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칼, 진격의 거인. 게임사들 “제가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이거 진짜로 나온거에요?” “요즘 광고는 X 먹고 만든다는게 진짜인가요?”
기존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파격적인 광고가 게임 업계를 강타했다. 예전에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소재들을 게임 마케팅에 반영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지금처럼 게이머들조차도 진짜인지 의심할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는 없었다.
이처럼 파격적인 유행어 마케팅의 불을 붙인 것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다. 쇼핑몰에서 무엇이든 거침없이 썰어버리는 위엄을 자랑해 온갖 패러디를 양산한 장미칼을 게임 속 아이템으로 등장시킨 것.
특히, “정통 로코코 양식을 100% 재현한 명장의 기술력, 고급스러운 장미문양 뒤에 숨겨진 엄청난 절삭력, 이 모든 것을 단돈 1990세라에 드립니다” 등 홈쇼핑 광고를 연상케 하는 진지한 홍보 영상을 공개해 게이머들이 만우절 장난인지 진짜인지, 진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런 장미칼 열풍은 게이머들의 팬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으며, 이후 로스트사가, 카발2, 아틀란티카 등 수많은 게임에도 장미칼이 업데이트되도록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 속 명검의 상징은 리니지의 집행검이었지만, 이제는 장미칼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가장 뜨거운 게임인 NHN의 던전스트라이커도 던전앤파이터 못지 않게 파격적이다. 자사 게임의 장점만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공식 홍보 웹툰을 통해 자학 개그를 했다.
인기 웹툰 작가 이말년의 던전스트라이커 웹툰은 이말년이 던전스트라이커 세상에 갇히게 돼 최고 레벨을 달성하면 게임 속에서 탈출하게 된다는 아주 정상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대사가 심상치 않다. 원래부터 게임을 즐겨했던 만큼 느긋하게 게임 속 세상을 즐기다가 NHN이 서비스하는 게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확 달라진 것.
이말년은 C9, 워해머, 몬스터헌터 온라인 등 과거 NHN이 서비스 중단시킨 흑역사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갑작스럽게 서비스 중단하기 전에 열심히 레벨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게이머들을 경악시켰다. 비용을 받아 그린 만화에서 의뢰주를 게임퍼블리싱계의 마이너스 손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 중에 파격이다.
또한, 2회부터는 리그오브레전드, 마비노기 영웅전 등 경쟁사들의 게임도 거침없이 거론해 홍보 웹툰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던전앤파이터 장미칼로 파격을 선보인 넥슨은 최근 삼국지를 품다에서 또 한번의 파격을 시도했다. 이번엔 애니메이션의 패러디다.
최근 넥슨이 발표한 삼국지를 품다의 세 번째 시나리오의 제목은 진격의 관우다. 유비와 헤어져 조조 수하로 들어간 관우가 다시 유비를 찾아 나서는 오관참육장을 다룬 시나리오인 만큼 언뜻 생각하기에는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제목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포스터다. 거대한 성벽 위로 모습을 드러낸 관우의 모습이 최근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한다. 의도적으로 노리고 만든 패러디인 것이다. 넥슨은 이미 던전앤파이터에서도 캐릭터를 거대화시킬 수 있는 부적 아이템으로 진격의 거인을 패러디 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강남스타일이 많은 인기를 얻자 게임 속 캐릭터인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춤 동작에 강남스타일을 넣었으며, 넥슨의 워페이스도 푸른거탑 6인을 기용한 푸른거탑 번외편 ‘말년에 전쟁이라니’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즐겨하는 층은 인터넷 유행어에 민감한 층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들의 기억에 확실하게 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떤 면에서는 인기 연예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라며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인 만큼 관심이 쉽게 사그러들 수 있다.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의 내실을 다지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