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2K, 넥슨 이미지 변신의 지표가 될 게임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 본 이들은 안다. 이미지 변신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 변신'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성공적으로 이미지를 변신하는 경우는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니다. 아이돌 가수들이나 영화배우들이 자신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꺼려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기존의 팬들에게마저 혹평을 받는 마당이니 이미지 변신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과 같은 존재'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넥슨의 최근 행보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을 위시한 캐주얼게임이 강세를 떨치는 덕에 '캐주얼게임 왕국'이라는 칭호를 획득한 넥슨은 최근 장르 다변화를 통해 '캐주얼게임 왕국'을 넘어 모든 장르를 아우르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스포츠 온라인게임 분야에 대한 투자다. 지난해 말에 피파온라인3를 선보인 넥슨은 피파온라인2의 서비스 종료와 맞물리며 국내 스포츠온라인게임 분야에서 가장 거대한 파이를 차지했다. JCE를 인수하며 농구 온라인게임 시장을 장악한 넥슨은 피파온라인3를 통해 국내 스포츠 온라인게임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 넥슨이 이번에는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프리스타일과 피파온라인이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는 농구와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과는 다르게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은 현재 유난히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프로야구2K라는 신작 야구 온라인게임을 선보인 것이다.
선수 조작을 강조하는 액션 성향이 강한 게임이건, 아니면 육성과 전략을 강조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건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미 각각의 영역에 확실히 자리를 잡은 게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넥슨은 조금은 의외다 싶은 결정으로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뮬레이션과 액션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두 가지 매력을 모두 담은 하이브리드 형태의 야구 온라인게임으로 프로야구2K를 개발한 것이다.
두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공개된 프로야구2K는 나름의 매력을 충분히 선보였다. 아니. 시장에 존재한 그 어떤 게임도 프로야구2K처럼 '2가지 매력을 하나에 담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 자신의 정체성은 확실히 알렸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넥슨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야구게임을 선보였으니 일단 알아 두세요’라고 시장에 선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엄연히 프로야구2K로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게이머들에게 좋은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그리고 수익을 얻기 위해서) 프로야구2K를 시장에 선보였을 것이다.
넥슨의 입장이 아니라 게임시장에서도 프로야구2K는 꽤나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게임이라는 평가다. 게임의 완성도를 떠나 넥슨이 스포츠 온라인게임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프로야구2K의 흥행여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2K의 재미는 확실하다. 그래픽은 뛰어나고, 사운드와 선수들의 동작에서 뿜어져나오는 현장감 역시 대단하다. 현장감은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야구 온라인게임을 통틀어 최고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양한 선수들의 실제와 같은 데이터와 공을 던지고 치는 야구의 원초적인 재미까지 확실하게 붙들고 있다. 성공의 길을 열어젖힐 무기는 확실히 가지고 있는 셈이다.
시뮬레이션과 액션을 하나의 게임에 담았다는 점도 다른 게임과의 확연할 차별화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차별화 요소인 동시에 불안 요소로도 작용할 여지도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다’는 속담처럼 다양한 장점을 하나의 기기 혹은 시스템에 담으려다가 오히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진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실제로 ‘하이브리드’를 내세워 성공을 거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의 캐릭터 ‘하이브리드 샘이솟아 리오레이비’와 ‘짬짜면’ 정도일 뿐이다.
프로야구2K의 액션성과 시뮬레이션성은 각각 훌륭한 완성도를 보인다. 하지만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원하는 이들은 프로야구2K의 시뮬레이션성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으며, 시뮬레이션 파트를 원하는 이들은 액션 조작에 별 관심이 없을 수 있다. 기껏 두 개의 콘텐츠를 하나로 담아놨더니 정작 게이머들은 어느 한 쪽에만 관심을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프로야구2K는 시뮬레이션과 액션 요소에서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지만, 액션 파트를 원하는 이들이 시뮬레이션 요소를 즐겨야하는 당위성과 그 반대 경우의 당위성은 딱히 제공하고 있지 않다. 이래서는 게임의 가장 큰 정체성인 ‘하이브리드’라는 요소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두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게임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해 볼 수 있다 정도의 이미지를 전달해서는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게임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과연 이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접근시켜야 할 것인지를 넥슨은 고민해야 할 때다. 액션 파트에서는 엔트리브소프트의 MVP베이스볼 온라인이라는 경쟁자가 있고, 시뮬레이션 파트에서는 카드 시스템으로 잔뼈가 굵은 프로야구매니저와 마구더리얼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넥슨이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단순히 하나의 게임 안에 액션과 시뮬레이션 콘텐츠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넘어 두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