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애니팡 편

유치원 다니는 ‘귀요미’ 시절부터 30대 초중반의 농익은 ‘아저씨’가 될 때까지 게임을 즐겼지만, 남녀노소가 모두가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버블보블,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등 ‘국민게임’이라는 호칭을 얻었던 게임들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남녀노소’ 모두가 즐겼던 게임은 아니다. ‘남녀노소’ 중에 ‘남, 녀, 소’만 즐겼을 뿐, 중장년층 이상의 사람들은 게임 자체를 크게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2012년이 되자 생각하기도 어려웠던 낯선 장면이 현실이 됐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게 만든 게임이 등장했다. 남북갈등과 함께 갈등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고부지간이 게임 하나 때문에 하나가 되는 일을 현실로 만든 게임.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애니팡이 그 주인공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이 게임은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게임이야.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거 아닙니까?
까는 놈: 어른들은 이 게임을 카카오톡이 개발한 줄 알아. 우리 어머니는 ‘카카오톡은 뭐하는 회사인데 게임을 이렇게 많이 만드니’라고 하시더라.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그래서 뭐라고 설명해 드렸어?
까는 놈: “마트에서 파는 물건은 전부 다 마트에서 만드는 거에요?”라고 해드렸지 뭐.

어느 틈엔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카카오톡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용자가 대단히 많기는 했지만 일개 메신저에 불과했던 어플리케이션이 모바일게임 시장의 향방을 결정 짓는 플랫폼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카카오톡이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역할을 한 첨병이 바로 애니팡이었다.

<플랫폼과 마케팅: 이견의 여지가 없다. 애니팡은 ‘대.단.하.다’>

모르는 놈: 카카오 톡이 있었기 때문에 애니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애니팡이 있었기 때문에 카카오톡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달래는 놈: 솔직히 둘 다 이득 봤지. 뭐. 두 회사 입장에서는 서로 ‘내가 있어서 네가 있는 거야’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둘 다 천생연분 수준으로 잘 만났어. 카카오톡은 애니팡의 성공 이후로 적자 소식이 쑥 들어갔고,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는 카카오톡의 이용자 풀을 이용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뒀으니까.

애니팡
애니팡

까는 놈: 난 솔직히 애니팡은 게임을 개발한 사람보다 카카오톡으로 게임을 출시하자는 제안을 한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페이스북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업 모델이긴 했지만, 이것을 모바일로 옮겨올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하다는 건 부정 못 해. 거기다가 실제로 이걸 제안을 넣고 통과시키고 현실로 구체화 했다는 점도 말야.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카오톡 위기론’이 대두되던 시점인데 말이지. 이거 성사시킨 사람은 ‘영업의 신’이라고 해도 될 거 같다.
모르는 놈: 그래도 그때에는 카카오톡의 진입 문턱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까요?
까는 놈: ‘콜럼부스의 달걀’과 똑 같은 소리야. 이런 걸 처음 생각하고 구체화 시켰다는 점 자체는 훌륭해. 결국 국내 모바일게임 생태를 바꿔놓은 사업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니까.

달래는 놈: 그런데 너. 왠일이냐? 게임을 이렇게 칭찬을 다 하고. 디아블로3도 리그오브레전드도 순 불평만 늘어놓더니?
까는 놈: 무슨 소리야?
달래는 놈: 지금 애니팡이라는 게임을 칭찬하고 있잖아.
까는 놈: 난 게임 칭찬한 적 없는데? 나는 말이지. 사업모델을 칭찬하고 있을 뿐이란다.

<게임성: 빠르고 직관적인 웰메이드 퍼즐게임 vs 빠르고 직관적으로 게임을 베낀 카피캣>

달래는 놈: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고 있는 게임을 공격하려고? 모두가 즐기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 게임의 가치를 알 수 있지 않아? 모두가 인정한다는 의미잖아.
까는 놈: 모두가 즐긴다고 해서 모두가 인정한다고 볼 수는 없지. 대안이 없어서 즐겼던 걸 수도 있고, 친구랑 같이 어울리고 싶어서 즐긴 걸 수도 있으니까.
모르는 놈: 실제로 주변 어른들을 보면 ‘친구들이 하고 있으니 같이 하고 싶어서’라면서 애니팡을 하시는 분들이 제법 있었죠.

달래는 놈: 하지만 게임대상 후보로도 거론된 것을 보면 게임성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까는 놈: 상의 권위에 기대서 후보작의 가치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아. 실제로 애니팡이 게임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는지 기억 못 해? 게이머들은 물론 모바일 개발자들까지 까칠한 반응으로 일관했다고. 모르긴 몰라도 애니팡이 게임대상 후보에 오른 것을 반대하지 않은 이들은 애니팡 개발진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놈: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조성 됐습니까?

까는 놈: 카피캣이라는 거지 뭐.
모르는 놈: 카피캣이요?
까는 놈: 원래 카피캣은 뉴스에 보도되는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를 모방한 또 다른 범죄를 칭하는 말인데. 뭐 요즘은 특정 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비하하는 말로도 쓰여. 사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죽이는 것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동도 범죄로 보기 때문에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단어인 거 같다.

모르는 놈: 그러고보니 애니팡을 두고 표절논란이 굉장히 심하기는 했지요.
까는 놈: 비주얼드 블리츠와 게임이 너무나 흡사해. 일각에서는 다이아몬드 대시와 흡사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뭐 가로세로로 같은 아이콘을 위치시키면 해당 아이콘이 사라지거나, 연달아 콤보를 성공하면 피버모드에 진입하는 효과는 비주얼드 블리츠와 비슷해.

1분 내에 게임이 진행되며, 폭탄이 터지는 방식, 8분마다 ‘하트’가 추가되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하트’가 필요하다는 점은 다이아몬드 대시하고 비슷하다는 말이 많았지. 나도 같은 생각이고.
달래는 놈: 하지만 선데이토즈 측에서는 애니팡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어. ‘Match 3’ 장르의 소셜 퍼즐게임으로 이러한 형태의 게임은 많다는 이야기였지. 또한 이런 장르의 원조는 샤리키이고 비주얼드 이외에도 매직 주얼리도 유명하다고 말했고.

까는 놈: 아. 난 애니팡이 비주얼드 블리츠만 표절한 줄 알았는데. 그럼 이 게임은 샤리키, 매직 주얼리의 카피캣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인가?
달래는 놈: 헐;; 너 오늘 진짜 공격적이다;;;
까는 놈: 야. JYP도 표절이라는 정황증거가 그렇게 많은 데 끝까지 아니라고 했지. 결론은 법원이 표절이라고 판결을 내렸고. 당사자가 아니라고 한다고 ‘아. 그렇구나. 표절이 아니구나. 마녀사냥을 할 뻔 했군!’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야.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잖아.

애니팡
애니팡

모르는 놈: 모바일게임의 표절 논란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나보네요?
까는 놈: 애니팡이 원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유난히 스마트폰용 게임의 표절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게임이라고 나는 생각해. 카피캣 논란이 있거나 없거나 돈은 잘 벌고 있는 것을 업체들은 확인을 했으니. 수익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좋은 선례가 어디 있겠어?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표절 논란에 휩싸인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이들 중에 애니팡이 게임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이를 비판하던 이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야. 참고로 선데이토즈는 지금 애니팡의 캐릭터를 표절했다며, 중국의 게임업체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어. 충분히 고소 사유가 되기는 하지만, 중국 게임업체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나는 참 궁금하다.

<마무리: 게임성보다는 마케팅의 승리라고. 그냥 내 생각이야>
모르는 놈: 삐딱한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보면 한준 선배가 마치 선데이토즈가 표절로 돈 벌어서 배 아픈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어요;;
까는 놈: 응. 솔직히 까고 말해서 배 아파. 나는 표절은 도둑질이랑 동급이라 생각하거든.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걸 쳐다보고 속 안 상할 사람이 누가 있어? 다들 먹고 살겠다고 고생고생하고 있는 이 시국에 말야.
달래는 놈: 너 참 솔직하다;;;
까는 놈: 물론 ‘아이고 내 돈을 저기가 다 가져가네!!!’ 이런 심정은 아니야. 하지만 창의력 대장들이 모여들어야 하는 게임시장에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되고, 표절 논란을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된 이러한 분위기는 마음에 걸려. 이러한 분위기는 아이디어 집약적인 산업인 게임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라고.

- 애니팡은?
거인의 진격을 인간들이 막지 못 한 것처럼, 애니팡의 진격을 막을 수 있는 모바일게임은 그 당시에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사라지게 하는 잔혹한 게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동물 모양 아이콘을 가로세로 3개 이상을 연결해 연쇄적으로 터트리는 퍼즐게임이다. (같은 아이콘을 3개씩 연결시켜 이를 없애나가는 방식의 게임을 ‘Match 3’ 형식의 게임이라고 한다.) 친구, 가족, 지인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환경에 간편한 게임 방식이 만나자 그 시너지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추석에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스마트폰 앞에 머리를 맞대고 지력을 합치는 ‘가화만사성’의 꿈을 이루어 낸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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