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열린 판교시대, 직원들은 행복할까?
"게임을 논하고 싶다면 판교로 가라"
게임업계에 판교시대가 열렸다. 지난해부터 많은 게임업체들이 판교로 몰린 이후, 이달 초에 엔씨소프트가 삼성동에서 판교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판교시대가 열렸다.
판교에 자리잡고 있는 게임업체들의 위용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법하다. NHN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위메이드, 스마일게이트, 웹젠, 블루홀스튜디오 등 국내 게임시장에서 '한가닥' 한다는 업체들은 대부분 판교로 모였으며, 추후 넥슨도 판교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판교가 본격적인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새롭게 자리한 판교에서 다시 한 번 힘을 내겠다며 게임업체들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은 판교시대가 영 달갑지만은 않다. 업체 입장에서야 건물 임대료나 성남시로부터의 지원 등을 통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것들이 업체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요소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문제다. 실제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지리적으로 멀어짐에 따라 출퇴근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직장인의 특성 상 입 밖으로 대놓고 "회사 다니기 힘들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없지만 말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과 판교를 이어주는 신분당선이 개통되어 사정이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판교와 서울의 거리는 호락호락한 편이 아니다. 게다가 서울 서쪽, 경기도 서쪽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판교는 더더욱 멀게 느껴지기만 한다. 판교역에 도착을 해도 회사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역세권의 통념을 뛰어넘는 거리에 회사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회사까지 걸어가려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수 밖에 없다.
지하철이 아닌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 하는 이들도 출퇴근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판교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의 상습정체구간으로 악명 높은 도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하다가 진이 다 빠져나간다는 볼맨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회사가 판교로 이전하는 바람에 출근 시간이 1시간 정도 길어졌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두 번째로는 집값이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역세권 중에 아파트 값이 가장 높은 지역이 분당선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을 정도로 집값이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분당선 인근의 평균 집값은 10억 9천 372만 원으로 알려졌다. 보통 직장인들이 쉽게 노려볼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전세대란 덕분에 매매가 아닌 전세로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이들 업체들이 판교로 몰려들면서 판교 주변의 집값도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차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도 주요 문제로 꼽힌다. 이렇다 할 주차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수의 차량들이 도로 근처에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불법 주정차를 하는 이들도 변명거리는 있다. 주차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판교로 출퇴근 하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자가용을 이용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의 근로자는 약 3만 여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테크노밸리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유료 주차 빌딩 1개 뿐이다. 그나마도 장기 이용 신청이 밀려 있어 돈을 내고도 주차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주차 부지로 지정된 곳도 있지만 아직 분양이 되지 않아 공터로 남아있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언제 주차를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게임업체들은 이러한 직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통근버스를 운행하거나 하는 등의 사내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칭찬해 마땅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러한 복지의 수혜자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모 업체의 경우는 서울의 거점과 판교를 이어주는 통근버스가 아닌 판교역과 자사를 이어주는 통근버스만을 운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직원들이 염려를 하고 있기도 하다.
회사가 결정을 하면 구성원들은 이에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불만이 있을 지언정 겉으로 표현할 수도 없다. 즉, 직원들이 가만히 있다고 해서 그게 정말 불만이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같은 상황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입주하는 업체의 수가 늘어나면서 판교와 성남시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수도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이들을 수용한 인프라가 아직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단순히 업체들이 판교에 자리잡았다고 해서 판교시대가 열렸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해결을 위한 성남시와 게임업체들의 협력이 시급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