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새로운 변신, 리틀 빅 플래닛 카팅

플레이, 창조, 공유의 가능성이 이젠 장르마저 뛰어넘었다. 저 세 가지 키워드로 용감한 봉제인형 리빅보이의 모험담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 LittleBigPlanet(리틀빅플래닛. 이하 리빅) 시리즈가 이젠 카트 레이싱에 도전한다. 지금까지의 리빅 시리즈의 자유로운 창조로 카트 레이싱을 구현한 사례가 수없이 많지만 시리즈 작품이 장르를 바꾼 건 이번 리틀 빅 플래닛 카팅(이하 카팅)이 처음. 그리고 이 새로운 시도를 2010년 PS3, PSP용 카트 레이싱 모드네이션 레이서를 개발한 유나이티드 프론트 게임즈가 맡았다.

리틀빅플래닛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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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편을 개발한 미디어 몰큘이 아니라서 불안할 게이머들도 있겠지만 유나이티드 프론트 게임즈 역시 모드네이션 레이서로 개발 능력을 검증 받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리빅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인 리빅 보이 꾸미기만 해도 모드네이션 레이서에서 다양한 커스텀을 지원한 경험을 살려 본편 시리즈 못지않은 가짓수를 보여주고 있고(여기에 카트 레이싱 특성을 살려 호버링 등 차체에 따라 특징을 부여했다) 앞서 발매한 시리즈 본편들을 테마로 한 스테이지와 BGM, 리빅 시리즈 특유의 기믹과 연출 재현 등 유나이티드 프론트 게임즈가 리빅 시리즈를 이해하고 재구성한 결과물들이 게임 안에서 멋들어지게 꽃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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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카트 레이싱 게임으로선 어떨까. 카팅의 주행은 매우 캐주얼하다.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차체가 휙휙 꺾이며, 사실상 액셀과 드리프트 버튼만으로 코스를 돈다. 워낙 차체 조종이 쉽다보니 최고의 효율을 끌어올릴 세심한 조작 실력보단 적당히 달리면서 아이템을 잘 챙기고 비밀 통로 지나가면서 이따금 부스터나 공중회전으로 가속도를 올리는 방법으로 경주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너무 뒤쳐진다 싶어도 금방 따라잡는 스릴과 너무 앞서갔다 싶으면서도 어느새 경쟁자들이 등 뒤까지 쫓아오는 긴장감을 주행 내내 느껴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아이템 사용 경주 외에 깃발 뺏기, 아이템 배틀 전 등 정통 카트 레이스를 보여주기 보단 아닌 카트 레이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선보이려고 한다(시리즈 파고들기의 핵심인 커스텀 선물 상자 획득과 방울 배수, 타임어택은 건재하다). 남들보다 더 앞서가는 게임보다 모두가 즐기는 게임을 추구하고, 동시에 더 앞서가고 싶어 하는 게이머까지 챙긴 리빅 시리즈 본편과 빼닮았다. 이만하면 카트 레이싱 장르의 흥행 요소 대부분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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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다른 카트 레이싱 게임을 마다하고 카팅을 선택할 이유를 찾기 어렵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캐주얼 카트 레이싱 장르 자체가 쉬운 조작과 다양한 놀이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추구한다. 카팅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긴 해도 이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는 다른 카트 레이싱 게임들이 아직 버티고 있기 때문에 더 내세울 것이 필요한데, 카팅의 플레이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아이템 효과, 속도 묘사를 빼면 좋다고 말하기 힘든 그래픽에 인상 깊도록 뛰어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 무난한 캐주얼 카트 레이싱이라 같은 개발사의 모드네이션 레이서에 리빅 스킨을 덧씌운 느낌이다. 때로는 리빅 시리즈와 만난 탓에 주행이 더 번거롭기까지 하고(5배수를 앞두고 경쟁 NPC가 코스의 방울 뺏어 트로피 달성에 실패했을 때의 그 분노란 이 지면으로 표현하기 곤란하다). 기존에 리빅 시리즈를 즐기지 않았으면서 다른 게임과 차별성이 돋보이는 캐주얼 카트 레이싱을 찾는 게이머들에게 카팅의 플레이는 전혀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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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들은 온라인에서나마 창조와 공유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이 두 키워드는 여타 카트 레이싱 게임에서 경험하기 힘든 영역이라 카팅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레이싱을 즐기면서 떠오른 갖가지 아이디어를 직접 코스로 구현하고 세계 각지에 퍼진 카팅 게이머들이 총집합하여 자기만의 코스를 뽐내는 자리가 게이머들을 기다린다. 이 창조와 공유 덕분에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위해 억지로 정해진 코스를 반복 주행하며 코스를 숙달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고 같은 코스의 반복 주행에 따른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 매일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코스들이 커뮤니티에 모이고 게이머 역시 그 커뮤니티에 올릴 자신만의 코스를 만들고 즐기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져 지루할 이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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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카팅은 온라인 환경과 친한 게이머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두터운 카트 레이스의 기본을 갖추고 네트워크로 뻗어 나가는 멀티 플레이와 창조의 가능성이 게임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어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온라인 환경이 거추장스러운 게이머나 극한까지 파고드는 경쟁이 고픈 게이머들은 카팅이 성에 안 차는 미완성 게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남녀노소가 호불호 없이 감성적으로 즐길 수 있었던 리빅 시리즈라 호불호가 분명한 카팅 같은 게임이 고깝기도 할 터. 하지만 이제 막 새롭게 장르를 바꾸고 진입한 것치곤 나쁘진 않은 출발이다. 출발 1초 전에 드리프트 버튼을 눌렀다 때 터보 스타드를 성공시키지 않아도 아이템을 잘 쓴다든가 공중회전으로 착지한다든가 비밀통로를 이용한다든가 해서 1등으로 골인할 방법은 많지 않은가. 시작이 절반이라지만 기껏해야 절반이다. 카팅이 이제 막 출발했을 뿐인데 벌써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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