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캔디 크러시 사가 for Kakao 편
하나의 리그를 씹어먹다시피 평정하고 다른 리그로 이적하는 스포츠 스타는 항상 매년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포스'를 다른 곳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를 사람들이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를 떠나 LA 다저스로 적을 옮길 때에도 '과연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됐고, 최근에 EPL의 가레스 베일이 토트넘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길 때에도 많은 이들은 과연 베일이 다른 리그에서도 EPL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보일 수 있을 것인지를 궁금해 했다.
최근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캔디 크러시 사가를 류현진이나 가레스 베일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너무 호들갑스러운 이야기일까?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이 북미 모바일게임 시장보다 수준이 높다거나 규모가 크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페이스북 게임을 평정하다시피한 거물 게임인 캔디
크러시 사가가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진입했다는 것은 나름대
로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기존에도 오픈마켓을 통해 한글 버전이 서비스 되기는 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솔직히 완전히 같은 게임이고, 즐겨볼 사람은 대부분 즐겨본 상황이기에 큰 임팩트는 없지만, 캔디 크러시 사가의 카카오 게임하기 진출은 나름의 가치는 있다고 봐.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응? 페이스북에서 서비스 되던 게임과 완전히 같은 게임입니까?
까는 놈: 이름에 'for Kakao'가 붙었다는 거 이외에는 이름까지 완전히 같은 게임이야. 나도 약간의 변경점이라도 추가됐을까 했는데,
그런 거 전혀 없더라고.
달래는 놈: 엄밀히 말하면 웹버전이 아닌 모바일버전을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서비스하는 것이라 하겠지. 게임의 틀 자체는 같아. 즐기는 방식도 똑같고.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페이스북 친구가 아닌 카카오톡 친구들과의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 정도?
까는 놈: 뭐. 소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봐야 점수 경쟁하고 하트 주고받는 것 정도 밖에는 없지만.
모르는 놈: 애초에 혼자 즐기는 콘텐츠가 주가 되는 퍼즐게임에 소셜 요소를 도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게임성: 다양한 연쇄효과를 통해 사탕을 파괴하는 재미 vs '운'에 기대게 되는 너무 높은 난이도>
달래는 놈: 소셜 요소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캔디 크러시 사가는 자신의 본래 장르인 '퍼즐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 사람들에게 익숙한 '매치3' 방식의 게임 운영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사탕과 사탕을 조합하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게임의 재미를 확장시켰지. 덕분에 기존 퍼즐게임에선 찾을 수 없던 새로운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어.
모르는 놈: ‘매치3’ 퍼즐이면...왜 예전에 ‘애니팡 평’에서 언급했던 그 방식 말이죠? 같은 색이나 형태의 오브젝트를 3개 이상 연이어 배치시키면 효과가 발동되는 방식.
달래는 놈: 그래. 같은 색의 사탕을 3개 이상 배열하고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매치3’ 퍼즐게임의 공통적인 게임 진행 공식이지. 여기에 4개, 5개를 나란히 연결하거나, T자 혹은 L자로 배치시키면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방식은 흔히 접해본 ‘매치3’ 퍼즐의 게임 진행 공식이야.
캔디 크러시 사가에서는 이렇게 얻은 특수한 사탕들끼리 혼합해서 더욱 화려하고 강력한 효과를 누릴 수도 있어. 초반에야 그냥 플레이해도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지만 뒤로 갈 수록 이런 특수 사탕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이들끼리 콤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게 돼.
‘있으면 좋은’ 정도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발전하는 것이지.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이 머리를 더 쓰게 만들고 있어.
까는 놈: 이러한 점 이외에 이야기를 하자면. 카카오 게임하기에 적지 않은 퍼즐게임이 출시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캔디 크러시 사가가 눈길을 끄는 것은 게임이 제시하는 목적성이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야.
카카오 게임하기의 기존 퍼즐게임들은 제한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이 게임은 개발자들의 ‘깰 테면 깨봐라’ 하는 패기가 느껴지는 스테이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략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스테이지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뒤로 갈 수록 게임의 난이도가 높아질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겠지?
모르는 놈: 그렇겠죠? 뒤로 가도 계속 쉬우면 단순히 누가 더 게임을 오래 했냐는 증거 밖에는 안 될테니까요. 남들에게 자랑을 할 여지가 줄어드니...
까는 놈: 문제는 그거야! 그런 요소를 위해서 게임의 난이도를 점차적으로 어렵게 배치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고 쳐! 그런데 너무 어려워. 스테이지 클리어를 방해하는 다양한 블록이 후반으로 갈 수록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이 녀석들의 방해를 피해가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게이머의 두뇌뿐만 아니라 운도 상당히 많이 필요해.
모르는 놈: 그런 것이야 뭐 흔한 경우 아닌가요?
까는 놈: 너. 테트리스 하다보면 1자 블록이 유난히 안 나와서 게임오버 되는 경험 한 적 있지?
모르는 놈: 네.
까는 놈: 그런 경우가 되게 자주 나와. 특수사탕을 모아놨는데 갑자기 추가 사탕이 들어오면서 연쇄작용이 생기기도 하고, 구석에 위치한 사탕을 없애야 하는데 그 주변으로 사탕이 몰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 상황이지.
예측하지 못 한 변수를 줘서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는 거는 필요한 요소지만, 이런 것이 너무 자주 발생하다보면 ‘이 게임은 실력이 아니라 운으로 깨는 게임인가보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
뭐 ‘짜증나게 만들어서 캐시 아이템을 쓰게 만들자’는 개발자들의 의도도 어느 정도는 반영되어 있겠지.
<친숙함: 이미 검증된 재미 vs 한 번 즐길 사람이 또 즐기기엔...>
달래는 놈: 그래도 게임이 재미가 없지는 않잖아? 낑낑대던 스테이지가 클리어되는 순간에는 쾌감도 상당하고.
까는 놈: 재미가 없지는 않아. 문제는 그 재미를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한 번 체험했던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야.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걸?
“아오! 이 빡센 걸 또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하는 생각 말야.
모르는 놈: 한 번 한 게임 다시 하는 게 싫기는 하지만... 이미 한 번 게임을 겪어봤으면 카카오톡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좀 더 쉽게 앞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까는 놈: 아까도 말했지? 이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부터는 난이도가 확 올라가. ‘클리어를 위해서는 운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야. 자신이 한 번 클리어 한 스테이지를 다시 한다고 해서 클리어를 또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거든.
즉, 게임을 먼저 한 번 해봤다는 건 상대보다 유리하다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다시 한 번 더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어. 그럴 거라면 애초에 뭐하러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캔디 크러시 사가를 하겠어?
달래는 놈: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나도 그런 이유로 카카오 게임하기 버전을 하지 않고 원래 하던 페이스북 버전을 하고 있어.
까는 놈: 사실 이건 캔디 크러시 사가의 단점이 아니라 캔디 크러시 사가 for Kakao의 단점이라고 해야겠지.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를 좀 빨리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아니면 페이스북 데이터를 카카오톡으로 연동한다거나. 뭐 그거야 회사 사정이 있었을테니 비판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냥 아쉬울 뿐이야.. 좀 더 빨리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됐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탕 중독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니까.
- 캔디 크러시 사가 for Kakao는?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가 썩지만, 캔디 크러시 사가 for Kakao는 아무리 즐겨도 이가 썩지 않는 달콤한 재미를 가득 담고 있다. 물론
게임을 많이 하면 이가 썩지 않고 시력이 저하되지만.
깔끔한 그래픽과 게이머의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기발한 장애물들. 그리고 이런 장애물을 배치한 맵 디자인 실력까지 모든 것이 수준급인 퍼즐게임이다. 개인적으로는 카카오 게임하기로의 출시 시기와 배경음악 말고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퍼즐게임이기도 하다. 놀이공원 회전목마 근처의 솜사탕 가게에서나 흘러나올 것 같은 게임의 배경음악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본 기자의 취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