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동의 모바일 게임 따라잡기] 터치 파이터

지난 해 스마트폰 오픈마켓에서 '스트리트 파이터4'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일본 게임 개발사인 캡콤이 개발한 '스트리트 파이터4'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조작, 고퀄리티 그래픽, 그리고 높은 브랜드 덕분에 국내 및 전세계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스마트폰 분야에서 대전 게임도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터치파이터
터치파이터

그 이후 격투게임을 좋아하는 본인으로써는 새로운 스마트폰 격투 게임에 대한 욕구가 계속 있었는데, 지난해 말쯤 격투 게임을 주로 하던 친구들이 자꾸 카카오톡으로 게임 초대를 하길래 다운받아보니 ‘터치 파이터’라는 게임이었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모바일 게임 분야로 진입한 위메이드가 내놓은 이 게임은 과연 어떨까.’ 그런 생각에 호기심 반 반가움 반으로 게임 스타트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난다.

터치 파이터. 처음 게임을 들어가서는 일단 미려한 그래픽에 놀라게 된다. 총 8종의 캐릭터가 나오는데, 캐릭터 선택 화면까지 가보면 ‘철권’과 흡사한 방식의 연출과 한글 음성이 들려온다. 캐릭터가 조금이라도 허접하게 렌더링이 되었다면 이내 실망을 금치 못했을 것인데, 고퀄리티의 그래픽과 연출을 보고는 ‘제법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의 기본 조작은 8방향 조이패드와 3개의 버튼이다. 8방향 조이패드를 통해서 캐릭터 별로 다채로운 기술을 쓸 수 있고 손, 발, 특수기 버튼을 조합해서 대전을 해나가게 된다. 게임 중에 기술표를 호출할 수 있기에 이런 저런 기술을 익혀 써보니 각종 콤보나 연속기 등이 큰 어려움 없이 나갔다.

캐릭터 별로 조작을 하고 기술을 익히다 보니 스마트폰에 최적화되었다기 보다는 콘솔의 전문 격투 게임에 눈높이를 맞춘 냄새가 곳곳에서 난다. 상대의 공격을 회피한 후 받아치기, 짧은 기습 점프, 공중 콤보, 다운 공격 등 격투 게임 마니아들을 의식한 기술들도 제법 보였다. 조작이 복잡해 보이는 기술도 있었지만, 다양하게 테스트를 했는지 대부분의 기술이 어려움 없이 잘 들어간다.

대전을 하다 맞거나 기술을 사용하다 보면 상단에 녹색 게이지가 차는데, 그러면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은 맞출 경우 상대 체력의 1/3 정도를 뺄 수 있다. 또 타이밍을 잘 맞춰서 쓰면 연속 3번 맞출 수도 있어 한 방에 거의 모든 체력을 날릴 수도 있도록 설정되어 있는 등 흥미로운 구석이 보였다.

또 따로 연습 스테이지가 있어 각종 필살기나 콤보 등의 연습을 할 수 있는 점도 대전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선 출시 게임인 만큼 ‘터치 파이터’는 점수를 통해서 랭킹이 정해지는데, 이 랭킹은 CPU를 얼마나 잘 상대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초기 버전에는 무한정으로 스테이지를 계속 클리어 해나가는 방식이었는데, 최근 업데이트로는 총 4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따로 점수 계산이 되어 랭킹이 오르게 바뀌었다.

좀 더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려면 대전 노가다나 캐시 충전을 통해 캐릭터를 강화시키면 된다.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해당 미션을 클리어 해서 좋은 점수를 획득해 랭킹 대전을 한다는 식에서 ‘드래곤 플라이트’와 괘를 같이 한다고 봐야 되겠다.

특이한 점은 이 게임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실시간 유저 대전 시스템이 랭킹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콘솔 게임들은 다른 유저들간의 대전을 바탕으로 칭호나 계급 등이 주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유저 몰입도를 주는 반면에, 터치 파이터는 철저히 CPU 상대 부분만 점수화 해서 랭킹을 매기게 했다.

이 부분은 개발팀에서 격투 게임 특유의 양민학살 등으로 유저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진행한 조치가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유저 대전을 많이 할 만한 요소를 아예 빼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터치 파이터. 여러가지로 잘 만들었고 성의도 느껴지는 토종 격투 게임이지만, 몇 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도 눈에 띈다.

일단 각종 콤보를 진행할 수 있지만, 콤보를 쓰는 도중에 상대가 반격할 수 있다는 점이 콤보 사용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격투 게이머들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정해진 콤보를 못쓰고 전략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유저간 대전은 미려한 콤보를 섞은 대전이 아니라 대충 손 발 눌러대는 개싸움이 되기 십상이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캐릭터가 적기 때문에 오는 정형적인 전투 패턴이다. 출시된지 한달 정도 되다 보니 ‘특정 캐릭터 별로 이 캐릭터는 어떻게 상대해야 한다’가 이미 정형화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려면, 캐릭터 별로 특성이 다른 선택 기술을 2-3개씩 주고 해당 기술을 강화시켜 나가도록 하는 방식 등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거리 특화 기술과 장거리 특화 기술을 선택하게 하고, 해당 기술을 강화 시키면 캐릭터 마다 개성있는 대전 전략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시스템의 묘를 생각해보면 부분 유료화 요소도 더 생겨나고 게임의 수명도 더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시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이 게임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더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토종 격투 게임이라 할만하다. 아직은 비교대상이 안되겠지만, 향후 이 게임이 계속 업데이트 되어 ‘버추어 파이터’ ‘철권’ 등의 전세계 유명 격투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임으로 발전해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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