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게임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희망 "할 수 있어!"
지난 3월, '로드 브리티시' '제너럴 브리티시' 그리고 '우주먹튀'로 불리우던 게임 개발자 리차드 개리엇이 신작 게임 '슈라우드 오브 디 아바타'을 최초 공개하자 사람들은 게임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그가 제작비를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처음부터 대형 퍼블리셔와 손을 잡는 대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게이머들의 직접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다양한 참여 요금과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시한 리차드 개리엇은 결국 1차 목표금액 100만달러의 2배에 근접하는 191만 달러(한화 21억원)를 단 며칠 만에 모아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무리했으며, 그와 함께 그의 이름값이 결코 '싸구려'가 아님을 인증해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며 실제로 펀딩이 진행돼 개발자들이 금전적 도움을 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자금이 없는 사업가나 예술가 등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금액 지원을 받는 방식의 투자법으로, 일반적으로는 모금 기간과 목표액이 정해져있어 해당 기간 안에 사람들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아 성공했을 경우 실제 금액 처리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여 할 수 있는 금액의 단위는 발주자가 지정한 최소 금액 단위부터 최대 금액까지 다양한 요금 기준 중 선택해 신청할 수 있으며, 대신 투자자는 지정된 금액에 설정된 한정판이나 혜택을 실제 제품 출시 이후 받게 된다.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2008년 문을 열은 '인디고고'이며 가장 유명한 업체로는 2009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킥스타터'가 있다. 한국에서는 '텀블벅' '굿펀딩' '유캔펀딩' 등의 사이트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게임업계에 있어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 된 것은 2002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그 이후 소규모 게임들을 위주로 조금씩 투자가 진행됐다. 하지만 게이머들과 업계의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안드로이드 기반 비디오게임기인 '오우야(ouya)'가 629만 달러(한화 70억원)를, 가상현실 체험기기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가 200만 달러(한화 22억원)을 각각 투자 받으면서부터다.
'오우야'의 펀딩을 진행한 '프로젝트 오우야'측은 95달러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오우야' 기기를 제공했으며, 오큘러스 역시 300달러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용 실물 키트를 증정,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제품을 사용해보기 위해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지만 좋은 제품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을 경우 충분히 대규모의 투자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후 게임업계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오르내리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으며, 지금도 각 펀딩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게임 프로젝트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해외에서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를 개발했던 개발자 아메리칸 맥기가 '앨리스' 3부작의 마지막편인 '낯선 세계의 앨리스'의 게임 개발에 앞서 3D 애니메이션을 개발하겠다고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를 시작했으며, 펀딩 첫날 목표액의 1/5을 넘는 4만5천 달러(한화 5천 만원)를 모금하며 지지부진한 게임 개발에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게임 관련 프로젝트 중 다수가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전 명작인 '페르시아의 왕자'의 개발 과정을 담은 서적인 '페르시아의 왕자 개발일지'가 굿펀딩 서비스를 통해 366만원을 모금해 한글화 작업이 진행돼 ebook 형식으로 출시됐다.
또한 에스피재밍이 기획하고 아폴로케이션이 개발 및 총괄하는 모바일게임 '아폴로케이션'이 300만원을 모금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으며, 보드게임인 '젬블로'나 '다크 에이지' 등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비 투자를 받고 게이머들의 관심까지 모으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필요한 개발자와 게임에 투자하고 독특한 선물을 필요로 하는 개인을 연결해주는 고리로 게임업계에 적용하기 좋은 개인 투자 방법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며 "크라우드 펀딩의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보다 다양한 관점의 독창적인 게임이 보다 많이 출시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개발자들 역시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