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와 영화의 만남은 언제나 옳다. 레고 반지의 제왕

게임 리뷰에 앞서 설마 LEGO(이하 레고)와 LORD OF THE RING(이하 반지의 제왕)이란 명칭을 한번이라도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적어도 지구인은 아닐지도 모른다.

레고는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블록형 완구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놀이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네모난 다른 블록과 결합할 수 있는 돌기와 구멍으로 구성된 단순한 소재이지만 이 블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재현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블록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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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반지의 제왕은 영국의 작가 J.R 톨킨이 쓴 판타지 소설로 판타지 소설 장르를 크게 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후 등장한 판타지 소설은 전부 반지의 제왕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피터 잭슨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해 전세계에 판타지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반지의 제왕 이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호빗이 개봉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사실 유명 영화와 레고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레고 인디아나존스도 있었고, 레고 스타워즈, 레고 배트맨 등 많은 영화들이 레고와 만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으며, 이번 레고 반지의 제왕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등장했던 게임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레고 사이에 별다른 접점은 없긴 하지만, 원작 영화의 깊이 있는 세계관과 무엇이든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 포용할 수 있는 레고의 만남은 원작 영화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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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반지의 제왕의 게임 스타일은 이전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액션에 퍼즐이 가미된 형태다. 기본적으로는 앞에 보이는 적을 죽이거나 배경의 장식 같은 것을 부수면서 다시 재조립하거나 또는 부순 다음 나오는 아이템을 습득하거나, 일정 거리를 진행 하면 나오는 보스 캐릭터를 쓰러트리거나 등의 클리어 되는 조건을 만족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정석적인 액션 게임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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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적을 죽이거나 아이템을 얻는 정도로만 나올 것이라면 레고 게임으로 나올 이유가 없다. 레고 블록을 끼워 맞추면 여러 가지 모양을 형성하는 것처럼 배경을 잘 보면 메인 배경 이외의 장식은 전부 레고로 구성되어 있고, 또 그것을 공격하면 블록 조각으로 부숴지면서 숨겨진 아이템이 나오거나 부숴놓은 블록을 다시 재조립 해서 막힌 길을 지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진행 하다가 현재 사용하는 캐릭터로는 통과 할 수 없는 지형이나 얻을 수 없는 진행 필수 아이템이 나오면 캐릭터 변경한 뒤 그 캐릭터가 가진 특수 기능을 이용, 지형을 통과하거나 아이템을 얻어서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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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나오는 적도, 조작하는 플레이 캐릭터도 전부 레고 인형인지라 원작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깜찍함이 느껴진다. 나오는 적을 죽이면 피를 흘리는 것이 아니라 레고 인형이 산산조각 나는 연출이라서 잔인함이 엄청나게 희석되기 때문이다. 원작을 알고 보게 되더라도 중간 중간 나오는 원작에서는 없는 개그 연출이 나와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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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스토리 라인은 원작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원작 소설이나 영화를 봤다면 많이 헤매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설령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오픈 월드 구성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 보다 보면 길이 열리고 계속 진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원작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만 간다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 만큼 레고 반지의 제왕은 각 스테이지 별로 숨겨진 요소와 아이템을 배치하고, 진행중 새롭게 얻을 수 있는 플레이 캐릭터가 그 숨겨진 요소에 접근할 수 있게 해놓아서 여러 번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초반부터 다 되는 것은 아니고 몇몇 막히거나 갈 수 없는 곳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추가 캐릭터가 생기면 그때 새로 생긴 캐릭터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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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레고 반지의 제왕은 기존 레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색다른 매력과 짜임새 있는 게임성을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다만 어떤 게임이나 그렇듯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중간 데모 무비 스킵을 지원하지 않는다. 빨리빨리 진행을 하고 싶은데 무비는 느릿느릿하게 할 말 다 하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지라 은근히 중간 중간 템포를 끊어먹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단 알고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것을 넘기지도 못하고 멍 하니 보고 있게 되는 것이니 지루함은 배가 된다. 일단 한번 본 무비는 스킵할 수 있게 되지만 그것도 처음 시작 했을 때는 적용이 되지 않는지라...

또 하나는 화면 시점이 좀 묘하다. 시점을 변경할 수 있긴 하지만 줌인 기능이 없고, 배경이 세계관 특성상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발판과 배경의 경계가 모호한 지형도 있어서 잘못 점프 했다가 분명 제대로 착지 했다고 생각 했는데 미끄러지면서 떨어져죽는 어이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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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캐릭터 변경이 좀 애매모호 하다. 링 커맨드로 변경할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패드 버튼 클릭으로도 변경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던 캐릭터의 근처에 있는 캐릭터로 조작권이 옮겨가는 식이라서 진행 상황에 필요한 캐릭터가 애매한 위치에 있거나 하면 몇 번을 왔다갔다 하는 식으로 번거로운 절차를 거처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비조작 캐릭터의 AI가 좀 멍청한건지 위치를 좀 애매하게 잡은 채로 다른 캐릭터로 바꾸면 이상한데서 뻘 짓을 하거나 무한 자살을 하는 등의 기행을 보인다. 또한 특정 전투에서는 캐릭터를 빨리 빨리 바꿔가면서 진행해야 하는데 조작권을 옮기면 멋대로 이상한 곳으로 달려가 버리거나 딴 짓을 할 때도 있는지라 여러모로 몇 번씩 조작권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무자막이다. 말 그대로 자막이 없는지라 순전 듣기로만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그나마 정식발매되면서 한글 대사집을 같이 동봉해줬는지라 내용 파악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집을 보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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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지만 이 정도는 필자처럼 조금 성미가 급한 사람들 정도나 좀 신경 쓰일 문제이고 느긋하게 플레이 할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큰 문제라고는 할 수 없을 듯 하다. 이제 마무리를 하자면 레고를 좋아하고 반지의 제왕을 알고 있다던가 레고에는 관심이 없지만 조금 색다른 반지의 제왕의 세계를 접해보고 싶다면 한번 접해 보는 것을 추천해 주고 싶다. 레고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의 세계. 팬이라면 당연히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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