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15주년 금자탑, 한국 게임사에서 리니지가 지닌 가치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가 서비스 15주년을 맞이했다. 오늘의 엔씨소프트를 있게 한 것은 물론, 오늘의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기틀을 닦은 게임인 리니지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발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PC방 순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리니지는 15주년을 맞이한 지난 12월 27일,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대단한 성적이다.
게이머들의 취향, 가치관에 따라 게임성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리니지가 한국 온라인게임사에 남긴 족적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오늘날 국내 온라인게임 운영 형태를 비롯해 콘텐츠 개발과 순환 구조를 전달하는 방식 등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미친 게임이 리니지다.
리니지는 과연 국내 게임사에 어떤 족적을 남긴 게임일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리니지는 한국형 온라인게임의 초석을 만든 게임이다. 단순히 온라인게임의 태동기에 출시된 게임이기에 하는 말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다양한 게임들이 있지만 누구도 이 게임들을 두고 한국형 MMORPG의 초석을 닦았다고는 하지 않는다. 리니지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1998년에 처음 등장한 리니지는 캐릭터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대단히 단순한 형태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한 캐릭터 육성 요소, 정확히는 게임 내 아이템을 통한 '게이머의 분신', 캐릭터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사람들은 더욱 강력한 아이템을 찾기를 원했다. 이는 지금 시대를 사는 게이머들의 머리 속에 깊숙하게 자리한 'MMORPG = 아이템파밍'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또한 길드 시스템을 통한 게이머와 게이머들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며, 게이머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이를 게임 내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해결책, 서버 관리 기술 등 MMORPG 개발과 운영 전반에 걸치 모든 면에 있어서 리니지는 영향을 끼쳤다.
서비스 시작 후 15년이 지난 지금 바라보는 리니지는 상당히 단순한 구조를 지닌 게임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MMORPG는 지금도 온라인게임 시장을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장르이며,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리니지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비약일 수도 있지만 현존하는 한국형 MMORPG들은 '리니지의 유산'을 이어받은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임성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지만, 게임 속 세상에서 다양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리니지는 게임이 아닌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서비스가 오래 이어지며 사람들이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투영하게 된 덕분이다. 게임 내에서 게이머들 상호간에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지게 됐다. 대중들에게 게임이 또 하나의 사회라는 인식을 만들어 준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훈훈한 이야기와 씁쓸한 이야기가 생기는 것처럼, 리니지에서도 다양한 뒷맛을 남기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리니지는 그렇게 게임이 아닌 또 하나의 사회가 됐다.
2002년에 있었던 리니지 최초의 결혼식은 리니지는 물론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에서도 꽤나 기념비적인 일로 회자된다. 현실의 남녀가 온라인을 통해 연을 맺고, 그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과거 성공을 거둔 영화 '접속'을 연상케 하는 일이 게임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들 게이머들은 리니지 내에서 온라인 결혼식을 올렸고, 많은 이들이 이들의 결혼식에 몰려왔다. 신기한 일이기에 모인 사람들도 있지만, 그 자리의 사람들 모두는 이들 커플의 앞날을 축하했다. 그리고 2주 후, 이들 커플은 현실에서도 실제 결혼식을 올렸다. 게임 속 인간관계가 얼마든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다.
'생명의 검' 사건은 리니지 역사를 통틀어 가장 훈훈했던 사례로 꼽힌다. 2001년 8월 31일, 리니지를 즐기던 게이머가 사고를 당해 위독한 상황에 빠졌다. 이 게이머의 혈액형은 RH-O형. 희귀 혈액형이었기에 수혈자를 구하지 못 해 위급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리니지 게이머들은 채팅창을 통해 RH-O형의 혈액을 구한다는 문구를 퍼트렸고, 마침 같은 혈액형을 지닌 게이머가 수혈을 자원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수혈을 한 게이머에게 1년 무료 이용권과 감사패, 그리고 리니지 역사상 단 한 자루만 존재하는 특별한 아이템인 생명의 검을 선물했고, 많은 리니지 이용자들은 이를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