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달리기, 게임 속 주인공들은 지친다
iOS로 '스타일리쉬 스프린트'(영제 Stylish Dash)가 출시되며 러닝 액션 장르의 게임, 즉 달리기류의 게임은 어느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된 '윈드러너'가 달리기 게임 흥행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후에는 '쿠키런'까지 가세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두 작품은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이처럼 일명 달리기 게임들이 좋은 인기를 얻자 많은 게임회사들도 조금씩 색다른 요소를 추가하며 달리기 게임 출시에 나썼다. 우후죽순 출시되기 시작한 달리기 게임들 중 기존 달리기 게임에 참신한 요소들들 접목한 게임들은 시장에서 나름 좋은 반응과 성과를 얻었다.
매번 사로운 다양한 달리기 게임이 나오자 큰 피해를 보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혹자는 비슷한 게임을 해야 하는 게이머가 그 피해자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사실 달리기 게임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게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오늘도 달리고만 있을 게임 속 주인공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의 특성상 달리기 게임의 주인공들은 절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 더 달려 나갈 공간이 없어 달리기 게임의 생명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오늘도 달리기 절대 달성하지 못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또 달리고 있는 달리기 게임 속 주인공들의 유형을 살펴보도록 하자.
< 보물 찾기형 주인공들 절대 찾지 못하는 '보물' >
오랜 시간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아온 대표적인 달리기 게임인 '윈드러너'의 주인공인 '루크'와 '클로이'는 오늘도 보물을 찾기 위해 수 없이 달린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 낭떠러지를 건너뛰고, 화면을 가르는 불덩이를 피해보지만 여전히 보물은 찾을 수가 없다.
게임 속 주인공을 다루는 게이머가 주인공들을 더욱 강력하게 더 멀리 갈 수 있게 만들어 준대도 그들은 절대 보물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이 같은 설정은 같은 회사인 위메이드에서 출시한 '스쿨런'에서도 보인다.
'스쿨런'의 주인공인 '제시'와 마법학교의 학생들은 보물을 훔쳐간 도둑을 쫓지만 그들 역시 '루크'와 '클로이'처럼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그들은 화면이 3D로 구성돼 화면을 가로로만 뛰어가는 '윈드러너'의 주인공들보다 선택지도 넓고 더 다양한 액션을 구사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보물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은 비슷하기만 하다.
이 같은 모습은 CJ E&M 넷마블에서 출시한 '말달리자'에서도 나타난다. '말달리자'의 주인공 은 도둑들을 잡으며 앞으로 질주하지만, 언제쯤 그 많은 도둑을 잡아가며 마을의 복수를 하며, 약탈당한 물자를 회수할지도 자신의 질주가 언제쯤 끝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 오늘도 보물을 찾아야 하는 주인공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 살아남자! 생존을 위한 질주, 하지만... >
보물을 찾는다는 커다란 스토리가 주는 재미가 달리기 게임과 잘 어울려 절대 끝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소라면, 이에 못지않은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생존을 위한 질주다. 생존을 위해 달려 나가는 달리게임의 주인공들의 결말은 항상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생존형 달리기 게임으로는 '쿠키런'을 꼽을 수 있다. '쿠키런'에 등장하는 쿠키들은 마녀의 오븐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늘도 점프하며 요리조리 피하고, 가끔은 거대해지기도 하며 장애물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절대 마녀의 오븐을 탈출하지 못한다. 결국 생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체력을 키워 봐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펫과 함께 달려도 그들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쿠키런'이 2D 생존 달리기 게임의 대표작이라면, '템플런'과 '서바이벌 런 위드 베어그릴스'는 3D 구현된 생존형 달리기 게임이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무엇인가를 피해 앞으로 달려 나간다. 뒤에서 쫓아오는 것만 신경 써도 힘든 상황에서 자신의 앞에 다가오는 다양한 장애물을 피해야 하고, 때로는 수영도 해보지만 그들의 결말 역시 뒤에서 따라오는 존재에게 잡힐 수밖에 없는 결말로 끝난다. 오늘도 생존과 탈출을 위해 달려보는 주인공들이지만 언제쯤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절대 알 수 없다.
< 달리기만으론 목적을 이룰 수 없어 공격을 펼쳐보지만... >
다른 달리기 게임의 주인공들이 달리고 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을 벗어나 최근에는 달리는 도중 나타나는 적을 물리치는 달리기 게임 주인공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얼핏 듣기에 적을 피하지도 않고 물리치며 달려 나가는 주인공들은 다른 달리기 게임의 주인공들보다 사정이 더 나아 보이지만 이들의 고충은 앞서 주인공들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다.
'다같이 칼칼칼', '달려라!마블', '팔라독미니', '판타지러너즈' 등 대표적인 적 공격형 달리게임의 주인공들은 적을 공격하고 시원한 액션을 선보인다. 때로는 점프도 하고 때로는 적을 한 방에 날려 보내 다른 달리기 게임 주인공의 부러움을 사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달리는 것도 힘든데 공격까지 해야 하니 죽을 맛이다.
주인공들은 더 멀리 달려 나가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능력을 올리지만 더 먼 곳에 있는 적은 그러한 주인공들의 노력을 비웃는 듯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왕국을 위기로부터 구하거나 세상을 악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이들은 절대로 왕국을 수호하거나 악당을 모두 물리칠 수 없다. 마치 히어로 만화처럼 끝없이 등장하는 더욱 강력한 적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달려 나갈 뿐이다.
< 그냥 달려 남보다 멀리! >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달리기 게임의 주인공들이지만 남보다 멀리 달리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달리는 달리기 게임의 주인공들도 있다. 무슨 육상 게임도 아닌데 이런 일이 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남보다 멀리 달리는 것' 그 자체가 달리기 게임이 추구하는 본연의 재미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주인공들이 달리기에는 충분하다.
안드로메다게임즈에서 출시한 '학교종이땡땡땡'은 '남보다 멀리 달리는 것' 그 자체가 목표다. 또 게임 내 학교 대항전이라는 콘텐츠 등이 마련돼 더 멀리 달려야 한다는 의욕을 불어 넣는다. 우리 학교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달린다는 그럴싸한 이유도 있다.
게임 내 주인공들은 오늘도 남들보다 더 멀리 달리기위해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이 공부라는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과 만날 때, 그들은 여전히 남보다 더 멀리 달리기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남보다 더 멀리 달려야하는 게임속 그들에게는 쉬는 시간이 없다.
달리기 게임은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몇 작품이 인기를 끌자 스마트폰에 다양한 게임이 등장했고, 모두 각자 다른 이유를 갖고 주인공들을 달리게 만들었다. 모두 달리는데 다른 목적이 있는 주인공들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주인공들은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달리고 있으며, 이들의 달리기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