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악마의 게임, 풋볼매니저 2013
올해도 어김없이 게이머들 앞에 악마가 찾아왔다.
바로 옷깃을 여미는 추운 겨울에 매년 찾아와 많은 게이머들에게 시간여행을 선사하는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최신작 풋볼매니저 2013(이하 FM2013)이 지난 12월 12일 출시된 것이다.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축구 팀을 3팀 이상 알거나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5명 이상일 경우 절대 손대지 말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중독성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바로 시리즈 특유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게임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유럽의 게임팬들 사이에서는 '이혼 제조기'라는 애칭이 생겼으며, 심지어는 법원에서의 이혼 사유의 하나로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높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이런 수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매년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최신작인 FM2013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제 게임의 진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 FM2011부터 본격적인 진화를 거치기 시작한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이번 FM2013에서도 전작과 매우 달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에 대한 배려인 튜토리얼의 변화가 눈에 띄는데 선수 영입, 구단 운영, 언론대응 등 매니지먼트 게임의 포괄적인 요소를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니지먼트 게임인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게이머가 선택해야 할 항목이 매우 많아 초심자가 적응하기 매우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에 세밀한 튜토리얼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이해를 돕는 매우 귀중한 프로그램인 만큼 초보 게이머들에 대한 배려가 반갑다.
또한 시스템적으로도 간편함을 추구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새롭게 도입된 '클래식 모드'를 꼽을 수 있는데, 이 모드는 선수 영입, 방출, 구단 운영 등 경기를 제외한 모든 요소를 코칭 스태프가 맡아서 해주도록 하고 있어 복잡한 설정 대신 빠른 게임 진행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일반적인 경기 진행에 있어서도 코치진에게 위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 졌다. 기존의 시리즈에서는 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하거나 스텝과 선수를 영입하고 등의 기능을 게이머가 직접 소화해야 했지만 이번 FM2013에서는 선수와 스텝의 영입과 방출, 연장 계약, 스카우트 배정 등 팀 운영 전반을 위임 할 수 있다.
반면, 보다 세세한 조작을 원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치프 스카우터, 유소년 개발 총괄, 헤드 팀닥터 등의 스텝 역할이 추가돼 더욱 세밀한 스텝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물론 코치에게 팀 운영을 위임했다고 해서 무조건 팀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코치진을 선임하는 직권은 게이머가 직접 이행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풋볼매니저 시리즈 특유의 선수 찾기와 스텝계약, 훈련지정 등 구단 운영 요소가 없어 기존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 게이머들에게는 그다지 큰 매력이 없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게임을 처음 접한 게이머에게는 게임을 적응하기 매우 편리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버전에 처음 등장했던 온라인기능은 자신의 구단으로만 즐겼던 전작과 달리 기존의 축구 팀들의 설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일반 축구게임을 감독의 입장에서 즐기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새롭게 팀을 구성할 때도 일반 클럽과 대표팀 감독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클럽과 대표팀 감독을 겸직할 수 도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자신이 맡고 싶은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경질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졌으며, 더욱 다양한 팀을 경험할 수 있다.
지난 FM2012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언론 플레이 및 대화 기능도 이번 FM2013에서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언론 플레이에 대한 선택지가 단순히 긍정, 중립, 부정 등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던 방식과 달리 다양한 기분을 표현하는 대화 방식이 추가됐다. 이를 통해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인" 요소를 지적할 수 있으며, "중립적인 표현이지만 긍정 혹은 부정적인 표현을 추가"할 수 있게 돼 더욱 다채로운 언론 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선수 간의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라커룸 대화의 경우 지난 작품에서 일정 대화를 선택하면 선수들의 사기가 오르는 일종의 꼼수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FM2013에서는 팀의 상황과 선수 컨디션에 따라 대화를 선택해야 선수의 사기가 오르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경기 전/후의 분석도 보다 세밀해졌다. 지난 경기의 슈팅 수, 유효 슈팅, 점유율 등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선수 별 평가가 세밀하게 평점과 함께 표시되고, 리그 별 경기에 맞춰 시간대별 득점과 실점 등의 평가를 시간대별, 포지션 별로 확인할 수 있다.
풋볼매니저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적, 연봉 협상 방식에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전작에서는 '알렉시스 산체스', '팔카오', '함식' 등 뛰어난 능력치를 지니고 있는 선수를 영입할 때 해당 구단에서 선수 몸값의 3배, 4배가 넘는 터무니 없는 이적료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 선수 영입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FM2013에서는 이런 요소가 많이 줄어들어 메시, 루니, 호날두 같은 유명 스타 선수가 아닌 이상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선수와 연봉협상을 돌입할 수 있을 정도로 선수 영입 문턱이 조금 낮아졌다.
대신 선수의 주급과 연봉, 계약기간을 결정하는 선수 연봉 협상은 조금 더 세밀해지고 까다로워졌다. 우선 자신의 클럽이 속한 국가의 세율이 연봉 협상 시 적용돼 연봉협상 시 선수의 실제 수령금이 표시된다.
때문에 이적 협상 시 선수가 직접 실제 수령금을 높여 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추가 옵션 또한 매우 많아져 이적은 쉬우나 연봉협상이 어려워지는 요소도 FM2013의 특징이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경기 화면도 향상됐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은 무엇이 달라 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지만 분명 선수들의 동작과 움직임이 전작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전히 목각인형 같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퍼스트 터치, 드리블, 패스 등은 전작 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FM2013는 초심자를 위한 시스템, 여전한 선수 데이터와 진행 방식, 조금 더 세밀해진 팀 운영 방식과 코치들의 구성, 더욱 발전한 경기 화면과 그래픽 등 기존의 게임성에 조금씩 새로운 요소를 녹이는 시스템 구성으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게임의 기본적인 틀과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기준 자체가 크게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어서 새로운 팬들을 배려하면서도 기존 팬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사실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할 사람은 다한다'는 게임일 정도로 높은 지지층을 보유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이 게임의 데이터를 언제나 최신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꾸준히 추가해 나가며 매년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축구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 풋볼매니저 시리즈가 최고의 게임이라고 평가 받도록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게임성에 새로운 시스템을 더해 등장한 FM2013은 이번에도 게이머들의 방학 시즌을 2박 3일로 줄여줄 만큼 여전히 강력한 중독성을 갖추고 있다. 만약 자신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거나 자제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는 FM2013을 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악마의 게임이라는 칭호는 괜히 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