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에 묻힌 외계인 침략의 진실은? '더 뷰로: 기밀 해제된 엑스컴'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막으려는 특수 계획을 주제로 오랜 시간 동안 인기를 누리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2K를 통해 다시금 리메이크 되고 있는 '엑스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게이머들을 찾아왔다.
이번에 등장한 '엑스컴' 게임의 제목은 '더 뷰로: 기밀 해제된 엑스컴'(이하 '더 뷰로')으로, 파이락시스 게임즈에서 개발했던 턴제 전략 게임이 아니라 '바이오쇼크2'를 개발했던 2K마린에서 선보이는 분대전술형 TPS(3인칭 슈팅) 어드벤처라는 색다른 방식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케네디 대통령 집권 당시의 냉전 시대의 분위기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외계인과의 대결 이라는 배경으로 한 색다른 스타일의 게임으로, 시리즈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이하 '에너미 언노운')의 프리퀄(전작보다 앞선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작품이다.
이 게임은 국장의 명령으로 어떤 물건을 특수 정부 조직 '작전 지휘국'에 전달하려다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 CIA 요원 '윌리엄 카터'의 시점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게이머는 이 사건을 통해 작전 지휘국에 소속되며 그 곳에서 외계인을 방어하기 위한 '엑스컴' 계획에 따라 미국 전역에 출몰하는 외계인과 그들의 흔적을 '제거'하는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 임무들을 수행하며 게이머는 외계인의 침략에 얽힌 다양한 진실에 접근할 수 있지만 적대 국가인 소련에 미국의 허점이 보이지 않도록 진실을 감춰야 하는, 굉장히 복잡한 시대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게임 진행 중 접할 수 있는 외계인의 심문 등의 요소는 '엑스파일'에서 나올 법한 음모론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묘한 호기심과 즐거움을 제공하며, 게임 속 숨겨진 진실과 이에 따른 게이머의 대응은 앞으로의 길을 완전히 다른 쪽으로 바꿔놓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더 뷰로'의 그래픽은 영사기에 돌아가는 오래된 필름을 감상하는 것 같은 그래픽이 인상적인데, 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하고 있지만 60년대라는 시기에 맞춰 색 바랜 필름을 돌리듯 색상이 조정돼 있으며, 언리얼 엔진 3의 특징 중 하나로 대변되는 오버스러울 정도의 광택 역시 어느 정도 억제된 모습을 보여주며 최대한 당시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자 하는 개발사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의 배경 음악이나 게임 진행 중간중간에 들을 수 있는 라디오의 음악들 역시 당시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으며, 다소 오버스러운 등장인물들의 대화 역시 우리가 영화속에서 접할 수 있던 60년대의 모습 그대로다.
게임의 진행은 크게 슈팅 파트와 어드벤처 파트, 그리고 전술을 확장하고 요원을 파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파트로 구분돼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슈팅 파트는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는 사건을 선택해 휘하 분대원들을 이끌고 현장에 출동, 지시에 따라 외계인을 제압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일반적인 전략형 TPS 방식의 모드로, 전술 모드를 오픈해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직접 총을 쏴 적을 공격하게 된다.
어드벤처 파트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동료 및 외계인들과 접촉해 대화를 나누게 되며, 이때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정보를 획득해 앞으로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략 파트에서는 요원을 배치하거나 슈팅 파트를 통해 성장한 요원에 특수 능력을 부여할 수 있으며, 직접 출동할 수 없는 미션에 요원을 파견하게 된다.
특히 이 파견 미션의 경우 실패가 없지만 해당 요원을 미션 진행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없어 게이머는 슈팅 파트의 미션의 종류에 필요한 요원을 다른 미션에 파견해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게임 인터페이스는 '에너미 언노운'의 프리퀄 작품으로 설정된 만큼 캐릭터의 장비선택 및 능력 부여, 임무 배치 등에 있어 '에너미 언노운'의 방식을 어느 정도 이어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의 난이도는 조절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쉬운 난이도부터 잘못된 선택 한번에 미션이 그대로 실패할 수도 있는 매우 어려운 난이도까지 취향대로 골라서 진행할 수 있다.
그 선택의 폭이 넓어 제일 쉬운 난이도를 선택하면 게이머는 '기어스오브워' 수준으로 돌격형 슈팅 게임의 재미도 함께 맛볼 수 있으며, 반대로 제일 어려운 난이도에서는 많은 대원들의 희생 및 무한 치료 없이는 미션의 진행이 쉽지 않을 정도다.
이 외에도 '에너미 언노운'과 마찬가지로 임무 진행중 사망한 대원을 부활시킬 수 없으며, 이에 2K측은 아예 'You Only Live Once'(너는 오직 한 번만 살 수 있다)를 주제로 한 코믹 홍보 동영상을 공개하며 리더의 잘못된 선택이 모든 부대원들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보낼 수도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행히 장르의 특성상 부상을 입은 동료를 치료하거나 부상을 입은 주인공을 치료하도록 지시할 수 있고 이 기능은 '에너미 언노운'과 달리 무적 상태에서 무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게이머의 빠른 선택에 따라 효과적으로 운용해야만 의미가 있는 만큼 게임의 운용 방법에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 뷰로'는 독창적인 시스템과 흥미로운 게임의 주제와 달리 스토리 진행에 있어 캐릭터나 조작성 등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엑스컴' 시리즈 자체가 외계인의 침략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고 전략 시뮬레이션인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은 시나리오나 인물들 간의 배역이 명확한 장르임에도 감정 이입의 수준이 높지 못하다. 이에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나 스토리 진행이 조금 더 명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략 요소의 비중이 상당수의 미션에서 낮으며, 한번 죽으면 부활할 수 없음에도 전략을 지시해도 자기 멋대로 돌격해서 적의 공격을 맞고 쓰러지는 엉성한 부하의 모습에 머리를 감싸쥘 수 밖에 없는 지휘자의 고뇌를 느껴야 하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정말 무한 회복 기능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 자주 연출되며 동료가 미워지는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여기에 아무리 프리퀄 작품이라지만 전작인 '에너미 언노운'과 비교해 할 수 있는 활동이 제약적이고, 선택지 역시 게임의 진행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해 전작의 자유도를 기대했던 게이머라면 실망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게임의 조작 역시 콘솔 버전을 메인으로 개발한 탓인지 PC의 키보드+마우스 조작이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기자의 경우 키보드+마우스의 조작과 게임 패드 조작 양쪽 모두 크게 거부감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이 게임만큼은 게임 패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만큼 키보드+마우스 조작이 불편함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다보니 게임 발매 초기 다수의 해외 게임 전문 웹진들도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보였으며 일부 매체들은 "이 게임을 엑스컴이라 부르는 것 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게이머들 역시 게임출시 전에 공개됐던 실사 홍보 동영상 시리즈만큼의 긴장감을 느끼기 어렵다며 "2K는 그 동영상 시리즈 제작한 팀에 상줘야 할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소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더 뷰로'는 2K 시대의 '엑스컴'의 이야기를 풀어감에 있어 '엑스컴 계획의 시작''이라는 과거에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한 조각의 퍼즐을 채워넣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TPS와 분대전술을 조합한 스타일의 전투와 음모론으로 점철된 외계인 그리고 '안정을 위해 진실을 숨기려는' 수 많은 이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