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피파14 편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히려 그만큼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던 축구선수. 박주영 선수가 19개월만에 경기에 출전했다. 교체를 통해 10분 가량만 경기를 펼쳤고, 오랜 기간 경기를 뛰지 못 한 탓인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 했지만 국내 축구 관련 커뮤니티는 간만에 등장한 그의 모습에 대한 여러 의견으로 가득하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그래서 오늘 주제는 피파14란다. EA가 개발한 축구 게임이지.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축구 얘기는 왜 하는가 했더니만... 솔직히 이거 억지 아니야?
까는 놈: 응. 억지 맞아 -_- 피파14 한 번 다루긴 다뤄야지...하고 있다가 이런저런 게임들 때문에 잠시 뒤로 미뤄뒀는데, 이런 사유라도 없으면 언제 다루겠냐. 억지로라도 다룰 것이니 그렇게 알아.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째 선배는 고집만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까는 놈: 뭐?! 너는 나이 안 먹을 거 같냐!!!!
달래는 놈: …이상한 걸로 싸우느니 그냥 피파14 얘기하는 게 낫겠다;;

피파14
피파14

< 게임성: 더 발전한 모션과 물리엔진 말이 필요없다 Vs 동작이 무겁다고 모션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달래는 놈: 피파 시리즈 신작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니까 말을 안 할 수 없지. 선수 동작에 대한 이야기야. 동작이 더욱 다양해지고 동작과 동작의 연계도 자연스러워졌어. 실제 축구를 보다가 보면 눈에 띄는 장면을 게임 중에서도 자주 마주치게 됐지.

까는 놈: 거기에 공을 발로 찼을 때 나타나는 공의 움직임도 더욱 개선됐고. 뭐 매년 해오던 발전이라 신선할 건 없다.
달래는 놈: 매년 발전 하던 부분이 올해도 또 발전했다는 거에 의의가 있지. 더 발전할 구석을 찾아서 개선했다는 소리니까.

달래는 놈: 그래. 네가 말한 부분은 반박할 수가 없다. 반박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을 걸? 그런 점 이외에도 선수 얼굴이 더욱 실제와 닮게 그려진 점과 경기장 묘사도 좋아졌지. 관중들의 함성과 움직임도 현실과 더 비슷해져서 게임을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경기에 몰입하게 돼.

까는 놈: 하지만 저 발전된 모션이 과연 게임 플레이 몰입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야.

피파 시리즈는 매번 발전해왔어. 특히 2008년을 기점으로 엔진을 교체한 이후에는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성장했지. 경쟁작이던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매년 삽질을 하는 덕분에 피파 시리즈의 입지는 대단히 견고해졌어.

꾸준히 성장한다는 건 대단한 것이지. 하지만 피파 시리즈, 특히 피파14의 발전이 보여주기 위한, 홍보를 하기 위한 발전인지. 아니면 게이머가 게임을 함에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 발전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야.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후자의 경우인 것 같아.

달래는 놈: 말하는 투가 어째 불만이 굉장히 많다는 느낌인데요.
까는 놈: 응. 많아. 단순한 불만토로가 아니라 피파14 개발진을 붙들고 클레임을 걸고 싶은 심정이야. 영어를 못 하니까 여기다가 토로하는 거 같지만 어쩔 수 없지.

단순히 게임 밸런스에 대해서만 말해보자. 아까 형근 기자가 말한 모션은 보기에는 멋져보여. 그런데 이게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동작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게임에 적용된 관성이 문제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지만... 달리다가 역방향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거나, 패스를 못 받아서 몸을 비틀며 공을 간신히 받아낼 경우에 동작이 너무 느려. 역습 기회를 제공하는 빌미가 되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 너무 답답해.

솔직히 ‘우리 이번에 이런 동작 만들었으니까 이거 자주 보여줘야지’라는 의도로 이런 관성을 적용시킨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야. 피파13은 동작은 좀 단순해도 곧 바로 반응하는 빠릿빠릿한 모습을 보였는데 말이지.

트래핑 역시 마찬가지야. 공중볼을 받아서 내 볼로 만들어 놓고 달리려고 하면, 그 전에 수비수가 달라붙어. 이유는 간단해. 수비수의 동작이 빠른 것도 있겠지만, 공을 간수하는 과정이 너무 느리기 때문이야.

달래는 놈: 트래핑 시스템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특정 조작을 하면서 공을 받아내면 빨리 받을 수 있잖아.
까는 놈: 그걸 감안해도 느리고... 그 시스템이 사용하기 너무 어려워. 게임을 하는 데 이상하게 자꾸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거나 ‘이게 왜 안 뚫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EA는 피파 시리즈를 실제 축구처럼 만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개발 노선도 몇 년간 그런 흐름으로 진행됐고. 그런데 이번 작품의 관성은 오히려 비사실적이야.

피파14
피파14

수비 이야기도 해볼까? 너무 느려. 느릿느릿해. 몸 동작이 느릿느릿하다는 것이 아니야. 그냥 반응속도 자체가 공격수에 비해 현저하게 느려. 피파 시리즈의 드리블 시스템은 날로 발전해서 잽싸게 수비를 제칠 수 있는 길이 많은데, 수비는 그런 게 없어. 그렇다고 전술적인 수비 위치를 잡는 수비 인공지능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말야.

모르는 놈: 전에 보니까 공만 잡으면 수비형 미드필더도 앞으로 달려나가던데요.

까는 놈: 그거 때문에 수비수가 공을 뺏으면 순간적으로 공백이 생겨. 중앙에 사람이 없어. 연결고리가 끊겨서 수비수가 공을 몰고 나가거나, 뻥 축구를 하게 돼. 팀 전술설정에서 빌드업 속도를 늦추면 문제가 완화되긴 하지만... 아! 해결이 아니야. 완화되는 것이지. 포지션 이탈이 왜 이렇게 심한지 모르겠어. 정작 골문 앞에서는 포지션을 너무 정확하게 지키려고 하면서 -_-

달래는 놈: 그래도 더 다양한 동작이 그려지면서 다양한 루트로 골 넣는 맛은 좋지 않아? 피파 시리즈의 장점은 골 루트가 다양하다는 거잖냐.

까는 놈: 그렇지. 하지만 너무나 확실한 공격루트가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루트를 통해 골을 넣으려고 해.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지만 게임이 단조로워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게이머 탓을 할 순 없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게임에서 골을 넣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하는 걸 비판할 수 있나? 문제는 이러한 양상을 만들어 낸 개발진들에게 있는 것이지.

이번 작품은 최근 몇 년간의 피파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골 루트가 확실하고 단순한 게임이야. 로빙 스루에 이은 수비 진영의 파괴와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이 너무나 정확해. 전부 아가 말한 수비수의 한 발 늦은 반응속도 때문이야. 로빙 스루가 날아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수비수가 뒤로 돌아서는 동작이 늦다보니, 공간을 내줄 수 밖에 없어.

헤딩슛의 수치 설정의 문제라고 밖에는 안 보여. 정확히 맞은 헤딩이 아니라, 경합 중에 머리를 어떻게든 공에 갖다 맞춘 것 같은 헤딩도 포물선을 그리며 골키퍼의 손을 넘어 골 안으로 들어가니까. 덕분에 멀티 플레이, 특히 울티메이트 팀에서는 ‘헤딩 스쿼드’가 인기야. 헤딩슛을 통한 득점에 특화된 선수들로 덱을 구성하는 것이지. 전술적으로는 비판할 순 없지만, 다른 루트보다 월등히 좋은 득점 루트를 만든 것은 그동안 피파가 주장한 ‘실제와 같은 축구’의 개념을 해치는 행동이야.

멀티 플레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온라인 환경도 말하고 싶은데... 이건 한 마디로 일축하고 넘아가자. 이번 멀티 환경, 즉 서버 환경은 ‘똥’ 같아.

도대체 게임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 PS4나 Xbox One으로 출시할 차세대 피파14를 위해 현세대 피파14를 이렇게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파14
피파14

< 게임 모드: 울티메이트 팀을 개선했다 vs 이 놈들이 돈독이 올랐어>
달래는 놈: 선수를 카드 형태로 구매해서 팀을 구성하고 이를 운용하는 울티메이트 팀 모드는 피파14의 또 다른 재미요소지. 온라인게임을 하는 느낌도 들고. 본편보다 이 모드를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

시합을 즐기는 것은 물론, 팀을 운영하는 재미와 소위 말하는 ‘카드를 까는 재미’도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일석삼조 모드지.

모르는 놈: 확실히 사람들이 확률에 의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에 크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긴 하죠. 전세계에서 TCG가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까는 놈: 울티메이트 모드는 그야말로 TCG에 가까워. 그나마 피파 시리즈에는 강화가 없는 것이 다른 점이네. 솔직히 울티메이트 모드는 정말 잘 만들었어. 좋은 카드를 얻으려고 돈을 쓰게 만들 정도의 매력이 있지.

같은 리그 혹은 같은 국적의 선수들을 포지션에 맞게 연동시키면 팀 케미스트리가 상승하고, 그에 맞춰 선수 능력치에도 버프가 생기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포지션을 쓰고, 이 자리에 누굴 기용할까’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어.

게다가 그렇게 만든 팀으로 대전을 즐길 수도 있고, 싱글 모드에 존재하는 다양한 리그에도 참가할 수 있으니 자신의 팀에 대한 애착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어.

문제는 아까도 언급한 게임성이 울티메이트 팀에서도 문제가 된다는 거야. 게임의 양상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서, 누구랑 붙어도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돼.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전부 헤딩만 노리고 있으니까 -_-

여기에 아까 언급한 서버 문제는 울티메이트 팀을 즐기는 데 큰 방해 요소가 돼. 두 명이 대전을 즐기는 데 한 쪽이 핑이 낮잖아? 그럼 핑이 좋은 사람이 오히려 게임 플레이에서 손해를 보게 돼. 선수들이 미친 것처럼 버벅이는데, 아까 말한대로 이러는 와중에 크로스라도 올라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가뜩이나 수비 반응이 느린데, 거기에 렉까지 있으니까 속수무책으로 헤딩슛에 당하고 마는 거야. 이러니 너도나도 다들 크로스만 올리는 거지.

거기다가 울티메이트 팀에서 싱글모드 난이도가 말도 안되게 높아졌어. 예전에는 싱글모드를 하면서 포인트를 모으고 이를 통해 선수 카드를 구매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러기 힘들어. 싱글 모드 우승에서 주는 보상이 적어지고, 온라인 모드에서 우승하면 주어지던 카드팩도 이제는 없어. ‘현질’을 유도하는 밸런스 구성을 하고 있지.

모르는 놈: 게임 루트는 단순해졌지만, EA가 욕 먹는 루트는 좀 더 다양해졌군요. DLC 장사에 이어서 이제는 현금결제 유도까지 하다니;;

< 마무리: 올해 최고의 축구게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게 네가 잘해서 얻은 자리가 아니야>
까는 놈:앞서 언급한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피파14는 분명히 재미있어. 특히 혼자 즐기게 되면 오히려 사실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말이지. 전통적인 장점이었던 강력한 라이선스는 한층 강화됐으니. 실존하는 축구선수 대다수를 만나볼 수 있어. 집요하게 헤딩슛만 노리는 게 아니라면 다양한 루트로 골을 넣을 수 있어서, 골 루트를 찾아내는 즐거움도 있고 말야.

이래저래 피파14는 올해 최고의 축구게임이야. 하지만 EA가 이거 하나는 알았으면 해. ‘올해의 축구게임 챔피언’ 자리는 피파14가 잘 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도전자가 너무 허약해서 얻은 자리라는 것. 피파14는 역대 피파 시리즈 중에서 가장 허약한 챔피언일지도 모른다는 점 말이야.

모르는 놈: 이그나이트 엔진이 적용된 차세대 기종을 기대하는 게 나을까요?
까는 놈: 확답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기대는 하게 되네. PS4 버전 나오면 바로 해보려고. 어차피 결혼할 때 혼수로 PS4 해온다고 했으니까. 후후후.
모르는 놈: 결론은 혼수 자랑입니까 -_-
달래는 놈: 기승전P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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