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데빌메이커 도쿄

하루에도 수십종의 게임이 쏟아지는 시대가 됐다. 물론 수백명이 달라붙어 몇 년동안 만들어내는 대작들도 여전히 있지만, 빠른 트렌드를 쫓아서 몇 달만에 뽑아내는 스마트폰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게이머들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게임이 쏟아져나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게임의 독창성이다. 과거 아타리쇼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게임들을 보면 같은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그냥 넘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비슷한 게임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똑같은 룰에 의해 진행되지만 매번 다른 경기가 나오는 스포츠처럼 개발진의 선택에 따라서는 같은 소재라 할지라도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법.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매주 동종 장르의 두 게임을 선정해 같은 소재라 할지라도 개발자의 선택에 따라 얼마나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지를 분석해보겠다. 참고로 어떤 게임이 잘 만들었다는 것이 아닌 다른 점을 비교하는 것이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길 바란다. 개인의 취향은 언제나 존중하는 법이다.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데빌메이커 도쿄]

이번주 주인공은 최근 스마트폰 게임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카드 배틀 게임 장르 게임인 확산성 밀리언 아서(이하 확밀아)와 데빌메이커 도쿄(이하 데빌메이커)다. 카드를 수집해서 덱을 구성하고 남들과 대결을 펼치는 카드 배틀 게임은 카드의 수집의 재미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기본 시스템은 거의 동일하고 선택한 세계관을 반영한 일러스트 분위기나 사용자 인터페이스 정도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두 게임의 시스템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두 게임의 차이는 물론 가로 인터페이스와 세로 인터페이스의 차이겠지만 두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차별화 포인트는 협력 플레이다.

확밀아의 협력 플레이는 친구들과 공통의 적을 힘을 합쳐 상대하는 MMORPG의 인스턴스 던전을 닮아있다. 확밀아에서는 최대 30명까지 친구를 등록할 수 있으며, 친구가 비경(일종의 던전)을 걷다가 요정(몬스터)를 만나서 공방을 주고 받을 경우 친구들에게 알림 메시지가 전달이 돼 동일한 몬스터를 협력해서 무찌르게 된다. 일반적인 요정의 경우 혼자서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지만 각성, 혹은 광분이라는 칭호가 달린 보다 강력한 요정이 등장할 경우 친구들의 도움없이는 꽤나 힘들다.(과금이라는 대안책이 있기는 하지만...)

또한 요정을 물리칠 경우 발견자에게는 카드 2장, 협력자들에게는 카드 1장,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킨 막타자에게는 카드 2장이 랜덤하게 보상으로 주어진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카드들은 캐쉬로 뽑는 카드만큼이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어 요정이 등장할 때마다 항시 접속해서 요정을 같이 공격해줄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각성 요정을 자주 띄워주는 친구들을 관리하는 것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밀리언아서
밀리언아서

반면에 데빌메이커의 협력플레이는 일종의 용병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데빌메이커에서는 던전을 탐험할 때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카드덱 외에 별도로 등록된 친구의 대표 카드를 용병으로 고용해서 몬스터와 대결을 펼칠 수 있다. 일반적인 구성보다 멤버를 한명 더 데리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으며, 특히 고성능 대표카드를 가진 친구를 용병으로 고용하면 평소에는 이길 수 없었던 강력한 몬스터를 이길 수도 있다.

용병으로 고용된 친구에게는 확밀아처럼 카드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용병 고용 및 카드 뽑기에 사용되는 FT가 보상으로 주어지며, 한번 고용한 친구는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다시 고용할 수 없다. 확밀아처럼 친구들이 몬스터를 상대할 때마다 매번 접속해서 같이 공격을 해줘야 하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등록된 친구를 모두 사용했을 시에는 게임사가 제공하는 용병을 캐쉬로 고용해야 하니 강력한 대표 카드를 가진 친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은 확밀아 만큼이나 중요하다.

두 게임의 협력 시스템을 정리하자면 게임중 항시 접속을 필요로 하는가 아닌가로 구분될 수 있다. 확밀아의 경우 활발한 커뮤니티와 경쟁 활동이 펼쳐지지만 높은 동시접속자수로 인한 서버 불안 현상과 과도한 게임 접속 유도로 인한 생활 불균형의 문제가 있으며, 데빌메이커의 그것은 과도한 접속 유도는 하지 않지만 경쟁이 덜하며, 덩달아 커뮤니티도 덜 활성화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데빌메이커는 카카오를 활용한 다른 형태의 경쟁 요소를 도입했다). 협력 플레이 원칙 하나의 차이이지만 게임 전반에 걸쳐 큰 차이를 낳은 셈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육성에 있다. 확밀아의 육성은 카드를 합성하면 강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이다. 같은 카드를 합성하면 한계돌파라고 해서 한계 레벨을 뛰어넘어 더욱 강력하게 성장시킬 수 있으며, 홀로그램 카드라고 해서 희귀한 카드를 얻으면 정해져 있는 한계 돌파 횟수를 넘어서 한 단계 더 강력하게 성장시킬 수도 있다.

한계 돌파라는 용어 자체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원칙을 간단히 설명하면 같은 카드를 많이 확보할수록 보다 강력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뽑기를 많이 하는 것도, 요정을 많이 때려잡는 것도 원하는 카드를 필요한 횟수 이상으로 얻어내기 위함이다. 돈이나 시간을 많이 투입할수록 더 좋은 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니, 이것이 현재 확밀아의 폭발적인 매출액의 비결이다.

몬스터를 잡거나, 캐쉬를 써서 좋은 카드를 확보하는 것은 데밀메이커 역시 마찬가지이긴 하나 카드가 가진 등급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확밀아와의 차이다. 데빌메이커의 육성은 크게 합성, 스킬전승, 재계약, 진화로 나뉘어진다. 합성은 확밀아에서 카드를 합쳐 레벨을 올리는 개념과 동일하다. 다른 카드를 제물로 해서 합치면 대상 카드의 레벨이 올라 공격/방어/체력 수치가 올라가게 되며, 일정 레벨을 달성하면 봉인되어 있던 스킬이 개방된다. 스킬전승은 재료 카드가 가진 스킬을 다른 카드에 이전시키는 것이다. 주력 카드의 스킬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좋은 스킬을 가진 다른 카드가 있다면 스킬을 이전시켜 자신의 원하는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음으로 재계약과 진화는 자신이 가진 카드를 더욱 강력하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재계약을 하면 자신이 가진 카드의 공격/방어/체력 수치가 일정 확률로 변경돼 같은 이름의 카드라도 다른 능력치를 보유하게 되며, 진화는 동일 속성, 등급, 희귀도를 가진 카드 3장과 재료 카드를 소모해 한 단계 높은 카드를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

확밀아는 운이 나쁘다면 아무리 돈을 써도 목표로 하는 최고 레벨의 카드를 획득할 수 없는 반면, 데빌메이커의 경우 높은 등급의 카드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을 성장시켜 최고 레벨의 카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다만, 확밀아의 경우에는 직관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반면, 데빌메이커는 노력을 통해 운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대신 복잡한 시스템으로 초보자들이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차이가 있다. 확밀아는 돈을 쓰면 쓰는 만큼 강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데빌메이커는 게임의 공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돈을 아무리 많이 써도 눈에 띄게 강해지기 힘들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