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잡학사전] 통신 환경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판타지, 머드게임

지금이야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과 고사양 컴퓨터를 이용해 높은 퀄리티의 온라인게임을 다수의 게이머들이 함께 즐기는 시대가 됐지만 그런것과 거리가 멀었던 90년대 중후반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다른사람들과의 연결 수단으로 모뎀과 이를 이용한 '피시통신'이 주로 사용됐다.

이 '피시통신'은 텔넷이라 이야기하는 기반에 텍스트만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서비스로 오가는 정보수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적었으며 ANSI(통칭 '안시')라는 방식을 이용해 텍스트를 화려하게 보이거나 그림을 표현하는 등의 효과를 사용해 그 상황에서 보다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 '피시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가운데 놀이를 목적으로 한 게임 서비스 역시 활발히 진행됐으며, 상업적 또는 비 상업적 서비스를 제공한 '머드게임'(Multi User Dungeon) 역시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머드게임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5년 처음 출시된 윌 크로서의 '콜로설 케이브 어드벤처'로 컴퓨터/비디오게임에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이 게임은 TRPG '던전&드래곤'의 룰을 다수 차용하고 있으며, 컴퓨터가 조작하는 던전마스터의 지시에 따라 모험을 펼치며 적들을 물리치는 방식의 게임 진행을 보여줬으며, 이를 조금씩 개선하면서 비로소 머드게임의 기본적인 형태가 갖춰지게 됐다.

ADVENT
ADVENT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서비스된 '단군의 땅'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이후 '무한대전' '쥬라기 공원' 등의 게임들이 인기를 누리며 많은 사람들의 학점과 통신비를 날려버린 주범이 되기도 했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해야할 행동을 '타이핑'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게이머가 어떤 행동을 입력하면 그 행동에대한 결과가 화면 상의 지도 또는 메시지로 표시되는 방식으로 나타난 뒤 명령어 창에 다시 새로운 명령을 입력해야 했다.

이와 같은 조작 방식은 '킹스 퀘스트'와 같은 초기 PC용 어드벤처 게임들의 입력방식과 흡사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PC 게임들은 화면에 게임 화면이 나타났다면 '머드게임'에서는 '게이머의 상상력'으로 이 모든 것을 그려가며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에 익숙한 게이머에게는 가히 경악스러운 게임 플레이 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나, 당시의 상황에서 모뎀과 텔넷이라는 온라인 환경을 통해 어떻게든 게임을 즐기려던 게이머들은 자신의 욕망을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온 것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PC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금씩 텍스트 ANSI가 아닌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이 조금씩 선보여지기 시작했으며, 이들 게임들은 '그래픽 머드' 또는 '머그'(실제 '머그' 게임의 의미인 'Multi User Game'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라고 불리웠다.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와 같은 게임들도 이와 같은 '그래픽 머드'게임의 형태로 최초로 선보여졌으며, 게임 시스템 역시 머드게임의 특징을 어느 정도 잇고 있다. '아크메이지'와 같이 인터넷 기반의 머드게임도 조금씩 출시돼 인기를 누렸지만 이 역시 그래픽 기반의 웹게임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이런 움직임 속에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머드게임을 텍스트 기반의 게임으로 한정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편 텔넷 기반의 약화로 설 곳을 잃은 '머드 게임'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온라인게임 시대 도래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일부 업체들은 MSN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에서 '머드 게임'을 서비스했으나 느린 반응속도와 최대 글자수 제한, ANSI 미지원 등으로 게이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고 서비스 역시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또한 최근에는 모바일게임으로 텍스트 기반의 '머드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에서 조금씩 발견되고 있어 국내 서비스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와 같이 온라인게임의 시초 격으로 PC통신시절 많은 게이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머드 게임'은 비록 PC통신과 인터넷의 세대교체의 바람에 밀려 역사의 뒷길로 물러났지만 지금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기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단군의땅
단군의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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