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신, 업그레이드된 프야매 노린다
지난 2010년 엔트리브소프트의 프로야구매니저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는 상당히 생소한 장르였다.
해외에서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였지만 국내에서는 마구마구, 슬러거 등 실제 시합을 즐길 수 있는 야구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엔트리브의 주력 게임으로 자리잡았지만 그 때만해도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이 게임이 얼마만큼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프로야구매니저의 성공 이후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가 그야말로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야구9단,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마구 감독이되자 등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들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당당한 스포츠 게임의 주력 장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최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네오위즈게임즈의 야구의신은 프로야구매니저의 위치에 도전하는 신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등장했던 매니지먼트 게임은 정면 도전보다는 프로야구매니저가 대응하지 못했던 모바일 플랫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게임은 프로야구매니저와 마찬가지로 PC 온라인 기반이다.
FPS 장르에서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에 정면도전했다가 사라져간 많은 게임들을 떠올렸을 때 다소 무모해 보이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야구의신이 당당하게 정면도전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신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베이스볼 모굴 엔진을 활용해서 만들어졌다. 베이스볼 모굴은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실제 야구와 가장 근접한 결과를 뽑아내는 것으로 야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있다. 게이머가 실제 플레이를 하지 않는 매니지먼트 게임에서는 얼마나 사실적인 경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는가가 중요한데 그 점에 있어서는 이미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픽 측면에서도 상당히 세련된 모습을 자랑한다. 출시된지 3년이나 지난 프로야구매니저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나오는 실사 야구 게임과 비교해도 준수한 편이다. 경기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그에 따른 선수들의 모션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실제 야구 중계를 보는 듯한 기분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선수 얼굴 모델링이나 특징 부분은 반영되어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나 전반적인 모습은 괜찮은 편이다.
단, 이것은 경기 영상에 국한된 얘기일 뿐 세세한 부분에서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들이 여럿 보인다. 일단 게임을 진행하는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터페이스가 다소 복잡한 편이다. 지원하는 기능들이 상당히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당히 헤맬 가능성이 높다.
게임의 메인 화면이라고 할 수 있는 브리핑 화면에서 팀의 현재 상황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게 배치해둔 것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이나, 많은 정보량으로 인해 깔끔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흐릿한 메뉴와 실제 선수 사진을 활용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프로필 사진은 이러한 느낌을 더욱 증폭시킨다. 조금만 신경 썼으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그럼 매니지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데이터 부분은 어떨까? 원작인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가 게이머들을 질리게 만드는 데이터량으로 유명한 만큼 야구의신 역시 타 매니지먼트 게임에 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도 배려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선수들의 능력치를 보면 공격 능력과 수비 능력이 분리되어 제공되고 있으며, 선호 타선, 투수의 경우 투구폼 등의 정보까지 제공돼 라인업을 꾸리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최근 등장한 매니지먼트 게임에서는 필수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팀 전략과 세트덱 부분도 누구나 알기 쉽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너무 복잡할 것 같다는 걱정은 버려도 좋다.
특히 세트덱은 특정 팀 선수 구성에 연관된 메인 1개와 선수 능력치에 연관된 서브 2개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어, 같은 년도, 같은 팀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능력치를 가지게 될 여지를 주고 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선수의 능력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비와 훈련, 속성의 존재다. 일단 선수 카드를 클릭해 뒷면을 보면 모자, 상의, 하의, 글러브, 야구화 등의 장비 슬롯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열려있는 슬롯에 장비를 착용시키면 능력치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선수 등급에 따라 착용할 수 있는 장비의 수가 늘어난다). 프로야구매니저의 스킬 블록과 거의 유사한 시스템이지만 스킬이 아닌 장비라는 형태이기 때문에 훨씬 더 직관적이다.
다음으로 훈련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선수의 능력치를 일정 기간 상승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선수 능력치를 영구히 올려주는 유학과는 별도의 개념이다. 수비, 파워, 배팅, 근력, 피칭, 부상 회복 등으로 구분된 훈련 시설에 선수를 배치하면 관련 능력치가 일정 기간 상승하며,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면 동시에 훈련시킬 수 있는 선수의 수가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속성은 각 선수의 상성 관계에 관련된 시스템이다. 선수는 불, 물, 나무, 세가지 속성 중에 하나를 가지게 되며, 각 속성에 따라 선수들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투수와 포수의 속성이 같으면 높은 배터리를 유지하고, 같은 속성의 타자가 연이어 배치되면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얻는 식이다. 또한 하나의 속성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면 선수들의 연계는 좋아지지만 상성 속성을 가진 팀을 만나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야구의신은 베이스볼 모굴 엔진을 활용한 게임답게 방대한 선수 능력치와 다양한 변수를 삽입하면서 단순히 고 코스트의 선수들을 잔뜩 뽑으면 유리해지는 단순한 게임 시스템을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수치로 인해 초보자들은 굉장히 복잡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적응만 된다면 확실히 타 게임보다 이것저것 만들어가는 재미가 확실한 편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팀 코스트가 주전 멤버과 벤치 멤버 통합이라는 점이다. 주전 멤버를 좋은 선수로 채우려다보니 벤치에는 코스트 1의 선수만 채우게 돼 선수 교체를 통한 작전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타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도 동일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만큼 크게 불평할 부분은 아니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려면 분리시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
야구매니지먼트 게임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PVP 부분은 무난한 선택을 했다. 최근에 넥슨에서 선보인 프로야구2K처럼 실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매 상황마다 작전을 지시할 수 있는 원작과 유사한 재미를 선보이고 있다. 지시할 수 있는 작전이 매우 다양하지만 직관적인 키조작으로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관람 모드와 감독 모드를 수시로 바꿀 수 있어 부담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아직은 게임머니를 벌 수 있는 평가전만 활성화되어 있지만, 추후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는 라이벌 리그가 추가된다면 꽤 괜찮은 주력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면 야구의신은 부분 부분 아쉬운 점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프로야구매니저의 업그레이드판이라는 설명이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다. 베이스볼 모굴 엔진을 활용했다는 것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마니아 게임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었지만 개발진들의 노력 덕분에 야구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이 탄생했다. 또한, 프로야구매니저 이전에 이 게임이 나왔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프로야구매니저로 인해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진 상태인 만큼 게이머들의 적응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해서 이 게임의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프로야구매니저보다 월등한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르의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프로야구매니저의 회원들이 현실적인 경기 시뮬레이션 보다는 선수 카드 수집의 재미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만족스럽게 만들어진 팀을 버리고 새로운 게임으로 옮겨가 새롭게 시작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원하는 팀을 구성하는데 굉장히 많은 돈이 소요된다).
또한, 올해 스포츠 게임 시장의 흐름이 MVP 베이스볼 온라인이나, 마구 더 리얼 같은 실사형 플레이 타입의 게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콘솔 게임을 보는 것 같은 뛰어난 그래픽을 내세운 이 게임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정면 격돌하기에는 야구의신은 너무 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래 저래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블레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이 게임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할리도 없다. 결국 야구의 신은 과거 프로야구매니저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게임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안정적인 서비스로 차근차근 회원을 늘려간다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든든한 라인업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