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편
국내 게임시장은 최근 몇년간 강렬한 변화의 바람을 마주했다. 여러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바람들은 한국 게임시장위에서 이리저리 충돌하며 '돌풍'을 만들었고, 국내 게임시장은 그 돌풍을 고스란히 몸으로 견디며,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돌풍이 어찌나 매서운지 바람에 싸대기 맞는 기분이었을거야.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표현이 정말 고급스러우시네요;
돌풍을 만들어 낸 원인은 다양했지만, 그 중 가장 강렬한 원인은 모바일게임 시장의 급성장이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 되면서, 스마트폰 게임들이 대거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도 모바일게임 시장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피처폰에 뛰어난 성능의 스마트폰으로 출시되는 새로운 모바일게임들은 과거 피처폰 시절의 모바일게임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즐거움을 게이머들에게 전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온라인게임 시장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우뚝 서 있는 국내 게임시장에 모바일게임 시장이라는 새로운 산맥이 급격하게 융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 지각변동의 시작이었다.
까는 놈: 원래 없던 자리에 무엇인가가 솟아나기 시작하면 통증이 생기기 마련이야. 사랑니가 그렇고 용종이 그렇고 치질이 그렇지.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너 오늘 비유가 왜 이래;;
모바일게임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인기작이라면 의례히 붙는 '국민게임'이라는 호칭을 얻은 게임들이 연이어 이어지며 경제적인 규모는 물론 그 위상 역시 몇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업계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다.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국내 게임 시장에 전해 줄 긍정적인 영향도 다양하게 언급됐다.
<게임시장의 저변을 넓힌다 vs 정말?>
달래는 놈: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확실히 예정보다 많아진 것은 사실이야. 당장 지하철만 타도 느껴지지 않아?
모르는 놈: 조금 오바해서 말하면 엉덩이 붙일 자리만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 꺼내서 게임을 하는 거 같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까는 놈: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그 연령대도 폭 넓어졌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야. 게다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게임의 초대 메시지가 날아오는 통에, 게임이 관심이 없는 이들도 '이게 뭐지?' 하는 호기심으로 게임에 접근할 수가 있었고.
게임 때문에 청소년 시절의 나를 그렇게 혼내시던 아버지께서도 모바일게임을 하고 있는 광경은 나한테 정말 충격이었지 -_-;
모르는 놈: 역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게임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큰 공을 세운 것 같습니다.
달래는 놈: 모바일게임, 특히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성장을 거듭할 때 '모바일게임이 일반 이용자들을 게이머로 진화시킬 것이다'라는 추측이
나올만도 했지.
까는 놈: 뭐? 영준이 말에는 찬성을 하지만...형근이 말에는 찬성을 할 수가 없다.
달래는 놈: 내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_-
까는 놈: 모바일게임을 통해 게임을 접한 이들이 온라인게임이나 비디오게임까지 접하게 되면 좋기야 하지. 특히 업체 입장에서야 게임 시장 자체가 커지게 되니까 더더욱 바라는 그림일 것이고. 하지만 예전부터 말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 모바일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게임에 흥미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온라인게임까지 접하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아.
모르는 놈: 그런 경우가 제 주변에는 종종 있습니다.
까는 놈: 내 주변에도 종종 있어. 근데 니 입으로도 말했듯이 그런 경우는 '종종' 생기는 경우야. 그런 경우가 '왕창' 생겨야 시장 흐름에 변화가 있지. 화분에 식물 기르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 귀농하던? 애니메이션 보는 사람이 전부 오타쿠가 될거라는 소리지 그건 -_-
달래는 놈: 이용자 연령층이 폭 넓어지면 그만큼의 가능성을 갖게 되는 건 부정할 수 없지 않아?
까는 놈: 극단적인 장밋빛 예측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야. 단순한 소망을 근거있는 확신으로 착각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애초에 모바일게임에서
유행하는 장르와 온라인게임에서 유행하는 장르가 아예 다른데, 어떻게 모바일게이머들이 PC, 온라인, 비디오게이머가 된다는 거야?
모르는 놈: 그 PC, 온라인, 비디오게임 시장에도 모바일게임에서 유행하는 장르는 다 다루고 있지 않나요?
까는 놈: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모바일게임 시장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간단한 게임을 하려고 굳이 PC, 온라인, 비디오게임
같은 거치형 기기로 넘어올까? 이동 중에 잠깐잠깐 하는 게 재미있는 것이지, 작정하고 자리에 앉아서 그걸 하려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결국 모바일게임 즐기던 이들에게 모바일게임 이외의 게임들은 너무 어렵고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부담이 커. 모바일게임을 한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본격적인 게이머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또 하게 됐군. 초등학교 수학문제만 백날 풀어봐야 고등학교 수학문제 풀 수 있어?
게임하려고 자리에 앉았다고 '잠깐 인터넷 좀 볼까?'하고 포털 사이트 들어갔다가 연예 뉴스, 스포츠 뉴스 잔뜩 보고 '아~ 피곤하다~' 하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더 많겠다.
<다양한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 vs 정말이야?>
모르는 놈: 기존 게임시장에서 유행하던 장르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유행하는 장르가 다르다는 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까는 놈: 기기의 특성 때문에 모바일게임은 아무래도 간편하게 즐기는 게임들이 많아. 정확히 말하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인기있는 게임들의
특성이라고 해야겠지. 모바일게임의 특성이 아니라...
모바일게임 시장 전체를 보면 퀄리티 높은 게임들이 많아. 그만큼 장르도 다양하고. 해외 시장에서 PS비타나 3DS 같은 휴대용게임기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모바일게임이 그 자리를 대체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지.
하지만 국내 모바일게임. 편의상 카톡게임이라고 하자. 카톡게임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다고는 보이지 않아.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부분 호흡이 짧은 게임 아니면 최대한 UI와 UX를 간편하게 만든 SNG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
이들의 가치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복잡한 구조를 띈 PC, 온라인, 비디오게임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단순해. 이동 중에 짧게짧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해서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복잡한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간단한 게임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
카톡게임의 대부분이 퍼즐, SNG, 혹은 액션을 빙자한 대동소이한 런닝게임 장르에 집중되는 건 이러한 환경 때문이야. 또한 이런 환경 속에서 이런 게임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사람들은 이러한 류의 게임만 접하게 되는 상황이고. 아. TCG도 있군. 매주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덕에 할 게임은 많은데 장르는 죄다 비슷해.
달래는 놈: 장르가 같다고 해서 다 똑같은 게임은 아니잖아. MMORPG라고 해서 모든 게임이 똑같은 형태를 띄고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니야?
까는 놈: 모두가 캐릭터만 다른 똑같은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게임들이 전하는 플레이 경험이 너무나 유사한 것은 어쩔 수 없어. 세일즈 포인트로 잡고 있는 부분마저 비슷하잖아.
조금만 색다른 게임이 나오면 그 게임의 순위가 치솟는 데에는 이런 분위기도 일조하고 있다고 봐. 신기하고 색다르니까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여.
생각해 봐. 지금 카톡게임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 중에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특성을 살려서 독특한 재미를 주고 있는 게임이 얼마나 있는지 말이야.
달래는 놈: 어디서나 편하게 즐길 수 있지.
까는 놈: 그건 휴대용 게임기도 지니고 있는 장점이잖아. 내가 보기엔 ‘다양한 캐주얼게임을 빠르게 다운로드 받아서 해보고 재미 없으면 빠르게
이탈할 수 있다’는 것 밖에 없는데? 게임들이 대부분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이탈을 해도 손해볼 게 없어. 덕분에 게임들이 뜨고 지는
순환주기도 너무나 빨라. 개발사들은 ‘단타’를 치기 위해 그에 특화된 간단한 게임만을 만들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났다고 봐. 이건 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이 개편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밖에 할 수 없지.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고만고만한 게임을 만나기는 쉽지만, 흔히들 말하는 ‘인생게임’에 비견할 수 있는 명작을 만나기는 어려워졌어.
모르는 놈: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이야기네요.
<온라인에서는 즐길 수 없던 독특한 기획을 즐겨봐 vs 그러니까 정말이냐고>
달래는 놈: 하지만 SNG 같은 장르는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기에 더 빛이 나는 장르잖아. 소셜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스마트폰으로 SNS를 통한 인맥이 많아졌고 그걸 활용해 게임을 더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 모바일게임이기에 빛나는 기획들이 없는 건 분명히 아닐텐데?
까는 놈: 내가 그런 사례가 없다 그랬냐? 사례가 적은 데다가, 비슷한 게임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지. 그럼 내가 하나 물어볼께. 모바일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빛나는 기획, 모바일 환경이기에 힘을 발휘하는 기획이 SNG 말고 뭐가 있는데?
모르는 놈: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성능이 PC, 비디오게임기보다 부족하니까 기획력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까는 놈: 분명히 있어.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전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이 아니라 아까도 말했듯이 카톡게임으로
대변되는 국내 모바일게임 생태에 대한 이야기야.
해외에서 성공한 스마트폰 게임이나 혹은 아머게임즈 같은 플래시 게임 사이트에서 인기를 얻은 게임들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게임들이 범람을 하고 있는게 요즘의 상황이라고.
야. 심지어 개발, 기획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예전에 ‘아머게임즈에 있는 게임들 어서 컨버팅해서 출시하면서 단타치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이런 생각을 나만 했을까?
온라인게임에 주력하던 시기에는 분명 한국 게임들이 해외 게임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어.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았고.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런 소식이 들려와? 예전에는 ‘중국이 또 한국 게임을 배꼈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바일게임을 하다보면 ‘이거 어디서 해 본 게임인데...’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
계속 말하는데,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모든 게임을 싸잡아 하는 말이 아니야. 이런 말에 해당되지 않는 훌륭한 게임들도 분명히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이 훨씬 많고, 시장 분위기가 이런 게임들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고.
뭐 시장의 미래를 우려하고, 업계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이야기도 아니야. 공공의 이득을 도모하자는 뜻도 아니야. 그냥 순수하게 게이머 입장에서 말해보자. 카톡게임 중에 정말 재미있는 독창적인 모바일게임이 몇 개나 있어?
달래는 놈: 너무 독창성을 강조하는 거 아니야?
까는 놈: 그런 면도 있어. 나 스스로도 인정해. ‘예술적인 게임’이 있을 지는 몰라도 사실 게임은 엄밀히 말하면 예술은 아니지.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적인 게임’이 카톡게임으로 출시될 수 있을까? 게이머들이 그런 게임을 기대하는 것도 억지일까?