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프로리그 고의패배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e스포츠 흥행보단 인성이 더 중요하다'
얼마 전 수 많은 LOL 게이머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지난 4일, KT 롤스터 B팀과 CJ 엔투스 프로스트가 맞붙은 LOL '더 챔피언스 스프링' 12강 조별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고의패배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조 1위와 상대 조 꼴찌가 맞붙는 시스템을 이용해 KT 롤스터 B팀이 MVP 오존 팀과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일부러 경기에 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KT 롤스터 B팀은 평소 실력에 걸맞지 않은 잦은 실수를 연발했으며, 상대적으로 불리한 아이템을 사용해 최종 스코어 2:0으로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번 경기에서 KT 롤스터 B팀은 일반 시청자가 보더라도 일부러 패배를 유도한 듯한 경기를 펼쳤다. 더욱이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CJ 엔투스 프로스트의 이현우 선수가 "프로라면 다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개인적으로 실망이 컸다"고 말해 고의패배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을 살펴 보아도 고의패배는 큰 징계를 받거나 '프로 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과 함께 사회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의 배드민턴 여자복식 경기에서는 국내선수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선수 8명이 져주기 경기로 실격 당한 바 있다. 또한 독일 해외 축구의 사례를 보면 고의패배를 주도한 선수와 주심에게 징역 29개월을 선고했고, 축구협회에서 '영구 제명' 처분을 내린 전례가 있다. 승부조작에 버금가는 엄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만약 KT 롤스터 B팀이 정말로 고의패배를 유도했다면 단순히 대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을 찾은 팬, 경기를 관람한 시청자, 상대팀 그리고 8강 전에서 맞붙을 MVP 오존 모두를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설령 KT 롤스터 B팀이 이대로 우승을 한들 이를 정당한 우승이라고 인정할 팬이 몇이나 될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많은 이들은 KT 롤스터가 B팀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번 고의패배 논란에서 벌어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KT 롤스터 B팀이 프로가 갖춰야 할 프로페셔널 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이번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팀은 모두 프로게이머들로 이루어진 프로팀들이다. 프로게이머는 단순히 게임만 잘하는 것이 아닌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팬들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 정신과 실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이며, 프로게이머가 가진 기본 정신이다.
만약 선수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경기를 소홀이 한다면 이는 개인뿐 아니라 소속되어 있는 팀까지 함께 비난을 받게 된다. KT 롤스터 B팀은 의도가 어찌됐건 지난 경기에서 프로답지 못한 경기를 선보였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KT 롤스터 B팀의 선수들이 아닌 코치들이다. 팀의 전술과 전략은 언제나 선수와 코치진의 논의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번 고의패배 논란을 일으킨 전략 역시 코치진의 동의 하에 이뤄졌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만약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써 갖추어야 할 의식과 책임감, 인성을 심어 주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요구했다면 이번 고의패배 논란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난 경기를 통해 KT 롤스터 B팀은 게이머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국내 e스포츠를 꾸준히 봐온 이라면 승부조작 파문을 일으킨 '마재윤'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때 그는 최고 프로게이머로 칭송받기도 했지만 승부조작의 주범으로 밝혀지며 조작과 같은 묘한 상황이 연출지면 '주작'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그의 이름을 거론하곤 한다.
신뢰받지 못하는 프로팀은 실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며, 팬이 없는 프로팀은 존재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앞으로 KT 롤스터 B팀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매 경기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다시는 이런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야 한다.
현재 LOL은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국내 e스포츠를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성장했다. 때문에 만약 LOL 프로게이머들이 개인의 이득이나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부당한 행동을 한다면 이는 e스포츠 전체의 모습으로 비춰 질 수 있다.
더욱이 프로게이머들의 연령이 20대 초반 혹은 10대 후반인 어린 선수들인 점을 감안할 때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프로팀과 e스포츠 협회에서 체계적으로 프로인성을 심어줄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프로팀을 후원하는 기업 역시 단순히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 주력하기 보다는 e스포츠를 발전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팀을 홍보하는 기업의 1차적인 목적은 홍보를 위해서 이고 이를 부정할 수 는 없다. 하지만 e스포츠를 시청하는 관객들의 진정한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프로팀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더불어 e스포츠 협회 등의 상위기관에서도 지난 사건과 같이 프로의식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나 팀에게 강력한 제제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프로선수의 도덕성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번 프로게이머들의 프로의식을 되짚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