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에이지오브스톰과 코어마스터즈
국내 게임역사상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하고 이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게임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작년 업계 전체의 시선이 디아블로3와 블레이드&소울의 맞대결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세를 늘려 결국 최종 승자로 자리잡은 리그오브레전드는 올해도 30%가 넘는 PC방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부터 10위까지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야 리그오브레전드 점유율과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주말마다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서버 불안 현상도 이 수치를 깍지 못했으니 정말 압도적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이렇다보니 리그오브레전드를 겨냥한 신작 AOS 게임들이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도타2는 넥슨을 통해 서비스 될 예정이며, 최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네오위즈게임즈의 킹덤 언더 파이어 : 에이지 오브 스톰(이하 에이지오브스톰) 등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AOS 게임들도 하나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주 개발자의 선택 코너에서 다룰 두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를 겨냥했지만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게임 에이지오브스톰과 코어마스터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게임 모두 네오위즈게임즈를 통해 서비스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자기잠식 현상을 고려하면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만큼 두 게임이 선택한 길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볼 수 있다.
두 게임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앞서 리그오브레전드의 특성을 살펴보면 AOS 장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도타나 카오스의 규칙을 보다 쉽게 간소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쿼터뷰 그래픽과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다양한 영웅들, 그리고 3개로 나뉘어진 공격 루트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형적인 AOS 장르의 특성을 리그오브레전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후발주자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도타처럼 리그오브레전드와 비슷한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이라면 별다른 변화없이 완성도를 끌어올려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만, 완전 신작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없다면 표절작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이지오브스톰은 돌파구를 세계관과 그래픽에서 찾았다. 에이지오브스톰의 세계관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왔다. AOS 장르는 영웅 중심의 게임인 만큼 개성 있는 영웅들이 얼마만큼 많이 등장하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이미 1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짜임새 있는 세계관과 켄달, 레그나이어, 셀린, 시리츠 등 인기 영웅들의 존재는 충분한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래픽은 쿼터뷰에서 탈피해 3D 백뷰 시점을 채택했다. 3D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뒤에서 바라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AOS 게임이라기보다 3D MMORPG의 대규모 PVP를 하나의 게임으로 독립시킨 것 같은 느낌이다. 대신 게임의 기본 규칙은 리그오브레전드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시점의 차이로 인해 전투를 하는 느낌은 상당히 다르지만 3개의 전투 루트와 전투를 통해 얻은 게임머니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 그리고 방어탑을 돌파해 상대 진영을 공격하면 승리하는 기본 규칙은 리그오브레전드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다.
반면에 코어마스터즈는 그래픽적인 측면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게임 규칙은 아예 다르다.
코어마스터즈의 차별점은 3개의 라인을 기반으로 한 기지방어전 개념을 없애고 난전을 기본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코어마스터즈는 방어해야 하는 특정 지점이 없고, 맵 곳곳에서 생성되는 타워를 부수면 얻을 수 있는 코어를 뺏고 뺏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약간의 방식 차이는 있지만 팀전과 개인전 모두 일정 개수 이상의 코어를 획득하면 게임이 끝나는 방식이다.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처럼 어떤 챔피언을 고를 것인지, 그리고 어떤 라인으로 갈 것인지 팀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자신이 잘 하는 영웅을 골라 무작정 싸우면 그만이다. 물론 협력이 중요한 팀전에서는 서로 시너지가 나는 영웅 조합을 선택할수록 승률이 높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영웅을 골랐다거나, 포지션 때문에 서로 욕을 하고 게임을 포기하는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방어 기점이 없는 만큼 아이템 구입 방식도 차이를 뒀다. 기존 AOS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 플레이 중 전투를 통해 게임머니를 얻고, 방어 기점에 있는 상점에서 게임머니를 소비해 아이템을 구입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시합마다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플레이를 보여주게 된다.
반면에 방어 기점이 없는 코어마스터즈는 게임 플레이 중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시작하기 전 미리 장착해둔 아이템을 전투를 통해 얻은 게임머니를 활용해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게임 중에 아이템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대처가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레벨이 오르면 아이템 장착 슬롯이 많아지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 아이템을 세팅하면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듯 리그오브레전드가 장악하고 있는 AOS 장르에 도전장을 던진 두 게임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리그오브레전드에서 따라가야 할 부분과 변화시켜야 할 부분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에이지오브스톰은 육성과 전략이 강조되어 있는 기본 AOS 룰은 변화시키지 않고 새로운 조작감을 통해 다른 재미를 주겠다는 전략이고, 코어마스터즈는 기존 AOS 팬들에게 익숙한 조작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룰을 적용해 다른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달라지기 위해 바꿔야 하지만 기존 AOS 팬들을 흡수하기 위해 절대 바꿔서는 안되는 부분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누가 더 옳은 판단을 내렸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게임이 리그오브레전드 타도라는 똑같은 목표 아래 게임을 개발했지만 서로 다른 판단 아래 서로 다른 게임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과, 두 게임 모두 리그오브레전드와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워낙 강대한 적에게 도전장을 던진 만큼 걱정이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에이지오브스톰의 첫 출발이 나쁘지 않는 만큼, 코어마스터즈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토종 AOS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