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PvP, 재빠른 게임 진행은 '아직'... 프로야구2K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오래 전부터 야구게임을 즐겨온 이들에게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상은 말 그대로 꿈 같던 일이 현실이 된 것과 같은 상황이다. '한국 선수들이 등장하는 야구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90년대 게이머들의 소망이 오랜 시간이 지난 근래에 와서 실현되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달아오르는 야구 열기만큼이나 야구 온라인게임에 대한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3월 30일에 개막하는 프로야구 시즌을 앞두고 다양한 게임들이 테스트를 실시하거나 공개서비스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넥슨의 프로야구2K다. 스포츠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인 2K스포츠와 네오플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작품은 비디오게임으로 인기를 얻은 MLB2K 시리즈의 엔진을 차용한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프로야구2K의 1차 비공개테스트에서 지적된 단점을 보완해 등장한 이번 테스트는 흔히 실시되는 비공개테스트와는 조금은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이전보다 발전한 게임성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물론,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공개서비스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시장 분위기에서 공개서비스에 버금가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야한다는 부담도 함께 안고 있으니 말이다.
프로야구2K의 이번 2차 비공개테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 지적된던 단점의 대부분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과 아케이드의 조화를 강조했던 프로야구2K는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 이러한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액션개입' 시스템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정작 스포츠게임에서 많은 이들이 비중을 두고 있는 사람과 사람의 '대전' 요소를 선보이지는 못 해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게다가 좋게 말하면 원작의 느낌이 강한, 나쁘게 말하면 생소한 조작방식을 택하는 바람에 게이머들이 조작법에 익숙해지느라 게임에 몰입하지 못 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던 점과 한 게임의 시간이 길어져 오랜 시간 공부하느라 집중력이 결여된 수험생의 기분을 게임에서도 맛보게 했던 전적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모두 개선됐다.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시뮬레이션 모드에서의 경기 진행은 한 경기에 40분 가량이 걸렸던 지난 버전에 비해 절반 수준인 15분 정도로 펼쳐진다.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필요한 시점에만 상황을 알려주는 UI가 드러나도록 해 게임의 진행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또한 키패드의 위, 아래 방향키를 눌러 스윙을 하고, 마치 대전격투게임을 하듯이 커맨드를 입력해 공을 던져야 하는 제스쳐 투구 시스템 이외에도 스페이스바 하나로 공을 던지고 칠 수 있는 조작법을 채택해 게이머들의 편의성을 도모했다. 여기에 투구 위치가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 좀 더 집중해서 상대의 투구를 신경쓰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아울러 선수 동작 구현에 신경을 쓰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선수들의 얼굴 묘사에도 신경을 써서 유명 선수들의 얼굴이 실제와 흡사하게 그려진 것도 시각적인 만족감을 이끈다. 종종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슈퍼 플레이가 연출되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동작도 하나하나 새롭게 구현되어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네오플과 2K스포츠는 선수들의 동작과 외모를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263명의 특이폼과 300명 이상의 선수 외형을 그려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대전의 재미도 충실한 것이 이번 테스트의 특징이다. 구속이 빠르고 공의 변화가 심한 덕에 타격이 조금은 어려운 감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와의 수싸움을 하는 야구 특유의 재미는 톡톡히 살아난다. 비디오게임 원작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지나치게 많은 홈런과 빈도가 잦은 호수비가 나오는 단점도 개선되어 경기 밸런스가 맞춰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기존의 단점이 개선되고 이전 테스트에서 볼 수 없던 야구게임 본연의 재미에 더욱 충실해졌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타격이 쉽지는 않다는 점과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경기 템포가 경쟁작에 비해 길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액션 개입'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길어서야 이 게임에서는 액션성만 즐기고 시뮬레이션 모드는 다른 게임에서 즐기는 것 아니야?'라는 우려가 들었다.
프로야구는 현재 시범경기를 진행 중이다. 시즌 개막에 앞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구단의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시기다. 넥슨 역시 프로야구2K의 2차 비공개테스트에서 게임성을 점검하고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싶었을 것이다. 노린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미묘하게 겹친 실제 야구와 프로야구2K의 '시범경기' 일정이 흥미롭다.
과연 개막전에서 프로야구2K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할 프로야구2K의 개막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