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의 별바다, 리틀 빅 플래닛 비타

플레이, 창조, 공유, 세 키워드를 가지고 PS3 진영의 간판스타로 발돋움한 LittleBigPlanet(리틀빅플래닛. 이하 리빅) 시리즈. 이 리빅 시리즈가 이번엔 LittleBigPlanet PlayStation Vita(이하 리빅 비타)란 이름으로 한글화 작업을 거쳐 PS VITA에 진출하였다. 앞서 PS3에서 벗어나 PSP용으로도 진출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PS VITA용 리빅 비타의 등장은 시간문제였으며 2008년 10월 리빅을 첫 정식 발매한 이래 모든 시리즈가 한글화 작업을 거친 만큼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리빅 시리즈 같은 명작이 항상 한글화 작업을 거쳐 정식발매로 등장하는 건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리틀빅플래닛 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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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이 아동용 액션 내지는 어드벤처 게임처럼 보여 리빅 시리즈를 얕잡아 보는 게이머들이 있는데 리빅 시리즈는 장르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게임이다. 입문 단계에 해당하는 스토리 모드부터 액션, 어드벤처, 퍼즐, 슈팅, 수집 요소가 상당하고 스토리 모드를 끝내 본격적으로 커뮤니티 활동과 레벨 창조를 시작하면 장르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 넘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플레이 하고 만들어 공유한다는 리빅 시리즈의 철학이자 철칙만이 만들 수 있는 신천지가 말이다. 저 키워드만으로 놀랍고 재밌는 게임을 내놓는 시점에서 이미 남다른 가치를 가졌단 의미다. 그 와중에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과 묘사 속에서 논리적 사고와 이성을 요구하니 게이머는 리빅 시리즈의 신묘한 재미에 점차 빠져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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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빅 비타에 와서도 이러한 특징과 장점은 여전해서 점수 경쟁, 아이템 수집, 협력 플레이 전용 코스로 게이머의 도전 심리를 자극하여 플레이를 유도하고 여기서 얻은 아이템들을 치장과 창조에 사용하여 전 세계 리빅 비타 게이머들과 공유하는 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 축제의 행성 카니발리아가 게임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스토리 배경이자 리빅 비타로 뭉친 전 세계 게이머들의 상징인 것이다. 또한 리빅 시리즈는 매번 새로운 도전과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리빅 비타도 다른 리빅 시리즈에선 없던 흥미진진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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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리더를 자처하는 자신감
리빅 시리즈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PS VITA를 가장 기다린 플랫폼이라며 극찬하는 동시에 지금까지의 리빅 시리즈는 기기 한계로 제 실력을 못 내고 있었으며 리빅 비타야 말로 시리즈의 진가를 담았단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리빅 비타가 PS VITA에 가장 어울리는 리더 타이틀이란 속 뜻도 담겨있다. 분명 흠 잡을 곳 없는 PS VITA의 성능과 기능들을 전부 활용한 게임이 지금까지 몇 없기는 했어도 매우 자신만만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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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플레이에서는 거창하게 표명한 것과 달리 눈에 띄는 점이 없다. 지금까지 리빅 시리즈처럼 플레이하다가 자연스럽게 터치 스크린을 문지르고 PS VITA를 기울여 자이로 센서를 이용하는 정도. 그런데 이게 중요하다. 터치 기능처럼 분명 리빅 시리즈에서 처음 채용했을 조작법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플레이에 녹아들어 재미를 한층 강화했다.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새 조작법을 유도하여 게임의 흐름을 이어나가고 그러면서 직접 만지고 돌려나가는 물리적 접촉이 상호작용을 주로 이용하는 리빅 비타의 플레이에 더 몰입하도록 만드는 덕분이다. PS VITA를 하면서 새 기능의 활용에 집착하다가 도리어 게임의 재미를 해치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에 적재적소에만 PS VITA를 활용하여 자기만의 놀이로 승화시킨 리빅 비타의 모습이 매우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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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담하던 PS VITA와의 궁합은 창조와 공유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창조의 경우 듀얼 쇼크의 구조적 문제로 레벨 창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일찍이 PS3용 체감형 컨트롤러 PlayStation Move를 이용한 LittleBigPlanet Sackboy's Prehistoric Moves가 등장했지만 협동 플레이만 가능했으며 PlayStation Move 역시 조작법의 한계로 창조에 그다지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리빅 비타가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문장으로 체감하기 힘들면 FPS를 듀얼쇼크로 할 때와 마우스로 할 때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순발력을 요구하는 FPS조차 듀얼쇼크보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게이머의 조작에 바로 반응하는 마우스가 더 유리한데 끊임없이 도구를 사용하여 장치들을 배치하고 연출을 구성하여 스테이지를 완성해야 하는 창작 환경에서 터치 기능이 가져다주는 편의와 가능성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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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에 이르러선 휴대용과 무선 네트워크가 리빅 비타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같은 휴대용이었지만 지원하는 무선 네트워크라곤 802.11b 뿐이라 공유 한 번 이용하기까지 세월아 네월아 하염없이 데이터 송신을 기다려야 했던 PSP용 리빅은 잊자. 802.11n까지 지원하여 유선 네트워크 안 부러운 무선 네트워크로 언제 어디서나 와이파이만 연결할 수 있으면 지구촌 리빅 월드에 거주할 수 있다. 매일 기라성 같은 게이머들의 창조 레벨을 경험하며 때로는 직접 그 별들의 잔치에 뛰어들어보기도 하고 스토리 모드나 다른 창조 레벨에서 생전 한 번 보기 힘들 세계 각지의 리빅 게이머들과 협동 플레이 하는 것이야 말로 리빅 비타가 게이머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축제다(3G 통신을 이용하는 게이머도 있는지 간혹 해외 게이머와 협력 플레이를 할 때 느려지는 현상이 생기긴 해도 대다수의 협력 플레이는 혼자 놀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 즉, 딱 자신감만큼만 PS VITA를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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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놀이가 됩니다
놀이는 리빅 시리즈의 처음이자 끝이고 하나이자 전부를 아우르는 핵심이다. 아무리 리빅 비타가 PS VITA와 좋은 궁합을 보여도 전작들이 보여준 놀이를 뛰어넘지 못 하면 그저 절반뿐인 성공. 여러 성향의 게이머를 만족시킬 놀이란 개념이 흔하지 않지만 지금껏 리빅 시리즈가 이 문제를 극복하여 지금의 명성을 쌓은 만큼 리빅 비타도 이 검증을 피할 순 없다. 우선 스토리 모드의 볼륨을 찾는 게이머는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다섯 개의 새로운 행성을 여행하며 축제의 행성 카니발리아를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여정이 길다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 스테이지 하나 당 분량을 감안 하더라도 튜토리얼, 순식간에 끝나는 레이싱 스테이지, 스토리 영상 전용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기기 성능이 더 열악했던 PSP용 리빅의 30여 가지 스테이지의 플레이 규모와 큰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다. 다만 이 부분은 특색이 뚜렷한 컨셉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감성을 자극하고 이성적 사고를 유도하는 신박한 디자인을 선보여 게임의 재미를 한계까지 끌어올린 결과 게이머가 실제 플레이 시간을 자각하지 못 할 정도로 몰입해서 생긴 부분도 있기에 리빅 비타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있다.

리틀빅플래닛 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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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의 깊이로 파고 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장 리빅 비타의 주요 플레이 동기인 아이템들의 수집과 점수 경쟁이 한 두 번의 플레이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반복 플레이는 필수에 리빅 보이를 한 번도 터트리지 않고 스테이지 클리어를 하면 얻는 추가 보상, 원리는 간단한데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선 연구와 순발력이 필요한 퍼즐 및 장애물들, 연속 방울 획득으로 고배수를 노리는 고득점 플레이 등 스토리가 끝나고도 게이머의 놀 거리가 한가득. 리빅 비타의 시작은 스토리 모드가 끝난 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스테이지 클리어와 함께 등장하는 리빅 비타의 미니 게임 스테이지들과 본편의 퍼즐 기믹을 더 심화시킨 오락실의 다섯 가지의 게임까지 만나면 리빅 비타의 심오한 깊이를 몸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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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창조에선 게이머의 감성과 이성, 그리고 집중력을 시험해볼 수 있다. 레벨을 창조하면서 다른 게이머의 심금을 울릴 감성과 게임의 진행에 재미를 불어 넣을 이성적 설계도 중요하지만 집중력이 없다면 레벨 창조의 끝이 안 보인다. 그래서 처음 보면 너무 방대하여 지나치게 친절하다 느껴질 법한 레벨 창조의 튜토리얼은 이 집중력을 높여주기 위해 게이머가 해매지 않도록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고 편의성 넘치는 창조 인터페이스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가 레벨 창조에서 직접 재미를 느끼는 건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레벨을 창조하면서 겪을 만드는 재미와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을 모든 게이머에게 바랄 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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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리빅 비타에는(정확힌 리빅 시리즈 전체에) 공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게이머의 창조 레벨을 공개하고 다른 게이머들의 창조 레벨을 경험하는 재미를 맛보여주면서 창조 동기까지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모두가 같은 리빅 비타 게이머로서 제작한 만큼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스테이지를 플레이한 게이머에게 ‘너도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거나 반복 작업과 치밀한 설계로 재미를 이끌어낸 스테이지를 플레이한 게이머가 ‘나라면 더 잘 만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반대로 스테이지를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여러 반응을 통하여 창조 레벨의 게이머에게 새 동기 부여를 주기도 한다. 리빅 비타가 비타 본체에서도 웹 페이지(http://vita.lbp.me/)에서도 그 어떤 온라인 게임 부럽지 않은 커뮤니티 지원과 다양한 피드백 구현을 달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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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플레이, 창조, 공유 리빅 시리즈의 세 요소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덕분에 리빅 비타 안에선 모든 것이 놀이다. 이 놀이에 적응하느냐는 오로지 게이머의 몫. 좀 더 거창하고 화려한 자극이 좋은 게이머라면 성에 안 찰 순 있다. 그러나 자신의 성에 안 찬다는 이유로 이 게임을 폄하하는 게이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리즈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이런 게임 완성도에 새 기기에 적응까지 완벽하게 해낸 이 수작을 폄하했다간 그 게이머가 좋아하는 게임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게임들도 같은 취급을 받아 남는 게임이 몇 없을 테니까. 오늘도 리빅 시리즈는 순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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