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행성에서 만난 괴생명체. 로스트 플래닛3

이원태 lwtgo@hanmail.net

일본에서 한류열풍이 한창이던 시절에 일본게임에 한국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이제는 헐리우드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배우 이병헌의 모습을 그대로 게임 속에 녹여낸 로스트 플래닛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선호하지 않던 3인칭 슈팅게임으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괜찮은 판매량을 보이면서 일본산 TPS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덕분에 2편, 번외편인 엑스트루퍼즈 등 후속작이 이어지면서 인기 시리즈로 성장하는 듯 했지만, 이병헌이 사라진 후의 모습을 보면 과거의 영광과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최신작인 로스트 플래닛3은 어떨지? 게임을 직접 즐겨보기 전에 워낙 좋지 않은 평가를 많이 봐 왔던 터라 여러 가지 의미로 기대를 하며 게임을 시작했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극한의 별 EDN-3rd를 탐사한다.
로스트 플래닛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척박한 행성 EDN-3rd를 무대로 한 세계관으로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행성과 그곳에 존재하는 괴생명체(에이크리드)는 게임 소재로는 상당히 보편적이면서도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인데, 로스트 플래닛3은 그 동안 시리즈가 진행 되면서 보여줬던 EDN-3rd 중에서 단연 최고의 현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개발사가 변경된 탓인지 그래픽 스타일이 기존과 상당히 다른데 EDN-3rd란 행성의 극한의 척박함을 보여주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다. 게임의 초반부터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기상조건과 폭설과 얼음으로 뒤덮인 공간, 칠흑 같은 동굴로 게이머를 압도할 만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즐겼던 게임 중에서는 툼레이더 리부트의 환경묘사를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로스트 플래닛3은 그래픽 스타일은 좀 다를지 몰라도 현장감이나 낯선 행성의 다양한 모습의 표현은 막상막하인 느낌이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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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및 방치된 시설물, 침몰한 함선 등 내부시설뿐 아니라 외부환경 요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EDN-3rd를 탐사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 진행상 한 곳에 거점을 두고 같은 공간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경우가 많아서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의 외모를 비하하는 상황을 볼 수 있는데 확실히 매력적인 인상이 아니라 초반에는 게임 몰입을 방해를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나름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주인공의 외모와는 별개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인물 모델링이 매우 사실적인 형태로 구현되어 친숙하면서도 사실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흐릿하면서 탁한 색감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로스트 플래닛3의 무대를 생각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그래픽이라 할 수 있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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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슈팅패턴이 아쉽다.
로스트 플래닛3은 3인칭슈팅액션게임으로 곳곳에 나타나는 적들과 산발적인 교전을 펼치게 되는데, 여기서 슈팅이냐, 액션이냐의 미묘한 선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데는 실패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TPS의 조작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엄폐의 묘미가 잘 살아있는 슈팅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엑스트루퍼즈 같이 액션조작에서 근접액션의 비중이 높은 편도 아니다. 그저 몇개의 무기로 적을 쏘는 슈팅과 회피(구르기)만을 활용한 반복적인 게임플레이가 되고 말았다.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타입의 적들이 나오고 새로운 무기 및 특수탄을 활용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만 단순히 돌아다니면서 쏘게 될 뿐 공략의 요소가 부족한 느낌이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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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후반으로 가면서 적들이 무조건 달려 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치고 빠지는 전략을 활용하고 엄폐를 활용한 파트가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너무 후반부에 배치했기 때문에 이 게임은 그냥 무작정 쏘고 달리는 게임이라는 첫인상을 너무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문제다. 그냥 마구 쏘는 게임이구나 하는 선입견 때문에 중간에 손을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좀 더 재미있는 전투상황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전투상황 배치를 적절히 하지 못해서 흥미를 떨어뜨리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거대한 보스와 싸울 때에도 단순히 약점공격&회피의 무한 반복패턴이 대부분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오히려 잡몹들 보다 보스가 더 쉽게 느껴져서 보스전이 더욱 지루하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환경을 지나며 보는 것도 좋지만 결국 직접 조작하는 부분에서 흥미를 잃으면 안 되는데 전투상황의 밸런스가 상당히 아쉽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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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로봇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절반의 성공!
로스트 플래닛3에서 주목할 점은 일반적인 총격전 외에 대형 로봇인 리그를 활용한 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다. 게임의 진행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대한 로봇을 타고 험한 지형을 탐사하고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 각종 장치를 사용하거나 거대괴수와 싸우는 재미까지! 총격전의 상황과는 달리 액션에 큰 비중을 둔 부분이다. 거대한 로봇을 움직이고 있음에도 조작감에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고 인간의 시점에서 플레이 할 때와는 또 다른 행성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이다. 특히 거대괴수와의 1:1 대결 상황에서 보여주는 박력 넘치는 화면은 남자라면 한번쯤 꿈꾸는 로봇파일럿의 꿈이 실현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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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출만 화려할 뿐 거대괴수와 격투를 펼칠 때에는 거의 동일한 방식의 전투상황이 반복되어 역시 후반부로 가면서 재미가 떨어진다. 상대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춰 가드, 이후 빈틈을 노려서 공격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근접해서 난타전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 결국 안정적인 공략형태로 전환하게 된다.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분명 거대로봇파트를 이용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니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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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레이를 통해 슈팅의 부족함을 채워보자
로스트 플래닛 시리즈는 2편에서 멀티플레이의 요소를 중요시 했기 때문에 3편에서도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싱글플레이에서 느꼈던 총격전의 단조로움을 대인전에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싱글플레이에서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던 앵커를 회피 혹은 강습 등으로 전략적 활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싱글플레이와는 다른 총격전의 양상이 펼쳐진다. 사실 필자 같은 경우 슈팅게임에 소질이 있는 편이 아니다 보니 멀티플레이에서 자주 죽임을 당하는 입장이라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면 상대를 사냥하는(?!) 재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모드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대인전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디펜스 스타일의 퇴치모드도 준비돼 있으니 원하는 방식의 게임을 즐겨보자.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스토리의 비중은 크지만 한글화는 불발.
로스트 플래닛3은 영어음성 기반에 영어or일본어 자막을 선택할 수 있다. 로스트 플래닛3은 시기상 로스트 플래닛 시리즈의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서 진상을 추적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스토리 요소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게임에서 대화의 비중도 크고 서브미션이나 각종 텍스트도 많이 등장하는데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된다. 개인적으로 로스트 플래닛3을 플레이 하면서 스토리의 궁금증으로 몰입했던 점을 생각하면 영어 혹은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크나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될 듯 하다.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게임
사실 로스트 플래닛3을 직접 즐기기 이전에 워낙 좋지 않은 소리를 많이 들어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특히 주인공의 외모부터 적응이 안됐기 때문에..) 그런데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보니 의외로 끝까지 몰입을 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었다. 분명 기존의 로스트 플래닛과 같은 느낌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선사할 여지가 있다. 사실 로스트 플래닛 시리즈는 세계관을 공유한 것 외에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 게임이긴 하지만 로스트 플래닛3은 변화폭이 좀 더 큰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로스트 플래닛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히 즐겨보면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게임에서 지원하는 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상황에 한해서... 주인공의 첫인상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되겠지만... 로스트 플래닛의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로스트 플래닛의 세계관에 대해 파고들 수 있는 게임이니 한 번 즐겨보자.

로스트플래닛3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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