 The Golden'(이하 P4G)이 그 주인공이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이런 이식작을 전에 본 적이 있나?

P4G는 앞서 2007년 8월 PS2용으로 정식 발매했던 게임 '페르소나4'를 PS VITA로 이식한 작품으로 '페르소나'란 특수한 힘을 가진 학생들이 힘을 합쳐 미궁에 빠진 연속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RPG이다. PS2용으로 5년전 발매한 페르소나 4를 어째서 최신 기기인 PS VITA용으로 이식을 하는지 궁금한 게이머들도 있을 텐데 이 작품은 지금 세대의 게임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PS2 세대의 대표 명작 RPG 중 하나다. 그 비결은 절묘한 줄타기로 구현한 일상과 비일상의 양립에 있다. 학생들이 남들에게 없는 힘을 가져 커다란 음모와 사건을 해결하는 메인 스토리야 1996년 발매한 페르소나 1을 시작으로 시리즈 내내 이어져 온 것이지만 페르소나 4는 전작 페르소나 3에서 일신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재도약하여 전작들을 압도하는 RPG의 정석이자 로망을 보여주었다.

페르소나 4의 일상 속에선 다른 캐릭터들과의 인연을 매개체로 삼는 커뮤니티 활동과 자기 관리, 비일상 속에선 사건 해결을 위한 활약상들이 펼쳐지는데 실제 학생 생활처럼 자기 관리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게이머에게 '게임의 주인공은 게이머와 동류'란 인식을 심어주며 그런 게임 속 주인공이 남들은 엄두조차 못 내는 난관들을 해쳐 나갈 때마다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말이야 쉽지 실제로 게임으로 구현하기에 어려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페르소나 4는 해냈으며, 천재 메구로 쇼지의 기가 막힌 음악들과 맛깔 나는 캐릭터들, 게이머의 정신을 좋은 의미로 쏙 빼놓는 시스템과 게임성으로 무장하여 많은 게이머와 비평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그래서 P4G는 페르소나 4을 그대로 두고 콘텐츠 추가만 적절히 했어도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보장할 게임이었다. 하지만 P4G는 이 쉬운 길을 놔두고 게임의 시스템과 진행 구조를 대폭 고치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일상과 비일상의 조화야 말로 페르소나 4 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미인 만큼 작은 시스템 변경만으로 달라질 플레이 과정을 검증해야 할 터. P4G는 시스템 개선에 새 시스템 추가와 이벤트 수록, 여기에 영향을 미칠 밸런스 조절 및 검증까지 전부 거쳤으니 신작 제작이나 다름 이식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식작이란 딱지가 붙은 P4G가 정작 플레이 한 게이머들에겐 완전 신작 내지는 리메이크 작품으로 평가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그 결과 P4G는 전작이 시시해 보일 정도로 엄청난 파워 업을 이뤄냈다. 이벤트 및 시스템 추가와 기존 시스템 개선은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 중요한 건 게임의 변화가 게임의 가장 큰 목표인 '로망 가득한 일상'과 '미지에 빠진 비일상의 사건 해결' 이 두 가지를 질적으로 향상시켰단 사실이다. 게이머가 가장 이상적으로 여길 판타지 로망 스쿨 라이프를 한층 더 강화하여 일상 파트에서 여행을 떠나고 축제를 즐기며 새로운 인연을 싹틔우는 청춘의 극치를 보여주는 동안 비일상 속에선 게임의 테마인 '인연'을 상징하는 네트워크 구조와 합체 공격, 바이크 공격 등의 전투 수단 증가, 커뮤니티 진행에 따른 페르소나 강화 등으로 플레이 재미를 한층 끌어 올렸다. P4G의 각종 변화가 저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자리 잡으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고 또한 PS VITA에 맞춘 조작 체계와 시스템 지원이 뒤따라와 P4G는 이식작이 아닌 처음부터 PS VITA를 염두하고 제작한 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위화감 없이 기기에 적응했다. 이렇다보니 P4G가 벌써 PS VITA용 게임의 대표주자로 대접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 축제거든. 탈 수 밖에 없어

P4G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서비스 정신, 정확히는 게이머에게 바치는 감사와 보답이 묻어나는 정이 가득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게이머에게 덤 하나 더 주는 수준이 아니다. 개발진들이 페르소나 4가 발매 후 5년이나 지난 만큼 게임 자체의 콘텐츠만으론 다른 게임과 경쟁하기 어렵다 생각했는지 페르소나 4 발매 후 P4G 발매 전까지 게임 안팎으로 쌓아놨던 콘텐츠들을 전부 넣어버린 것이다. 말이 5년이지 이 기간 동안 전작 페르소나 1~3편이 PSP용으로 이식되었고 페르소나 뮤직 라이브 2008과 2009가 열렸으며, 2011년 10월부터 6달 동안 페르소나 4 애니메이션(P4A)을 방영했다. 지금 적은 굵직한 사건들 외에도 크고 작은 행보들이 여럿 있었고 여기서 얻은 노하우와 피드백들은 어지간한 게임 시리즈들이 확보하기 힘들 무형적 자산이다. 한낱 이식작 하나에 전부 들어가기엔 과분하기까지 한 수준.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일단 게임에서 퍼주는 특전들이 화려하다. 기존 페르소나 4는 순발력, 확률 등으로 단순 반복 외에 게이머가 개입할 기회를 줄여 게임의 밸런스와 플레이 과정을 조율한 탓에 의도치 않은 부조리를 낳았는데 P4G에선 입장이 180도 바뀌어 게이머가 마음껏 게임의 시스템에 개입해 바라는 방향으로 즐길 수 있다. 특정 기간, 확률에 놀아나던 과거의 흔적은 전부 사라졌으며, 처음부터 힘든 난이도로 즐기고 싶은 게이머는 리스키 난이도로 시작하면 그만이고 레벨업 노가다와 자금 확보가 귀찮은 게이머는 2회차 이후 옵션에서 자금과 경험치 획득 배율을 올려서 즐기면 OK. 귀찮은 이벤트는 스타트 버튼으로 빠르게 넘길 수 있고 놓친 대사들은 로그 메뉴에서 언제나 확인할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P4G가 새로운 도전이 아닌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길 게임으로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특히 스킬 카드와 장비에 따른 외형 변화 등 앞서 PSP 이식작으로 발매한 페르소나 3 포터블에서 얻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점이 눈에 띈다). 도전은 전작으로 충분했으니 이제는 맘 편히 언제 어디서나 PS VITA를 들고 느긋하게 플레이하라는 제작진의 의도라 볼 수 있겠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게임 외적으로 차려 놓은 밥상들 역시 만만치 않다. 게임에서 사용한 애니메이션과 OST 감상은 기본에, 커뮤니티 MAX로 해금하는 성우 인터뷰, 천재 메구로 쇼지의 능력을 만천하에 알린 페르소나 뮤직 라이브 2008&2009 영상, 설정 자료, 페르소나 시리즈 광고 모음, 심리학 강의까지 버릴 것 없는 알짜배기 자료들이 한가득. P4G에 실린 게임 외적 콘텐츠들만 따로 묶어 팬 디스크 내지는 한정판 부록으로 내놨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양질의 가치를 자랑한다. 사소한 콘텐츠라도 돈이 될 법하면 우선 유료 판매로 전환하는 현 게임 시장의 대세에 거스른 P4G 제작진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게이머 프렌들리 아니겠는가. 앞서 나가자면 P4G는 향후 게이머와 개발진들이 목표로 잡아야 할 가장 이상적인 신뢰 관계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대한민국 정식 발매판을 구한 게이머에겐 희소식이 또 있다. 한글화 작업으로 대한민국 게이머 누구나 P4G를 언어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 PS2용으로 페르소나 4가 정식발매 했을 때 이뤄졌던 한글화 스크립트를 전부 새 내용으로 바꿔 악명이 자자하던 다이소우조와 나타타이시를 비롯한 각종 오역들을 수정했고, 새로운 대사들과 시스템까지 한글화 작업을 전부 거쳤다. 일본보다 2개월 늦은 발매 시기가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 높은 한글화가 지금의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서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는 PS VITA 사용자라면 절실히 공감하리라. 비록 특정 이벤트에서 글씨가 깨지거나 트럼페터가 트란페터로 나오는 등 옥의 티가 남긴 했지만 이 우수한 한글화 퀄리티 전체를 폄하하기엔 매우 미미하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이쯤 되면 P4G는 PS VITA에게 있어 축복이자 축제의 주인공이나 마찬가지인 기념비적 작품이다. 누구 말마따나 PS VITA를 구입해야 하는 것만이 P4G의 유일한 단점이며 이것 외에 지적할 사항이라곤 본편 진행시 정규 해상도가 아니란 정도(본편을 제외한 다른 콘텐츠들은 전부 정규 해상도를 자랑하며 특히 DVD로만 발매했던 페르소나 뮤직 라이브 2008&2009 영상은 꼭 보자. DVD가 하염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천운과 능력과 시기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 나온 기적 같은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지금 PS VITA를 구비하고 있거나 구비할 예정인 게이머라면 반드시 P4G를 구하자. 역사의 산증인이 되는 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페르소나4골든
페르소나4골든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